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미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26 청년 꿈 꺾는데 최고는 “냉혹한 미래”라는데… 4

어릴 때부터 줄세우기로 냉혹현실 매일 경험하는 한국 청소년들
젊은이들의 꿈을 이렇게 짓밟는 나라가 어떻게 잘 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했어야 할 실험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은 미국에서 했네요. 학생들의 꿈을 꺾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했답니다.

 

연구는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꿈을 접느냐는 거고, 연구의 목적은 학생들의 기를 일부러 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연구한 교수도 학생들의 꿈을 꺾지 않게 조심한다고 말했으니까요.

 

과정도 흥미로운 실험 내용을 한번 볼까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패트릭 캐롤 교수 팀은 대학원 학생 모집 광고를 냈습니다. 경영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석사 과정을 개설한다고 광고를 내면서 졸업하면 고소득이 보장된다고 구라를 쳤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생길 계획은 없었고 실험을 위해 지어낸 거랍니다.

 

고소득이라는 광고에 쏠려 많은 학생이 지원했죠. 연구진은 지원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들의 꿈을 꺾어 보려 노력했답니다.

학생들의 희망을 꺾으려 노력해 봤더니...

 

첫 번째 그룹에는 넌 학점이 모자라 안 된다고 공갈을 쳤답니다. 각 학생이 제출한 학점보다 단 0.1학점 위가 커트라인이라고 통보한 거죠. 예컨대 학점이 3.3점인 학생에게는 커트라인이 3.4점이다. 0.1점만 학점이 좋았어도 됐을 텐데라고 약을 올린 것입니다.

 

두 번째 그룹은 약간 더 높은 강도로 통보를 받습니다. “너는 학점도 안 되는 데다가 자질도 별로기 때문에 입학할 수 없다고 자질시비를 걸은 것이죠.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다른 차원의 방해를 받습니다. “이 과정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너는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것이며, 설사 겨우 마친다 해도 실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경영심리 전문가로 활동 못 하고 일반 회사에 취직해 허접스런 사무나 보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을 것이라고 겁을 준 것이죠.

 

이렇게 겁을 주면서도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품도록 하는 트릭을 하나 섞어 넣습니다. “넌 기본적으로 안 되지만 입학 사정관이 무른 사람이니까 혹 모른다는 암시를 준 것이죠.

 

이렇게 각기 다르게 통보를 한 뒤 연구진은 학생들을 만나 꿈을 얼마나 접었는지를 살펴 봤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첫 번째
,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은 학점이 모자라 안 된다’ ‘넌 자질이 안 된다라고 통보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통보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의 시력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여러 사실 중 자기에게 이로운 정보(입학 사정관이 무르다는)만 받아들이고 나머지(학점, 자질)는 무시하는 인간의 특징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용감무식하게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절대로 꿈을 접지 않는 특징을 사람은 갖고 있다는 것이죠
.

 

그러나 냉혹한 현실에 대해 들은 세 번째 그룹 학생들은 달랐습니다. 고생해 봐야 쥐꼬리 월급을 받을 코스라면 진학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희망을 접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연구진들은 젊은이들이 꿈을 접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 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연구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참 미국 사람들은 안 해도 될 연구를 하는구나하는 싶더라구요. 냉혹한 미래를 보여 주면서 젊은이들의 기를 확실하게 꺾는 나라는 한국만한 데가 없기 때문이죠.

한국의 학교 = 꿈을 짓이기기 위한 공간?

 

반에서 성적 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도 모자라 전국 모든 학생들을 반드시 줄을 세우고야 말겠다고 날뛰는 태도는, 어린 학생들에게 냉혹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려는 것 말고는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겨례신문에 칼럼을 쓰는 김현진 씨의 그래도 언니는 간다라는 책을 보면 그녀가 다니던 여고에서는 출석도 성적 순으로 불러 공부 못하는 애들에게 창피를 주고, 또 청소는 공부 못 하는 애들에게만 시켜 장래의 쓰라릴 경험을 미리 시키는 배려까지 하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일이 선진국에서 벌어지면 바로 소송감이고 사법부가 정의를 찾아 주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기대도 못합니다. 답답해 미칠 노릇이죠.

 

어른들이 이렇게 청소년의 기를 죽이지 못해 발악을 하는 나라는 정말 한국 말고는 찾기 힘들 것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애들 기를 죽여서 뭘 얻으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말 잘 듣는 바보들'이 수구꼴통들에겐 바람직한 인간상인가 보죠?

 

이렇게 모든 국민을 멍청이 만드는 교육을 하면서도 공익광고는 너의 코리아는 나의 코리아보다 나을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합니다. 냉혹한 현실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자라 모든 꿈을 접어 버린 사람들이 만드는 나라가 어떻게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겠습니까?

참 한심한 현실이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