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감 느끼는 뇌 작용 방해 받으면서

배 꽉 차도 뇌는 멈추지 말고 계속 먹어명령

 


옛날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무서워진 얘기 하나 해 볼까요? 80년대 제일제당(지금의 CJ그룹)에 근무했던 사람의 말입니다.

 

가끔 회사로 전화가 오는데 요즘 설탕이 왜 이 모양이냐는 전화지. 설탕에 뭘 탔길래 예전만큼 달지 않냐는 항의였어.”

 

도대체 제일제당은 설탕에 뭘 탔길래 설탕 맛이 덜 달게 됐을까요?


설탕이 더 이상 달지 않게 된 현대인 입맛
 

정답은 설탕이 달라진 게 아니라 사람들 입맛이 달라진 거죠. 단 맛이라야 참외 정도로나 맛보던 사람들이 순도 100%의 설탕, 즉 단 맛의 폭격을 처음 경험할 때만도 해도 그야말로 환장할 것처럼설탕 맛이 달았는데, 설탕을 자주 먹다 보니 어느새 그 설탕 맛이 덜 달아지게된 것이죠.

 

설탕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들이 사실 지금껏 인류가 살아 오면서 먹지 못했던 음식들이 태반입니다. 석기 시대에도 사람은 단 맛과 고기 등을 먹었겠지만 지금처럼 대량으로, 쉬지 않고 설탕과 기름기를 뱃속으로 마구 밀어 넣은 적은 그야말로 사상 최초일 겁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댈러스의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쇼킹한 뉴스가 나왔네요. 햄버거, 아이스크림 같은 고지방-고설탕 음식을 먹으면 뇌가 이상해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쥐 실험으로 이런 사실을 증명했지만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랍니다.  

 

연구 내용을 한 번 봅시다.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똑 같은 열량의 먹이를 주되, 내용을 다르게 합니다. 첫 그룹에는 동물성 지방산을, 두 번째 그룹에는 식물성 지방산을,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올리브유와 포도씨기름에 많은 올레인산을 각각 먹였답니다.



동물성 지방산 먹은 쥐는 멈추지 못하고 계속 먹어
 

그러자 세 번째 그룹은 양만큼 먹고 식사를 그쳤지만 첫 번째-두 번째 그룹은 쉬지 않고 계속 먹었고, 이런 현상은 지방산을 먹은 첫 그룹에서 가장 심했다는 거죠.

 

결국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이제 그만 먹는기능이 망가진다는 거죠. 이런 현상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렙틴, 그리고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슐린의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어난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렙틴은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하며,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데, 이 두 호르몬이 동작그만 상태에 들어가면 배가 계속 고픈 상태가 된다는 것이죠. 배는 꽉 찼는데도 뇌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느껴 계속 먹게 되는 현상입니다.

 

더욱 겁나는 건 햄버거, 아이스크림 같은 불량식품을 먹은 뒤 잠깐만 이런 상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며칠 동안 계속된다는 겁니다.

 

주말에 잘 먹은 사람이 월요일 특별히 덜 먹은 게 없는데도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게 바로 이런 작용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를 이렇게도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고지방-고설탕 식품은 원래 드물고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석기 시대 때 이런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뇌는 아무리 배가 부르더라도 일단 계속 먹어 두어라고 명령했다.



구석기인처럼 먹어야 건강에 딱 좋다는데 우리는...

구석기 시대 인간처럼 채집한 과일
, 채소를 위주로 먹으면서 어쩌다 한 번씩 사냥한 고기를 먹으면 건강에 최고로 좋다고 하죠. 바로 구석기식 다이어트 법입니다. 이런 다이어트를 지도하는 책도 나와 있죠.

 

몸에 좋은 구석기식 다이어트와 비교한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정말 괴기스러울 정도입니다. 소금과 조미료 범벅인 식당 음식들, 이가 아릴 정도로 단 음식-과자들, 그리고 하루도 쉬지 않고 기름진 고기를 먹어대고 있으니.

 

하여튼 이 연구 이외에도 햄버거, 설탕이 몸에 안 좋다는 연구 결과는 수도 없이 많죠. 그런데도 햄버거 집은 문전성시로 장사가 잘 되고, 밥 먹은 뒤 단 음식을 안 먹으면 식사를 덜 마친 것처럼 느껴지니 참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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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은 좋은 장내 박테리아 보관했다가 유사시 공급하는 곳

꼬리뼈는 근육-인대 연결되는 주요 부위

 

위생상태 개선으로 맹장이 할일 없어져 맹장염 생기는 것

 

맹장을 아직도 퇴화기관(옛날에는 쓸모가 있었지만 지금은 쓸모가 없어진 몸의 기관)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 소식을 보니 맹장은 절대로 퇴화기관이 아니라는 겁니다. 분명 쓸모는 있는데 사정상지금 개점휴업중인 게 맹장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농구 명문으로 유명한 미국 듀크대학의 외과의사 윌리엄 파커 교수는 진화 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내가 2년 전 이미 맹장은 쓸모가 있는 기관이라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의학 교과서가 맹장을 쓸모 없는 기관으로 적어 놓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네요.


