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도는 바깥 사람이 더 잘 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언제부터 대기업이 국민 훈도하는 선도부 됐나?


요즘
TV만 켜면 나오는 현대자동차의 공익성 광고는 정말 왕짜증입니다.


이문세 목소리로 나오는 멘트, ‘세계가 아는 대한민국은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잘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 IMF 경제 위기를 2년 만에 극복하고 … 대한민국은 훨씬 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아, 역겨워. 그리고 이런 역겨움은 이 멘트가 거짓말이기 때문에, 리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우리나라가 잘 나가는지 잘 안 나가는지는 '안에 있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거 아닙니까?

고통이나 행복을 안에 있는 사람보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더 잘 느낄 수 있습니까? 물리적으로 외부자가 느낄 수가 있기나 한 건가요? 


나라 전체의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외국인이 칭송을 해도, 그 안에 사는 국민이 '돌아가실 지경'이라고 한다면 죽을 지경인 거지, 어떻게 미국이나 유럽인이 "너희 나라 참 대단하다"고 하는 순간 국민들은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어야 한다는 겁니까?


국민 수준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런 '선도부 광고'를?

이런
사대-매판 자본가 같은 소리도 듣기 싫지만 이 광고가 더욱 괴씸한 것은 국민의 수준을 도대체 뭘로 알고 이 따위 소리를 하냐는 것이죠.

국민들을 반편이, 반쪽이, 제대로 생각 못하는 바보, 천치로 알지 않는다면

"행복한 줄이나 알어, 이것들아~"

같은 말은 쉽게 하기 힘들죠.


반편이 국민이기에 황금시간대에 수십 번씩 "이 머리 나쁜 것들아"라면서 반복 주입식 교육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해외에서 오래 살다 왔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국민의 얼굴에 대고 욕하는 광고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광고가 바로 한겨레신문 에세이스트 김현진 씨가 말하는 "속을 후벼 파기 위해 만든 광고"이겠죠.   


공적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바꿔 버리는 광고

그리고 이런 광고가 괘씸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광고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뭡니까?

바로 "객관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데 너희들 생각이 이상해서, 눈이 삐어서 그렇다"는 것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 공적 문제를 없는 것으로 쓱쓱 지우면서 모든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바꾸는 것이죠. 즉 "니들 시각만 고치면 아무 문제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요술방망이처럼 우리가 정신만 차리면 한국은 지상낙원이 된다는 소리지요.

이렇게 문제를 짓뭉개봐야 문제는 계속 썩어들어가게 됩니다.


국민 가슴 후벼파기 위해 만드는 광고는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국내 1-2-3등인 초대형 기업이 하는 이미지 광고는 그냥 편하게 하면 됩니다. 어차피 이미지 광고인데 왜 엄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국민을 훈도-선도 하려 듭니까? 언제부터 현대자동차가 국민 선도부를 맡았습니까?

대기업 이미지 광고의 대표 선수라면 코카콜라 광고가 있을 것입니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그저 "우리 코카콜라, 없어지지 않고 여기 있어요~"라는 메시지만 주는 게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입니다. 

그래서 코카콜라 광고는 재미있고, 즐거운 이미지 광고를 합니다.

미국 대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저 피식 웃고 지나가게 만드는 광고지, 광고에 '국민 혼내는 메시지'를 넣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대기업 공익 광고가 더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촉구하지 못한다면,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냥 조용히, 티나지 않게, 기분 상하지 않게,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광고나 보여 주세요.


국민들 욕보이고, 국민 속을 뒤짚어 놓는 이상한 헷소리 좀 그만 하시고.

관련 포스팅: ‘재춘이네 조개구이’ 광고가 기분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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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박지르는 "편안한 줄 알아, 이것들아" 광고는 이제 그만


요즘 TV를 보면 SK그룹의 광고 ‘당신이 행복입니다’ 어머니 편과 아버지 편이 나옵니다.


어머니 편 광고는
재춘이네,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같이
자식이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쓰는 소박한 사람들의 얘기를 보여 줍니다.


광고 멘트는 이어집니다.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게 아니다.

… 자식의 이름으로 사는 게 그게 엄마 행복인 게다 …’


이 광고가 편안한 건,
자기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아들 이름에 ‘네’자 하나 더 붙여 불리는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미화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화면에 나오는 시골 가게들도 너무 전원풍이고 소박해서 좋습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억지 주장 하지 않아야 편해

이 광고 시리즈가 기분 좋은 것은 억지 주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봐 왔고 잘 아는 얘기를 그저 좋은 화면과 좋은 멘트로 보여 주는 데 그치기 때문이죠.

어차피 한국에는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는 사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믿을 것은 이 몸뚱이 또는 내 손 안의 돈-아파트, 또는 가족의 지원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가족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잘 맞죠. 


이렇게 메시지가 사실과 부합돼야, 즉 그럴 듯 해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벙찌지 않게 됩니다.

관련 포스팅: 왕짜증, 현대자동차 공익(?) 광고



<따박따박 책 읽어내는 북손탐의 재밌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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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포르투갈처럼 종교심 두터울수록 사회혼란 심해

종교 떨처버린 세속화 국가들, 사회 건강도 최고

 

종교인들은 흔히 말하죠.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사람은 신을 믿도록 돼 있다는 이 말에 많이들 동의하실 겁니다.

