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에 얽힌 추억이 많다. 

특히 공원 어디에나 바비큐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누구나 선착순으로, 또는 예약만 하면 대자연속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미국에서 10년 생활을 한 적이 있는지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항상 바비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자기 집(한국처럼 아파트의 개념이 아니라 단독주택. 미국에서 아파트먼트는 임대용 집단주택을 가리키니)을 가진 사람은 정원이나 테라스에 거의 반드시 바비큐 시설을 갖춰놓고 즐긴다. 위 사진에서처럼.


서민층에서야 대개 솥 또는 공 모양으로 생긴 구(球)형 바비큐를 이용한다. 공원에 설치된 바비큐도 대개는 이런 모양새. 



그러나 돈 좀 가진 집안에서는 그보다는 훨씬 육중하게 생긴 테이블 모양의 대형 바비큐를 사용한다. 가격도 큰 차이가 나고…. 


이 대형 바비큐 테이블은 뚜껑이 달려 있어 숯불의 이른바 ‘불향’을 듬뿍 넣을 수 있다. 물론 작은 솥형 바비큐도 뚜껑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솥이 너무 작은지라, 숯과 고기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고기가 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뚜껑을 진득하니 덮어 놓을 수가 없다. 불안해서. 


반면, 대형 바비큐는 불과 고기 사이의 간격을 가깝게 또는 멀게 조절할 수 있는 시설에 첨가돼 있는 데다, 워낙 사이즈가 커서 숯불과 고기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원하는 만큼 뚜껑을 덮어놓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뚜껑이 닫힌 사이에 불향이 엄청 고기 속으로 배어들어간다. 아래 사진은 새재 나무62 펜션의 시설이다. 



이런 추억이 있다. 와이프가 돼지고기 목살을 사와 고추장 양념에 쟁여서 구워 먹는데, 수입 돼지고기라서 그런지 영 고기 맛이 별로였다. 가족들의 젓가락 오감이 부족한 게 당연. 


그래서 대형 바비큐 시설을 동원해 구워냈더니, 이게 웬일, 밥맛이 없다던 할머니도 연신 고기를 당겨 드시더니, “고기 더 없냐?”고 성화를 하신다. 이게 바로 바비큐의 매력이고, 이래서 고기를 상식하는 미국인들이 주말이면 거의 항상 바비큐에 불을 당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4, 5월이면 당연히 바비큐 한창 시즌이다. 그래서 미국 공원에는 봄가을 날씨 좋을 때는 공원마다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하다. 물론 백인들은 대개 집에서 구워 먹고, 공원의 무료 바비큐 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것은 가난한 멕시칸들인지라, 미국 백인들이 “세금은 우리가 내서 시설 설치하고, 이용은 재들이 한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ㅋㅋ.


한국에선 아파트 생활을 하는지라, 대형 바비큐의 맛을 보기가 영 힘들다. 펜션이나 유료 바비큐장(시설 대여료를 받는)도 찾아가봤지만, 99%는 그냥 솥형 바비큐 시설이다. 


이러다가 어쩌다 한번 대형 바비큐 시설을 갖춘 펜션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지대로 된 고기를 맛볼 찬스이기 때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찾은 경북 문경새재 공원 바로 초입의 나무62펜션. 구옥을 개조한 펜션인지라 내부를 모두 천연목으로 내장한 게 장점이긴 하지만, 숙박시설 자체로서는 그냥 보통 펜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펜션의 진면목은 바로 집 앞의 정원에 있으니 바로 대형 미제 바비큐 시설(Smoke Hollow 브랜드)에다가, 온갖 꽃나무가 만발한 정원의 파라솔과 벤치 식탁 등이다. 



새재의 대로변이 아니라 뒷길 쪽에 위치한 이유로, 정원에 나서면 새재에서 흘러내려오는 새재계곡(초곡천)의 물길소리가 귀를 시원하게 씻어준다. 새재계곡 건너편 울창한 숲과, 또 집 뒤편으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주흘산의 품이 배경을 이룬다. 위 사진의 배경 숲이 새재계곡 너머 산의 숲이다. 계곡 옆으로 나무 산책로가 운치를 더한다. 



4월 29일, 새재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문경찻사발축제를 구경하고(새재오픈세트장 앞의 촬영감독 동상으로부터 영화 촬영을 당하고ㅎㅎ) 내려와서, 나무62 펜션에서 바비큐의 숯불을 당겼다. 숯불이 고기를 굽는 내음이 퍼지고, 마당에는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는 가운데(해질녘 요런 시간이 이른바 골든타임이지요. 낮과 밤이 바뀌는 절묘한 순간) 일가족이 둘러앉아 와인잔을 돌리니, 새재에서 하산하는 관광객들이 우리 일행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꽃이 만발한 정원뿐 아니라 대자연의 정원에 둘러싸여 가족들과 함께 고기를 나눠 먹는 이런 순간. 이러려면 내 정원과 좋은 바비큐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내 집이 아니더라도 독채 펜션으로 빌려주는 나무62에서는 이런 정취, 즉 꽃이 만발한 내 정원에서 부자가 돼보는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주인장 말을 들으니, 이 정원과 바비큐 시설이 워낙 뛰어난지라, 동네 분들이 “바비큐 시설만 빌려주면 안 되냐”고 사정할 정도라니 그 인기도를 알 수 있었다. 


나무62 펜션의 ‘방’에는 아직 개장한 지가 얼마 되지 않는지라, 커튼이 없어 밝은 가로등 불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등, 아직 개선할 점이 일부 남아 있지만, 적어도 이 정원과 바비큐 시설만큼은 5성급 호텔의 바비큐 경험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매력이 있다. 



봄-가을 경치 좋은 때, 또는 겨울이라도 따뜻한 불 온기가 그리울 때 나무62의 정원에서 바비큐를 해 먹는 경험은, 시시때때로 즐겨보고 싶다. 위 사진처럼 꽃 만발하고 주흘산은 새봄 신록으로 뒤덮인 때라면 최고일 테고, 가을 낙엽철, 눈 쌓인 포근한 겨울날도 좋을 듯.


이 모 씨 같은 재벌이 아니라서 스키장을 통째로 단독 임대해 홀로 스키를 즐기는 경험은 못 한다고 해도, 이 정도 경험, 즉 내 정원을 가지고 봄가을에 숯불 고기를 구워 먹는 ‘미니 재벌급’ 경험만큼은 큰 돈 아니라도 경험할 수 있으니, 이런 경험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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