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화’를 부수는 우리의 영웅 정운찬
오늘 한겨례 Esc 섹션에 오랜만에 딴지총수께서 나오셔서 ‘각하’에 대한 걸출한 진단을 내놓으셨네요. 누구나 일독 하시기를.
각하는 대타 폴리틱을 사랑해
그런데 총수께서 칼럼 말미에 PS를 하나 남겨 놓으셨네요. 내용인 즉,
‘근데 말이지. 정 총리에 대해선 거꾸로 내가 궁금한 게 있어요. 대체 정 총리에 대해 뭘 알아서 대선 후보로 호감을 가지고 했을까. 그 분이 한 게 없잖아. 물론 공부 잘하셨고 대학 총장 하셨지. 근데 그게 뭐. 그러니 실망할 것도 없다 이거지. 이제야 최초의 정보들이 축적되기 시작한 것일 뿐. 이상.'
서울대 졸업생 중에서도 학문으로나, 행정-학교경영 능력에서나, 모든 게 뛰어나 총장으로 뽑히시고, 또 그에 힘입어 과거에나 지금에나(지금은 상당 부분 본인 혼자 생각 같기는 하지만) 대선 후보로 꼽히시는 정운찬 총리의 실체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중입니다.
총수님 말대로 ‘이제야 정보가 축적되기 시작한 것일 뿐’이니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총리가 된 뒤의 성적표만 보면 “이건 아니잖아?”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저는 작년 9월25일자 포스팅 ‘서울대→경제학과→미국 박사→교수님→총장님→총리후보 정운찬 신화에 대해’에서 이미 정 총리에 대한 언급을 한 번 했지만,
최근 정 총리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십니다. 분명 한국 역사-교육 발전에 큰 획을 그으실 것 같으십니다. 그 최대 공로는 바로 ‘서울대 수재도 별 것 아닐 수 있군’이라는, 일반인들은 전혀 몰랐던 팩트를 국민 마음 속 깊숙이, 널리널리 심어 주시는 공로일 것이라고 저는 감히 예상해 봅니다.
여태까지 정 총리의 히트 발언이 많았지만 최고 ‘히트작’은 아마도 지난 1월17일 정 총리가 대전에서 했다는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발언이 될 것 같습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법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모든 정치인, 그리고 이런 여야 간의 합의를 방치한 모든 국민을 ‘나라 거덜낼 사람들’로 몰아붙이는 망발입니다.
중간제목:
'나라 거덜낼 법' 만들어질 당시 서울대 총장이시며,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분이, 한마디 말씀을 안 하고 계시다가 이제 와서 왜?
그렇다면 그 역시 '나라 거덜낼 사람'?
더구나 이 법이 통과될 2005년 당시, 그는 국립서울대 총장이셨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분이셨다. 이렇게 막중한 자리에 계신 분이, ‘나라를 거덜낼’ 법이 통과되는 마당에 한 마디도 안 하셨다가, 이제 자기가 정부에 들어가 뭔가를 해야 할 시점에 오니 ‘거덜낼 법’이라는 흑색 선전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은 매우 똑똑하시고,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또 새로운 껍질이 나와 까는 사람을 놀라게 만드시는 대단히 심오하신 분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서울대 출신 중에 아주 대단하다는 사람도 실상 별 볼일 없을 수 있구나’라는 교훈을 오래오래 남기실 것 같습니다.
앞의 딴지총수님 질문처럼 ‘대체 정 총리에 대해 우리는 뭘 알아서 대선 후보로 호감을 가지고 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이 이제 나오고 있는 것이죠. 그 답은 바로 “우린 아무것도 모르면서 오직 그 사람의 학벌과 직위만 보고 대통령감으로 오해하고, 각 당에서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고 쑈를 했구나” 하는 것입니다.
학벌-직위 뒤의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시는
이명박 정권의 슈퍼하이리얼리즘
이렇게 남김없이 까발려 주시는 리얼리즘, 극도의 사실주의가 바로 우리가 이명박 정권에서 누리고 있는 진짜 혜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벌-직위에 주눅드는 사회, 그래서 스스로 좋은 학벌-직위를 갖기 위해 목숨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어른들, 자녀들에게 과외를 시키며 역시 좋은 학벌-직위를 갖게 하려 출혈 인생을 살고 있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이명박 정권의 슈퍼리얼리즘은 정말 큰 역사적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벌-직위로만 사람을 판단하면, 그렇게 판단하는 내가 거덜난다는 역사적 교훈을 더욱더 주시길 이명박 각하께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