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분위기 회사에선 '하던 일'만 하는 게 편해

행복하다고 느껴야 익숙한 일 지루해지고 새 일 찾게 돼

요즘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사업가가 없나’ ‘한국은 왜 소프트웨어 약소국인가’ 하는 질문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같은 정치-사회-기업 분위기로는 창의적인 인물이나 상품은 나오기 힘들고, 여태까지 잘 하던 일이나 계속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표트르 윈킬먼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과거의 즐거웠거나 슬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실내 음악도 이런 무드에 맞췄다.

즐거운 일을 회상하도록 시킨 그룹에는 경쾌하고 밝은 음악을 틀어 주고, 과거의 슬픈 일을 회상하는 그룹에게는 어두운 음악을 틀어 주는 식이었다.

우울한 사람은 먹던 음식 먹어야 마음 편하듯

이렇게 분위기를 조성한 뒤 연구진은 이들에게 별자리 모양처럼 보이는 다양한 무늬들을 보여 주면서 마음에 드는 무늬를 고르라고 했다. 그러자 슬픈 무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평소 자주 보는 익숙한 디자인을 주로 골랐다.

슬픈 기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낯선 무늬를 고르면서 새로운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는 식이었다. 우울한 사람은 입에 익숙한 음식을 먹어야 기분이 풀리며, 새로운 맛에는 전혀 도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앞선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반면 즐거운 기분에 있는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익숙한 무늬를 보여 주면 이들은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무늬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윈킬먼 교수는 “불행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낯익은 것에 매달리려는 자세를 보인다”며 “반대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전혀 새롭고 낯선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도태 협박으로 일하게 하는 한국 기업의 특징

한국의 기업 분위기를 말할 때 외국 전문가들은 흔히 ‘공포에 기반한 통치’를 한다고 지적한다. 유능한 사원이라도 언제나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입시키고 성과 경쟁을 시키면서 끊임없이 도태의 두려움을 상기시키면서 일을 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회사 고위층의 자살 등 사태도 이렇게 공포 분위기에 기반한 회사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공포 분위기는 똑같은 물건을 쉴틈없이 찍어내는 생산 경쟁에서는 유리하지만, 아이폰 같은 독창적인 제품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글이 근무시간 20%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이유

미국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이 일과 시간의 20%를 직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거나, 복장을 완전 자유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바로 ‘행복해야 비로소 창의성이 나오는’ 인간의 특징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연휴를 반납시키면서 일을 시키는’, 즉 ‘오래 일하면 뭐가 돼도 된다’는 공장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독창적인 CEO는 말할 것도 없고, 독창적인 제품-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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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기 직전에 최고 물건 만든다'는 역설 있는데

‘가장 아름다울 때 순식간에 지더라’는 말이 있다. 망하기 직전의 기업이나 나라가 반짝 광휘를 발휘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사진 평론가 마이크 존스턴은 카메라 렌즈로 이런 현상을 말했다. 4×5인치나 되는 대형 필름으로 사진을 뽑아내는 대형 카메라에서 최고의 렌즈가 나온 시기를 그는 2000년대 중반으로 꼽았다.

인류의 사진 역사상 카메라 렌즈로는 최고의 영상을 뽑아낼 수 있는 명작이 이때 탄생했지만 이미 세상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넘어간 뒤였다. 이래서 ‘사상 최고의 렌즈’는 그 최고 품질에도 불구하고 눈길 한번 못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한탄이다. 


몰락 직전에 광휘 뿜어냈던 유럽, 미국…, 그 다음은?

'몰락 직전의 반짝 광휘'라는 역설은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유럽은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초강대국들이었고,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만 해도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일방주의를 밀어붙이며 영원한 1등을 할 것만 같았다.

미국 애플이 만든 ‘아이폰’ 전화기 한 대가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을 하루가 다르게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몰락 전 반짝’ 역설이 계속 머리에서 감돈다.

미국이 만드는 ‘물건’이 보잘것없고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일본에 판판이 깨진다고는 한다. 그러나 영화 ‘아바타’, 그리고 아이폰을 통해 보여준 그들만의 장점은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 같은 폐쇄 사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만의 기발한 창조성,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정말 딱딱한 한국 사회-기업, 소프트 세계에서 설 자리 있나?

유일 초강대국이던 미국의 헤게모니 배경에는 물론 무시무시한 군사력이 있다. 그러나 세계인이 꼭 미국의 ‘큰 주먹’에 놀라 무릎을 꿇은 건 아니다. 미국 문화에, 할리우드 영화에 매혹돼 자발적으로 무릎에 힘이 풀린 경우도 많다.

