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수정안을 서울 시민 대다수가 지지한다고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정운찬의 세종시 수정안....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십니까? 

이번 수정안의 절묘한 점은, 포인트는, "땅값"에 있습니다. 한번 살펴 볼까요?

이명박 정권은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사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이에 화답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세종시 입주를 발표합니다.

그림 좋습니다. 그죠? 나랏일을 걱정하는 대통령에, 역시 국가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재벌 회장님에....

그러면서 입주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왜냐면, 조 단위의 투자를 해야 하니까) 조성원가 227만원인 세종시 땅값을 40만원 정도의 파격적인 값에 공급하겠다고 정부는 밝힙니다.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 주시는 재벌 회장님과, 이에 화답해 크게 한턱 쏘시는 대통령님.... 감격스럽습니다. 

'부동산 투자'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는 땅값 작전

땅값 깎아준 비율이 무려 84.6%나 되니, 부동산 투자 치고는 이만한 장사가 없습니다.

왜 다 아시잖아요? 부동산-땅 장사는 "살 때" 이문을 남겨야 합니다. 살 때 이문을 남기면 절대로 밑질 수가 없고, 시간이 지나 땅값이 오르면 그야말로 '대박장사'가 꽃피는 거죠.

이번 세종시 수정안에서 재미있는 것은 삼성-롯데-웅진-한화가 조성 원가의 5분의 1도 안 되는 헐값, 아니 똥값으로 땅을 사면서도,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모양새는 '정부의 성화에 못 이겨'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바로 이번 세종시 대난리, 세종시 빅딜의 참맛-깨소금맛이 숨어 있습니다.

정부안은 세종시 완공일을 당초의 2030년에서 2020년으로 10년이시나 앞당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0년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일자리도 없는데....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역시 우리 대한민국은 달라.

전국 신도시의 땅을 재벌 품에 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런데 진짜 그림은 2020년이라는 숫자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 언제인지 다들 아시죠? 2012년입니다. 2020년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시점에 현재의 이명박 정권 사람들은 청와대를 떠나고.....  다음, 아니, 그 다음 정권이나 돼야 세종시 삽질은 끝나게 돼 있습니다. 

자, 올해 84.6% 할인된 값으로 땅을 재벌들에게 안깁니다. 

세종시 땅값이 너무 싸다고, 그래서 나머지 지방 혁신도시, 산업공단은 다 죽는다고 아우성이잖아요? 그럼 또 정부가 발표합니다. "다른 공단-신도시 땅도 세종시처럼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는 게 맞다"고. 

이러면 다른 지역 땅도 "살 때 왕창 이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재벌 명의로 바꿔 놓을 수가 있죠. 

땅을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조 단위의 투자를 기업 입장에서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 오네요. "왜 이 따위 글을 쓰냐"는 힐문이시네요.   

투자란 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정 바뀌어 못 한다는데 어쩔 건가요? 

 그런데, 우리 기업들의 생리를 한번 돌이켜 봅시다. 한화인가 어딘가 재벌 기업이 충남 당진인가 어딘가 공단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약속해 놓고는 10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습니다. 

기업들의 투자란 게 바로 이런 겁니다. 한국 경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이야 한국이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것 같으니 전부 희희락락이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죠. 

조금만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 안 하면 됩니다. 아니,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데, 째 봐야 나올 것도 없다는데, 누가 어쩌겠습니까?     

반대로, 경제가 계속 좋으면? 그땐 약속대로 투자를 하면 됩니다. 경기가 좋으면 어차피 투자해야 하거든요. 안 하면 안 되거든요. 그땐 약속을 지키기 싫어도 지켜집니다. 

정부안대라면 어차피 재벌들은 '떠맡는 듯한 모양새'로 땅을 불하받았습니다. 그러니, 경제 사정에 따라,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 여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땅 주인들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리드미컬하게 대응하면 되는 겁니다. 조 단위 투자는...
 

제가 돈이 있다면, 그리고 이번 정부안처럼 '못 이기는 척' '강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사는' 모양새만 갖출 수 있다면, 그래서 "아주 니들끼리 다 해 쳐먹어라"는 비난을 피할 수만 있다면 "열고" 해야 하는 게 이번 정부안에 따른 세종시 땅값이죠.

죽이지 않습니까? 재벌들에게는 엄청난 부동산 폭리의 기회를 안겨 주면서, 차기를 노린다는 정 총리는 이들에게 무한한 은총을 베푸시고...

아! '한국적 경제학'의 태동이구나!

아! 이런 게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의 거물'이라는 정 총리의 아이디어 아닌가 저는 추측해 봅니다. 역시 백년대계입니다. 전국의 중요한 땅들이 84.6% 디스카운트된 값에 재벌들 품에 안긴다면, 적어도 앞으로 100년 정도는 한국의 앞길에 확실한 영향을 미칠 것 같으니까요.

박정희 시대, '한국적 민주주의'가 힘을 썼지만, 정운찬 시대에는 이제 '한국적 경제학'이 꽃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제발, 이런 한국적 경제학이 해외로도 수출돼 세계의 땅을 84.6%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면 한국이 세계 최고 부자 나라가 될 텐테요. 머리 좋으신 분들이니까, 모르죠, 지구촌을 세종시처럼 만드는 묘책을 지금 열공 중이신지도..... 

그나저나, 떼돈을 버시면 그 중 얼마를 '서민들'을 위해 떼 주실까? 쥐꼬리만큼이라도 주셔야 할 텐데....

우리 국민들이 너무 건망증이 심한 게 문제라서, 그들이 떼돈을 벌었을 때쯤이면 2010년의 대소동을 다 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국민들은 '떼 기억상실증'에 어차피 걸려 있고

먹고 살기 너무  고달파 잊고,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회안전망 때문에 직장-가게 없어질까 공포에 시달리다보니 또 잊고.....
한국의 대부분 서민층+일부 중산층은 현재 불치병 수준의 건망증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지 않습니까. 

이명박-이건희-정운찬, 만세, 만세, 만세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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