곤궁에 처해 제발 살려 주세요라며 누군가에게 빌어본 경험은 누구나 있기 때문입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신을 믿는 마음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편안한 상태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본성이 더 잘 나타날까요, 아니면 본성이 방해 받아 잘 발현되지 못할까요? “잘 발현된다가 맞겠죠?

 

편안한 나라들이라면 유럽의 복지 국가를 우선 들 수 있죠. ‘자본주의 정글이라는 한국처럼 시뻘건 눈으로 돈을 쳐다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나라들이죠.

애를 나면 정부가 양육비를 대 주고, 남녀 평등이 완전히 실현돼 여자들은 직장 탁아소에 애를 맡기고 일할 수 있고, 높은 국민소득에 완벽한 복지 혜택으로 국민들이 걱정 없이 사는 나라들입니다.

 

종교심이 본성이라면 편할수록 더 발현돼야 할텐데

 

종교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이런 나라들에서 기독교가 더 성해야 하죠.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유럽 기독교의 쇠퇴가 하도 심해 바티칸 교황청이 유럽 사람들이 이렇게 탈기독교화 돼서는 안 된다고 한탄했을 정도니까요.

 

서구 산업국 중 마지막 남은 기독교의 보루, 미국에서도 기독교가 쇠퇴하는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가 작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0년과 비교할 때 2008년에 신을 안 믿는 미국인은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 10일 미국 사회학 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은 종교가 평화보다 갈등을 불러온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1998 3분의 1에서 작년 3분의 2로 늘어났답니다. 미국인들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거죠.

 

관련 기사: 미국인, 종교 덜 믿고 교회 덜 나가기 시작

 

사람이 제 정신을 차리면 이렇게 종교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것을 유럽의 기독교 역사는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국민의 종교심과 국민의 행복도를 비교한 연구가 또 하나 나왔네요. 이번에는 직함도 대단한 프리랜서 고고학자그레고리 폴(Gregory Paul)이 학술지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729일자에 실은 논문입니다.

 

이 사람은 프리랜서 고고학자이면서 삽화도 그리는데 이 사람의 생각이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에 영향을 미쳐 유명한 주라기 공원이 탄생했다고 하네요. ‘프리랜서 고고학자라 불리는 사람이 이렇게 논문도 발표하고 학계에서도 인정을 해 주는 나라, 좋은 나라죠.

 

여유 생기고 국민 머리 깨면 종교 빠이빠이

 

그의 논문은 여러 나라를 종교심과 사회혼란이란 기준으로 비교한 것입니다. 종교심과 사회혼란은 정확히 비례한답니다. 미국이나 포르투갈처럼 종교심이 높은 나라일수록 살인, 폭력범죄, 성병, 실업자, 빈곤층, 10대 임신, 낙태 같은 사회 혼란상이 심하다는 거죠.

 

반대로 국민들이 종교에서 멀어진 나라, 즉 세속화가 심하게 이뤄진 나라일수록 사회적으로 추접스런 일들이 없어 아주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21세기의 종교 대국, 한국이 포함됐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한국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네요.

 

저자 폴은 국민들이 스스로 밝힌 신앙 정도, 기도를 하는 습관, 교회 예배 참석률 등을 기준으로 각 나라 국민의 종교심을 파악했습니다. 또한 사회의 건강도는 25개 기준으로 파악했다는군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는 형편이 충분히 좋은 나라에서 인구 대다수가 종교심을 쉽게 떨쳐내는 현상을 보면 신을 믿는 마음이 인간의 본성이란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종교는 혼란스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편

 

또 그는 사회혼란이 심한 나라일수록 신도가 많은 이유에 대해 혼란스러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종교를 믿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들어본 얘기죠. 옛날 칼 마르크스가 했다는 바로 그 종교는 마약론입니다.

 

종교는 마약론은 한국에는 적용이 될까요, 안 될까요. 국민을 때려잡는 정부, 신문만 펼치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지도층의 비리와 이상한 행동들, 사회안전망이 거의 제로여서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사회 시스템. 한국인이 종교에 심취하는 이유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네요.

 

두터운 종교심과 혼란스러운 사회. 많이 들어본 소리죠. 이런 양상은 미국에서 잘 나타납니다. 미국은 과거 남북전쟁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동-서 해안 지대의 개명화된 주들, 그리고 중앙의 시골 주들,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뉜 나라죠.

 

미국의 빨강색 주와 파란색 주도 마찬가지

 

선거 결과를 보면 해안 도시들은 거의 항상 민주당을 지지해 파랑 색이고, 가운데 주들은 공화당을 지지해 빨강색으로 표시되죠. 오른쪽 그림은 2008년 대통령 선거 결과입니다.

그리고 종교를 아주 열심히 믿은 이 빨강색 주들의 범죄율이 훨씬 높습니다.

 

종교심이 두터우면 사회가 조용해질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의 미국의 가운데 주들에서 나타나고 있고, 미국 전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이 한반도에선 언제나 북구 나라들처럼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면서 정신을 차리고 너무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 봅시다라고 세속화된 대화를 할 날이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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