이건 마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만드는 물건도 뛰어나지만, 그가 새 제품을 프레젠테이션하면 세계 언론이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대대적 '광고'를 해주느라 안달을 떠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 힘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의 바탕에는 미국 문화의 독특한 ‘너도 나도 모두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철학적 바탕도 있다. 미국의 파티 같은 데 가면 수입과 지위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남녀노소가 서로 이름(퍼스트 네임)을 부르며 스스럼없이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 앞에서는 너도 나도 그저 사람일 뿐이기 때문에, 비록 직장에서는 하늘 같은 상사라도 사석에서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도 있다는 장면이다. 논문으로 바쁜 대학원생을 대신해 교수가 심부름을 해주는, 지상 최고의 권위주의 국가 한국에서는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는 이유다.

하버드 졸업생을 ‘미스터 하버드’라고 부르며 우대하지만, 그렇다고 비(非)하버드 출신을 모두 바보·멍청이로 여기지는 않는 사회, 실패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찬스를 주는 부드러운 사회이기 때문에 ‘소프트 파워’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이 소프트웨어 지배하는 이유

‘물건’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일본도 아직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그저 미국을 따라갈 뿐이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그걸 돌리는 기계를 만들어 팔아먹는 수준이다. 물건만 잘 만들다가 궁지에 몰린 사례를 우리는 최근 일본 자동차의 위기에서 확인한다.

아이폰에서 볼 수 있듯 세상은 이미 ‘소프트’ 쪽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갔는데, 한국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핸드폰·LCD·반도체·선박을 만든다”며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요즘 한국 경제를 비추는 햇살은 너무 아름답지만, 바로 이 햇살이 망하기 전의 그 반짝 햇살은 아닐까라고 의심되는 것은 지나치게 걱정 많은 사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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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절대 못나와 ①: 대한항공 추락의 비밀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절대 못나와 ②: 번역 필요한 한국 말


경직된 상하 권위주의 때문에 미국인 비행담당자를 영입했던 대한항공.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대한항공 이야기를 하는 글래드웰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정말 절실하게 느낀 것은 “영어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한국어의 존대 체제를 다 번역할 도리가 없으므로 회장님에게도 더 쉽게 말할 수 있고(미국 사람처럼 “존”이라고 이름을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내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머리굴림-번역의 과정 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좀더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래위 질서를 세계 구성원리의 첫째로 치는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스티브 잡스나 애플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삼성은 절대로 애플의 ‘철학’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영어공용화론을 주장한 복거일 씨는 ‘경제적으로 잘 살려면 영어를 공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만, 저는 꼭 잘 사는 것보다는 ‘좀 가슴 펴고 살자’ ‘할 말은 하고 살자’는 차원에서 최소한 직장에서라도 영어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사장한테 한 마디라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제 아랫것들도 저에게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 하면서 골 때리는 건, 말이 옆으로만 돈다는 것이죠. 사장 주변을 도는 말과, 간부들 사이를 도는 말과, 사원끼리 하는 말은 거의, 절대로 섞이지 않습니다. 아랫것들의 불평 불만은 곪어 썩어 문드러져서야, 문제가 터지거나, 어떤 직원이 그만 두거나 할 때 같은 사건이 터져야 드러납니다.

“아니, 부장님, 이런 문제가 우리 회사에 있다는 것 모르셨어요? 우리끼리는 얼마나 많이 얘기했는데.”

어먹을. 니들 술자리에서 나를 끼워 주든지, 아니면 어젯밤에 우리끼리 이런 얘기했다고 말해 줘야 알지, 내가 무슨 수로 지들끼리 안주거리로 씹은 얘기를 안단 말인가?

그래서 한국 직장에서는 직급별로 층층이 다른 대화를 나누기에 회사는 항상 그 모양에 그 꼴이고,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기 쉽습니다. 공기가 안 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장 안에서 사소한 말도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스티브 잡스 같은 얘기를 합니까? 꿈도 꾸지 마세요. 

글래드웰은 썼습니다. 대한항공이 경직된 상하문제를 고치기 위해 영입한 미국 델타항공으로부터 영입한 데이빗 그린버그는 한국을 떠나면서 영원한 2등-3등인 부기장, 기관사를 미국으로 데려가 조종사로 일하게 했다고. 그리고 그들 한국인은 미국적 조직에서 훌륭한 조종사로 다 성공했다고.

그가 대한항공에 와서 처음 한 일도 기장-부기장이 영어를 배우도록 한 일이라고 합니다. 눈치 보지 말고 영어로 말하라!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복거일 식의 영어 공용화는 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직장에서는 영어를 허하라"고. 

"사장과 직원끼리는 영어로 대화하게 하라”고.

정부 청사나, 청와대에서도 서로 영어로 대화한다면, 지금처럼 될까요? 서로 말귀를 못 알아먹고, 각하의 말씀을 ‘알아새겨' 들어서, 발표했는데, 내용이 잘못 됐다고 모가지 친다는 사태가?

아, 영어로 말하고 시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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