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에 대한 사퇴 압력이 한창이다. 경향신문 같은 이른바 진보 언론도 1면 톱으로 이를 다루며 이정희를 공격하니, 난 참으로 이 신문의 입장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너무 많다.
손수조의 '카퍼레이드 위법' 때 이 신문은 이렇게 큰 글자로 1면 톱, 2-3면 기사로 손수조를 조져 댔었나?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이정희 문제에는 이렇게 엄한 눈을 크게 뜨고 펜대를 놀리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정희에 대한 일반인의 판단은 대개 드러난 보도(주로 언론보도, 이 중에는 물론 보수매체들의 전언이 많다. 야권연대를 박살내기 위한)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은 기자 --> 데스크의 정리를 거친 것들이다. 날것으로서의 사실 전달이 아니란 얘기다.
정상 국가라면 이정희의 육성을 듣고 이 사태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을 구하겠지만, 방송 미디어가 모두 국가 권력에 장악당한 이 나라에선 바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정희의 육성 고백을 들을 수 있는 매체는 현재로선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밖에 없는 것 같다.
이털남 인터뷰에서 이정희는 몇 가지 사항을 말한다.
첫째: 잘못한 점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양심을 최고로 치는 진보 인사로서 당연한 태도다.
두번째: 그녀는 자신의 보좌관들이 왜 그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지 과정을 설명한다. "김희철 의원 측에서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에 일부 보좌관들이 대응 차원에서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희철의 이런 문제를 이정희 측에서 먼저 나서서 제기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세번째: 자신의 과오에 대한 민주당과의 접촉에서 원래 민주당 측은 이정희에게 큰 잘못이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김희철 의원 측에서 '종북좌파'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라든지, 김희철 쪽에서도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정이 이미 확인된 상태에서, "이정희만 잘못했으니까 물러나라"고 요구할 명분이 민주당에겐 없었다는 주장이다.
네번째: 민주당이 시비를 거는 진정한 목적은 민주당 백혜련 후보가 안산단원 갑에서 불과 3표 차이로 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워낙 차이가 적게 졌으니 안산단원 갑에서 시비를 다시 가려보자는 데 민주당의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지, 이정희를 사퇴시킬 명문은 없다는 주장이다.
다섯째: 이정희는 "우리가 이긴 지역 모두에 대해 민주당 쪽에서 경선부정 시비를 걸고 있지만, 우리가 진 지역에서는 시비가 없다"고 말했다. 진보당 패배지역에서 민주당 측의 경선 부정 증거를 일부 갖고 있지만 공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사소한 위반이 있을지라도 야권연대의 정신에 따라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다섯 가지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과연 이정희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정당한 것인지 의심이 들지 않는가?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우를 모두 까밝히고 그래서 야권연대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진보당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이정희 경우 등을 물고 늘어지며(속사정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전체 판을 뒤흔들면서 자기 당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언론이야 원래 그렇게 악랄한 소설을 잘 쓰는 매체들이라 치고, 왜 진보매체라는 곳에서도 그렇게 차별적인 잣대를 진보인사들에게만 들이미는지 참 알 수가 없다.
박근혜-손수조가 부산에서 카퍼레이드를 해서 선거법 위반 시비가 붙었을 때 과연 모든 매체들이 이렇게 미쳐 날뛰듯 손수조의 사퇴를 촉구했는가?
적군의 큰 잘못에 대해서는 '원래 그런 놈들'이라며 대충 넘어가고, 아군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는 아주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진보매체의 이런 태도는 '내 한몸 보신주의', 즉 '나는 깨끗하니까'라는 쉴드치기일 뿐이다.
또한 보수언론의 프레임잡기에 말려들어가는 현상이다. 진보가 언제까지나 이렇게 '난 순진' 모드를 내걸면서 바보처럼 보수의 프레임에 걸려들고, 자기들끼리 서로 고문하고 눈물짓고를 반복할지 참 한심할 뿐이다.
보수는 정말 큰죄를 짓고도 "어쩔건데? 검찰-법원은 우리 편이니까 마음대로 해봐"라고 이죽거리고 있는데, 진보는 틈만 나면 우리 편 흠집내기 바쁘니, 참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