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금속 근육사용

 

잠자리, 모기, 거미, 파리. 적진에 몰래 침투해 도청하고 촬영하면서 임무를 완수한다는 이른바 곤충 로봇모델이 만들어진 곤충들이다.

 

미국의 CIA와 유럽의 첩보 기관들은 이런 로봇곤충 개발 작업을 1970년대부터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로봇 박쥐가 등장할 차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농구로 유명한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와는 다른 대학) 연구진은 무게 6그램에 손에 쏙 들어갈만한 초소형 로봇 박쥐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MAV(micro-aerial vehicle: 초소형 비행체) 프로젝트의 하나로, 박쥐가 선택된 것은 날아다니는 동물 중 박쥐의 비행이 최고의 민첩성, 유연성, 경제성을 보이기 때문이란다.

 


현존 동물 중 최고 비행 실력 보유자는 박쥐

 

박쥐는 날개를 아래위로 휘저으면서 비행한다. 빛이 하나도 없는 좁은 공간에 여러 장애물을 설치해 놔도 박쥐는 용케 그 장애물을 모두 요리조리 피하며 날아다닌다. 따라서 박쥐의 이런 비행 방식은 자연에 존재하는 비행 방식 중 최고로 꼽힌다는 것이다.

 

큰 박쥐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나는 박쥐의 비행방식은 날개를 빠른 속도로 팔락거리며 나는 곤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동안 시도됐던 곤충형 초소형 로봇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바로 곤충의 비행 방식을 로봇에 적용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로봇 박쥐는 무게 6그램으로 깃털 정도 무게밖에 안 된다. 이렇게 무게가 가벼울 수 있는 것은 첨단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바로 원위치로 돌아오는 진짜 박쥐 같은 뼈와 관절

 

우선 로봇 박쥐의 뼈대와 관절은 모두 첨단 형상기억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이 합금은 박쥐 몸에서 연골, 인대, 작은 뼈가 작동하는 방식 그대로 움직인다. 즉 모양이 바뀌었다가 바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가진 것이다.

 

이런 형상기억 뼈대는 에너지 효율이 좋다. 예컨대 뼈대를 폈다가 접을 때 펴는 동작과 접는 동작에 각각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펼 때만 에너지를 공급하면 접는 동작은 형상기억 합금이 알아서하기 때문이다.

 

이런 첩보 벌레로봇 개발에서는 곤충의 관절-근육의 정밀한 움직임을 모방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가 돼 왔는데, 이런 특수합금 관절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로봇 박쥐의 몸을 둘러쌀 근육도 화제거리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이 금속 근육은 전기가 공급되면 실제 사람 근육이 수축되듯 금속 자체가 수축되면서 움직인다. 말 그대로 꿈틀거리는 금속이 근육으로 채택되는 것이다.

 


진짜 박쥐가 날듯이 날 수 있다

 

더구나 이 금속 근육은 전기자극을 받으면 수축하면서 동시에 전기를 통과시키는 성질도 일부 바뀐다고 한다. 센서는 이 금속 근육이 이처럼 수축하면서 전기 전도성도 바뀌는 두 가지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외부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로봇 박쥐가 비행 중에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면 로봇의 센서가 금속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이런 변화를 바로 탐지해 대응하므로 문제없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행 방식은 박쥐가 실제로 날 때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 박쥐 로봇은 첩보 로봇으로서 쓰이는 것은 물론 박쥐가 나는 방식을 공기역학적으로 연구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온갖 환경을 만들어 로봇 박쥐가 날게 함으로써 지상 최고라는 박쥐의 비행능력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 박쥐의 뼈대 모델이다. 제작자는 이 대학의 연구자 조지 번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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