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2.20 무한도전, 뉴욕 좀 그만 가라 1
  2. 2010.01.13 나는 '디자인 서울’이 싫어요 2

우선 재미없다. 그리고 콘셉트가 말이 안 된다. 뭐하러 타임스퀘어 가서 홍보 하고, 쑈 하고 그러나?  그런다고 뉴욕 사람들이 코방귀나 끼나?

뉴요커들이 미국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일 뿐인데....  

내가 뉴요커라면 뜬금없이 나타나 "한국의 뭘뭘 아느냐"고 묻는 외국인 코메디언이 있다면 귀찮기 짝이 없을 것 같다.

뉴욕 같은 세계 도시에는 사실 세계의 모든 것이 다 있다. 내가 살던 LA에도 아르메니아인 마을이 따로 있고, 또 태국 마을이 따로 있는 등 세계 사람이 모여 사는데.... 외국 문화가 뭐 그리 미국 대도시 사람에게 신기해 뵈겠는가?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 홍보 한다고 쑈 해 봐야 그냥 불쌍할 뿐이다. "얼마나 후진 나라, 문화길래 저렇게 가두 홍보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만 들고...  

현지 홍보도 일본을 좀 배워라. 미국에서 열리는 여러 외국 행사 중 가장 인기 좋은 게 일본 관련 행사다. 중국 행사도 그 다음으로 인기 있는 것 같고....   아프리카 행사는 특이해서 인기 좋고....

일본 사람들은 '무한도전'처럼, 뜬금없는 돌발 쇼 하지 않는다. 가령 '일본 문화 주간'을 설정하면, 미국 기관하고 협력해 몇 달 전부터 준비하며, 그러면 미국의 '일본 광'들은 그 행사에 자원봉사를 못해 안달이다. 

그러면 행사는 '일본에서 온 일본인 +  미국에 사는 일본인 + 일본에 환장한 미국인'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가 된다. 현지 미국인들이 적극 참여하므로 홍보도 절로 되고, 관람객도 많다. 

뉴욕타임스에 '엄청난 돈을 내고' 비빔밥 광고 내고, 독도 광고 내고.... 다 웃기는 얘기다. 그런 광고가 도대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겠는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관련 행사들은 수십년 묵은 것들이 많다. 장난스레 '난장 식'으로 하는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 광고처럼 일회성도 아니다.

연 만들기 같은 주제를 잡아 몇년이고 몇 십년이고 꾸준하게 행사를 진행하면 미국인 애호가들이 절로 생기고 그 도시가 자랑하는 문화재가 된다. 이렇게 꾸준한 행사는 현지에서 행사비 조달도 되기 때문에, 뉴욕타임스 광고처럼 '생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

무한도전은 그간 몇번 미국에 가서 잔재미는 봤지만, "이제 그만"이다.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다. '한국 좀 알아 주세요'라는 구걸 좀 그만 하자.

문화나 홍보라는 게 구걸로 되는 게 아니고, 우선 상대방을 감질나게 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명지대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의 김정운 교수는 한식과 일식의 차이를 '너무 푸짐하게 내 줘서 다시 만날 필요가 없는 여자'와 '항상 모자라게 주기 때문에 꼭 다시 만나야 하는 여자'로 절묘하게 비교했다.

마찬가지로, 뉴욕 사람들에게 푸짐하게 퍼주기, 이제 좀 그만 좀 해라. '문화 구걸' '홍보 구걸'이 창피하지도 않냐?
Posted by
,

땅 파고 불 심는 '겉멋 번지르르' 삽질, 언제까지 하려나

‘세계의 디자인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서울을 가꾸는 사업이 도시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청계천을 가보나, 최근 실개천 디자인 혁신을 마쳤다는 대학로를 가보나, ‘디자인 서울’의 알맹이는 ‘토건 디자인’인 것 같다.

보도의 일부분을 잘라내 실개천을 만드는 사업이 대학로 사업을 필두로 서울 전역에서 실시된다고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역시 땅을 파 등불을 집어넣어 형형색색의 광선을 위로 뿜어내는 스타일이 많은 것 같다.


