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당시의 언론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8월 한달간 TV조선이 홀로 ‘최순실 국정농단’을 보도. 별로 따라오는 언론 없었음. 정권이 무서우니까. TV조선도 박근혜 청와대가 “부패기득권 세력” 어쩌고 하는 엄포를 내놓자 슬그머니 보도 사라짐.
이어 9월 한달간은 한겨레신문이 혼자 달리며 연속 보도. 다른 언론들 완전 무시.
급기야 당시 한겨레 취재팀장 김의겸 기자는 9월 29일자 한겨레신문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님, 도와주세요”라며 보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까지 했지요.
하지만 조선일보는 물론 다른 언론 모두가 묵묵부답.
묻히나 했던 국정농단 의혹은, 10월 24일 jtbc 손석희 사장이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를 하면서 완전히 빵 터집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달라붙어 취재 경쟁을 벌였던 게죠.
한 달 보름간 모든 언론이 미친 듯이 보도를 날리면서 12월 3일 광화문에는 200만 촛불 시민이 모였고, 12월 9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 박근혜 탄핵을 가결했습니다.
한 언론사가 달려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2016년 8, 9, 10월이 그랬습니다. 10월 24일 jtbc 보도 이후 모든 언론사가 달려드니 한달반만에 막강 권력 청와대가 내려앉았습니다.
윤석열 현 대통령의 선거 유세 때부터 지금까지 온갖 의혹이 보도됐지만, 모든 언론이 덤벼든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주로 유튜브 언론이 폭로를 맡았고, 기성 언론은 거의 완전히 외면했습니다.
헌데, 이번 추석 때는 일부 언론이 밤샘까지 하면서 경쟁적으로 기사 준비를 했고, 추석 연휴 뒤에는 이른바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매일 새로운 뉴스가 여러 언론사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취재 경쟁에 불이 붙으면? 박근혜 때 봤듯이 끝날 때까지 기자들은 달리게 됩니다. 취재 경쟁에서 밀리는 사태를 일컫는 언론계 용어인 ‘물을 먹으면’ 해당 언론사는 치욕으로 내몰리기 때문입니다.
봉지욱 기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얘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앞으로 거의 매주 하나씩 터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어느 다이너마이트가 터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이너마이트는 계속 공급이 된다”고.
박근혜 때는 다이너마이트가 두 가지였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그리고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8년 뒤 현재의 다이너마이트 숫자가 엄청 많아요. △본부장 비리, 즉 본인, 부인, 장모의 비리 시리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고발사주 의혹 △디올백 수수 등등등등.
다이너마이트가 아무리 많아도 심지에 불이 안 붙으면 안 터져요.
하지만 심지에 불붙일 취재경쟁이란 불만 켜져 있으면 다이나마이트는 반드시 터지게 돼 있죠.
취재경쟁이란 불씨가 살아나갈지, 아니면 꺼져나갈지가 관건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