"홍어젓, 절라디언 다 죽여라."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에 올린 온갖 흉악한 댓글 중 하나란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국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초등 4, 6학년 때 미국으로 간 두 아들이 집에 와서 하는 말. "미국 애들이 우리 코가 낮다고 놀려…".


나는 바로 담임에게 편지를 썼다. 이런 차별은 곤란한 것 아니냐고. 


편지가 전달된 날 학교가 뒤집혔단다. 교장까지 나서서 인종차별 발언을 한 애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그냥 안 두겠다"고 불호령을 내려, 미국 애들이 우리 아들들 앞에 와서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서야 사태가 마무리됐단다. 


미국에선 차별이 가장 중죄에 처해지는 범죄(felony)다. 다민족 국가에서 차별을 그냥 놔뒀다가는 바로 '피바다' 사태가 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단일민족 국가라 '한국사람끼리 차별'에 별로 민감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이 대량 들어와 사는 나라에서 차별발언 등을 그냥 놔뒀다가는 미국처럼 '자칫 피바다'가 되기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이 이렇게 무서운 중범죄인데, 한국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대놓고 특정지역 차별 발언을(아니 이건 차별도 아니다, 그냥 "절라디언 죽여라"라는 살인 지시 명령이다), 그것도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해놓고도 기소도 안 된다.


상상해본다. CIA 직원이 대선 때 공화당 후보를 돕기 위해, 국민을 이간질 하기 위해 "텍사스 촌놈들, 다 죽여버려라" 또는 "놀기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놈들은 다 홍어X"이라는 댓글을 썼다가 발각되는 사태를….


아마 미국에서는 최소한 '대통령 하야' 정도의 사태는 벌어질 것 같다. 차별을 중범죄로 처벌하는 나라에서, 국가정보기관이 비밀공작으로 국민이간질과 차별에 나섰다면, 그건 정말 나라를 망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TV를 켜면 공익광고가 나온다. 한국이 너무나 좋은 나라라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그래서 너도 나도 행복해 미치겠다는 공익 광고들…. 국민들이 사랑스러워 못 살겠다는 대기업 광고들…. 


구역질이 난다. 수 조 원의 이익을 내면서 하청업체의 순익은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시켜 놓는 대기업들이 그냥 말로만 "사랑합니다"만 외치면 OK인 나라…. 


똑같은 말을 해도, 우리 편이면 훈장을 주고, 저쪽 편이 하면 사형을 내릴 수 있는 나라…. "절라디언 죽여라" 소리를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그 소리를 국정원 직원이 대선 때 했다는 사실이 발각돼도 TV 뉴스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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