예전엔 바빴던 맹장, 요즘은...

 

그가 밝힌 맹장의 기능은 좋은 장내 박테리아 모아 두는 곳이랍니다. 음식물이 항상 지나가는 소장과 대장의 터널에서 비켜난 자리, 은신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맹장은 이렇게 좋은 박테리아를 모셔 놓고 있다가 심한 배탈, 설사 등이 나 장내 좋은 박테리아가 휩쓸려 나갔을 때 이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가 다 있죠.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 그리고 쥐 종류의 70%가 맹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용도가 있기 전에야 이렇게 많은 동물 종이 맹장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들 동물에서 맹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할일 없어지면서 맹장염 같은 문제 생기기 시작

문제는 왜 사람에게만 맹장염이 주로 생기냐는 것입니다. 동물들은 맹장이 있어도 맹장염이 잘 안 걸리는데 왜?

 

파커 교수를 이를 설명하는 방식이 또한 걸작입니다. 그는 맹장이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지만 더 이상 힘을 쓸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산업화로 더럽고 세균이 많이 묻은 음식을 먹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수돗물을 마시고 하수도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배탈 날 일이 거의 없어졌으니 맹장이 기껏 좋은 박테리아들을 모시고 있어 봐야 쓸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할 일이 없어진 맹장 속의 박테리아들이 심통을 부리는 통에 맹장염이라는 현대인의 질병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서양에서 처음 맹장염이 학계에 보고된 것이 1886년이라고 Wikipedia.org의 맹장염 항목이 전하고 있으니 사정을 알 만 하죠.


자가면역 질환, 알레르기도 면역체계 '할일없어' 생긴 병

 

파커 교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제가 항상 품어 왔던 한 가지 의문도 풀리네요. 봄마다 궁금해지는 것은 아니, 나무도 별로 없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꽃가루가 날린다고 알레르기에 걸리면, 그럼 숲 속에 파묻혀 살았던 원시인들, 아니 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시골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봄만 되면 알레르기에 혼쭐이 나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 스스로 가끔 훌쩍거리면서도 알레르기 질환은 현대인의 엄살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지요.

 

그러나 파커 교수는 현대인에게만 있는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인체의 면역세포가 자기 몸의 한 부분을 외부의 적이라고 생각해 공격하면서 일어나는 질병.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대표적) 등이 모두 이렇게 할 일이 없어진 인체 기능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체의 면역 기능이나 맹장은 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끊임없이 쳐들어 오는 외부의 세균 적들 때문에 잠시도 쉴 틈 없이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개점 휴업 중인 경우가 엄청 늘면서 제 몸을 자기가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억지로라도 인체 면역기능 활동하도록 해 줘야 문제 없는데...

 

현대인의 비만, 운동부족도 모두 마찬가지죠. 옛날 교통수단이 없을 때는 수십 리를 걸어야 했기에 다리가 튼튼하고 운동부족, 성인병이 있기 힘들었지만 산업화 때문에 사람의 몸은 편해졌지만 속으로는 망가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파커 교수는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강제로라도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일시키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죠.

면역체계나 맹장처럼 진화적으로 활발히 일해 왔던 인체 기능들을 일부러라도 일을 하게 해 줘야 지금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구석기인처럼 먹고, 그들처럼 움직이자는 구석기 다이어트법도 있지만, 산업화와 함께 점점 몸을 놀리면서 병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맹장 처음 생긴 것은 8천만 년 전

 

파커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맹장에 대한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맹장이 처음 생긴 것은 8천만 년 전이며, 큰 진화를 두 번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사람을 포함하는 영장류, 쥐 종류에서 한번, 그리고 캥거루 같은 유대류(배 주머니로 새끼를 키우는 동물들)에서 한번 큰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맹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퇴화기관으로 여겨졌던 꼬리뼈도 최근에는 그 용도가 밝혀지고 있죠. 꼬리뼈에는 여러 근육과 인대(힘줄)이 붙는 장소이기 때문에 꼬리뼈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겁니다.

 

맹장과 꼬리뼈의 복권과정을 보면, 잘 모르면서 함부로 쓸모없는 놈이라고 멸시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읽는 북손탐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재밌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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