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머리에 가장 좋은 조합은 잘난 엄마 + 잘생긴 아빠
서운대 엄마 + 서울대 남편 조합은 자녀 머리에 "별로"

병문고→천하대 진학 스토리는 판타지 너무 심해
세상 불평하는 사람에게 할 소리가
"불평 말고 니가 청와대 들어가면 될 거 아냐?"가 할 소린가?
 


매주 목요일이면 한겨례신문의 'Etc' 섹션 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 주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선생님(이지훈)과 경기도 소재 2 또는 3류 대학 '서운대'를 다니는 황정음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안인용 기자는 서울대와 서운대, 그리고 요즘 '공부의 신'에 나오는 병문고 얘기를 하면서 '공부의 신'에 대한 나름의 제안을 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병문고 학생들이 세계 4위라는 천하대에 갈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강석호 변호사라면 천하대 특별반을 만드는 대신, 그 멤버 그대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데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묻는다. ①서울대생과 서운대생의 결혼(지붕킥에서 지훈-정음 커플) ②삼류 고교 문제아가 최고 대학에 들어가근 것 ③또는 아이돌 그룹으로 성공하는 것. 이 셋 중에 뭐가 가장 쉬울까, 아니 뭐가 가장 현실적일까'라고.

나름의 답을 해 보련다. 가장 쉬운 것, 또는 확률적으로 쉬운 것을 말하자면 ①, ③, ② 순서가 아닐까?

우선 서울대 수재 남편과 서운대 범재 아내의 결혼.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남자가 여자에게 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리고 영원히 ‘예쁜 여자’이며, 잘난 남자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해진다.

진화심리학자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는 이런 현상을 ‘평준화를 위해 좋다’고 평가했다. “머리 좋은 남자가 머리 좋은 자식까지 낳으면 세상을 그들이 다 독식하게 되므로, 다른 그 무엇보다도 미모에 쏠리는 잘난 남자의 선호가 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좋다”는 논리다.

참고로, 천재인 남자와 둔재인 여자가 만나 아기를 낳을 경우, 아기가 둔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단다. 왜냐면 남자의 정자를 통해 가는 유전자는 숫자적으로 여자의 난자 속에 들어 있는 엄청나게 많은 유전 정보에 비교할 때 형편없이 적으며, 이에 따라 자녀의 머리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머리 좋은 자녀를 낳으려면 위의 ‘천재 남자 + 둔재 여자’ 조합보다는 ‘천재 여자 + 잘생긴 남자’ 조합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여자가 자녀에게는 자신의 머리를 주고, 외모는 남편 것을 주는 것이 최상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잘 일어나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잘난 여자는 자기보다 외모면 외모, 머리면 머리, 수입이면 수입 등등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종합적으로 더 잘난 남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안 기자가 언급한 병문고 고교생들의 경우, 공부에 취미없는 학생을 벼락공부든 뭐든 시켜서 천하대 보낸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성 제로다. 그렇게 쉽다면, 한국에 쌔고 쌨다는 것이 ‘공부의 신’ 같은 귀재 선생들이 많다는데 그들이 왜 다 부유층 자제 전원을, 한 명도 남김없이 서울대에 입학시키기 못하겠는가?

공부는 과외선생이 도와줄 수는 있을지언정, 과외선생이 대신 해줄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공부는 학생 자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는 출발선부터 잘못된 설정, 잘못된 가치관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하는 드라마다.

“세상의 룰을 정하는 것이 천하대 출신이니까, 불평하지 말고 천하대 들어가면 될 것 아니냐?”고. 웃기는 소리다. ‘한국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청와대니까 불평하지 말고 니가 청와대 들어가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뇌 수준이 의심되는 설정이다.

반대로 학습 지진아들을 모아 밴드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물론 요즘처럼 대형 기획사들이 연예계를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면 스타가 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0%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공부에 취미없는 학생이 서울대 들어가는 확률 0%보다는 공부하기 싫은 학생이 밴드를 만들어 성공할 가능성은, 아니 성공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밥벌이’를 할 가능성은 훨씬 높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들을 보면 정말 뇌 수준이 의심될 때가 많다. 왜 그리 천박하고, 현실성 없는 생각들을 갖고 드라마 스토리를 구성하는지.... 극작가들의 머리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아니면 드라마를 보는 한국 시청자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돼 극작가들이 그 수준에 맞추는 것인지, 궁금하다.

단, ‘시청자의 낮은 수준에 맞췄다’고 생각하기에는 전체적 그림이 너무 즈질이다. 예컨대 선생님이 유치원 학생 수준에 맞춰 말할 때, 보는 사람은 ‘수준에 맞추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맞춰 말하지만 분명 선생님이 말하고 싶은, 더 고차원적인 내용이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즈질 드라마를 보면 이런 낌새가 없을 경우가 많다.

‘공부의 신’을 쓴 극작가들은 정말로 ‘공부에 취미없는 학생이 노력만 하면, 교사만 잘 만나면 서울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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