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연구진, ‘meme’ 진화론에 근거해


온라인 뉴스
9천만 건 분석한 결과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가 제창한 문화의 진화현상으로서 밈(meme)이라는 게 있습니다. 문화적 현상도 유전자가 퍼지듯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가고, 생물체가 진화하듯 문화적 현상 또는 어떤 개념도 진화한다는 것이지요. Meme은 유전자의 ‘gene’과 모방한다는 의미의 그리스 말 ‘mimema’를 합성해 만들었다는군요.

 

도킨스가 밈의 예로 잘 드는 것은 야구모자 거꾸로 쓰기. 어느 날 어디선가 누군가가 야구모자를 챙이 뒤로 가도록 거꾸로 썼고, 그게 쿨해 보였는지 영국,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현상을 그는 밈의 전파와 변용의 예로 듭니다.

 

어쨌든 이런 밈 이야기는 여기저기 곧잘 나오는데 생물학적 유전자와는 달라서 이해하기가 썩 수월하지는 않죠. 유전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체가 있지만 밈은 그렇지 않아서 그런가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명문 코넬대학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밈을 추적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수십만 건씩 쏟아져 나오는 뉴스의 밈을 분석해 그 결과를 곧 발표한다니 관심을 가질 만도 하겠습니다.

 

코넬대 연구진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의 3개월 동안 영어권에서 쏟아져 나온 온라인 뉴스 9천만 건을 분석했답니다. 9천만 건! 대단한 숫자입니다. 온라인 뉴스에 대한 분석으로는 사상 최대라는군요.


 

주류 뉴스는 신속히 뜨고 신속히 사라져

2.5시간 뒤에 뜨고 더 오래 머무는 블로그뉴스와 차이

 

이들은 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특정한 단어들의 결합이 온라인 뉴스라는 광활한 무대를 어떻게 여행하고 다니는지를 컴퓨터로 추적했답니다.

예컨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누군가가
위기에 빠진 금융기관들을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구제하자라는 아이디어를, 즉 밈을 최초로 제시하면서 사용한 몇몇 단어의 그룹들이 어떻게 주요 일간지의 인터넷판 신문, 블로그 등으로 모방되면서 돌아다니는지를 추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지요.

 

9천만 건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얻어진 결론은 크게 두 가지랍니다. 하나는 아직도 뉴스의 생산과 소통에는 주류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밈 형태로 여러 언론사가 베껴 쓰고 변형해 쓴 기사의 96.5%는 주류 언론의 기사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서 출발해 소통된 뉴스는 3.5%에 불과하다는군요.

 

또 다른 특징이라면 주류 언론에 새 기사가 뜬 뒤 약 2시간30분이 지나면 블로그 등에서 모방 기사나 관련 기사가 뜨기 시작한답니다.

 

주류 언론 기사는 밈 형태로 여기저기서 받아 쓰면서 유통되지만 생명이 짧은 게 특징이라고 하네요. 새 기사가 밀고 올라오니까 뉴스(news)가 아닌 올즈(olds)는 신속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형태로 모방-변형되는 뉴스를 컴퓨터로 추적

 

반면 2시간30분 시차를 두고 떠오르는 블로그 글들은 생명이 좀 더 길답니다. 블로그 글에 대해 트랙백이나 댓글 등이 달리고 논쟁이 오가면서 조금 더 관심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류언론의 뉴스든, 블로그 뉴스든, 특징은 바로 사라져 주는 것이랍니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 탓에 구문(舊聞)은 오래 관심권 안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뉴스의 삶을 보는 것 같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어떤 밈이 출현했을 때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는 진영 사이에서 이 밈이 어떻게 오가는지를 분석해 볼 계획이랍니다. 뉴스가 받아들여지고 변형되는 과정에서 상반되는 정치적 입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겠다는 것이죠.

 

구름 잡는 얘기 같은 밈 학설이 이처럼 컴퓨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구체적 숫자의 형태로 눈앞에 제시된다니 문화의 진화론이랄까 하는 분야의 연구에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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