CNB뉴스와 자매지 주간 CNB저널은 지난해 11월10일과 12월4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학로 보도에 설치된 실개천에 보행인의 발이 빠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에 따라 서울시와 관할 종로구청은 12월 중에 문제의 실개천 구간을 유리 덮개로 덮는 보수 공사를 한 바 있다.

작년 11월 대학로 도보를 파고 실개천을 조성한 모습(왼쪽)과 보행자 부상이 잇달자 한 달 만에 뚜껑을 덮은 모습. 총공사비 36억원이 들었다니 적어도 몇 억짜리는 되는 '덮개'다.

이런 실개천 사업이 이번에는 남산 순환 산책로에서 진행 중이다. 산책로 도보의 일부분을 잘라내 실개천으로 꾸미면서 보도가 좁아지자 남산에서 마라톤 연습을 해온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는 어쩌라고” 걱정하고 있으며, “봄 벚꽃놀이 때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어깨를 부딪치며 다니는 길인데 보도를 좁히면 어쩌냐”는 걱정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중앙일보 1월12일자가 지적했다.

디자인도 좋고, 실개천도 좋다. 문제는 과연 서울이 그런 디자인이 필요한 곳이냐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어디를 가나 ‘미어터지는 게’ 기본이다. 서울로 향한 일극집중화 때문이다. 사람들이 계속 지방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에 서울 중에서도 강남권과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권은 더 이상 인구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전깃불 휘황찬란'은 상업지구 특징인데, 왜 서울 전체를 상업지구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상업지구가 당연히 발달하게 돼 있고, 상업지구의 특징은 ‘휘황찬란’ 한 마디로 요약된다. 밤새 명멸하는 불빛이 시가지를 점령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유서 깊은 관광도시에서 ‘휘황찬란’한 곳은 대부분 상업 지구다.

현재 서울시가 하는 디자인 작업을 보면 서울의 거의 전역을 형형색색 전기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이미 넘치는 상업지구로 어지러울 지경인데 왜 더 불빛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또 어쩌다 한 두 곳이면 모를까 도처에서 왜 땅바닥에서 불빛이 위로 뿜어져 나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 물어보자. 처음부터 황무지에 철저한 계획도시로 만들어졌고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미국의 수도이자 ‘디자인 도시’인 워싱턴 DC의 그 어디가 그렇게 휘황찬란한가? 워싱턴의 그 어느 곳도 땅바닥에서 전깃불빛이 뿜어져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그 찬란한 건축미로, 그리고 미국 역사를 장식하는 스토리로 전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당긴다.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로 정해진 지 600년이 넘은 도시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과밀-과도 개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서울이 끌리는 도시가 되려면 우선 과밀화 해소로 도시가 숨을 쉬게 만들면서 서울의 스토리-이야기로 세계인을 당겨야 할 텐데 웬 삽질 일색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휘황찬란한' 서울 만드면 안 되나?

우리가 유럽에, 미국 워싱턴-뉴욕에 관광하러 갈 때 과연 네온사인 빛을 보러 가는가? 이들 도시들은 모두 불빛이 아니라 ‘역사가 휘황찬란한’ 도시들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대단한 쇼핑 지구가 있지만 세계인을 끌어당기는 것은 눈물 나도록 고색창연한 밀라노 대성당이지, 그 옆에 빌붙어 있는 백화점이 아니지 않은가.

한때 홍콩이 휘황찬란한 쇼핑의 도시로 손님을 끌었지만 세계 무역이 자유화된 지금도 그런가? 서울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디자인 서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삽질 디자인 도시는 제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뭔가 겉으로 만들어내는 행정은 다음 선거에 유리할지는 모르겠다. 또 삽질을 하는 과정에서 돈이 풀리니 업자들도 좋아할 것 같다.

이렇게 서울의 피부를 마구 긁어 뜯기 전에, 전 지역에 ‘땅바닥에서 기어올라오는 전깃불’을 설치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나 봤는지 모르겠다. 아, 숨 막혀.

Posted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