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 꿈에 매달리면 만성 우울증 생겨새 가설 

 

우울증이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울증은 꿈을 이루지 못할 때 발생하는 마음의 과정이라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캐나다 콘코디아 대학의 카스텐 로쉬 교수는 인격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월호에 우울증과 꿈과의 관계를 조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15-19세 소녀 97명을 1 7개월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진은 이들 10대 소녀들이 자신의 꿈이 이룰 수 없는 꿈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는지를 쫓아가 봤다.

 

그 결과 이룰 수 없는 꿈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도저히 안 될 꿈이라면 욕망을 접고 다른 목표를 잡아나가는 소녀들은 우울증이 심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이룰 수 없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소녀들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밝혀냈다.



포기할 줄 알아야 에너지 절약되면서 새 목표 잡혀
 

연구진은 우울한 감정을 신체적 고통에 비교했다. 신체적 고통은 사람에게 이건 네가 할 수 없는 일임을 알려 준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덴다는 것은 뜨거운 냄비는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뒤 뜨거운 냄비에 맨손을 대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육체적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런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냄비를 맨손으로 들고야 말겠다고 도전에 나선다면 그 사람의 손은 덴 상처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결국 단발의 통증에서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연구진은 우울감도 이런 특성이 있다고 비유했다. 안 되는 꿈을 포기할 때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만 안 되는 꿈을 포기하면 단발성 우울감에 그치지만, 안 되는 꿈에 계속 매달리면 만성 우울감, 즉 우울증이 된다는 비유다.

 

오를 수 없는 나무를 포기하는 대신 에너지가 저장되면서 새로운 목표를 잡아나갈 수 있게 되는 이러한 과정은 진화적으로 사람 마음에 새겨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가설이다.

 

연구진은 2년 전 연구에서 못 오를 나무를 계속 고집하면 몸에도 문제가 생김을 증명한 바 있다. 불가능한 꿈에 매달리는 사람의 몸에서는 염증 반응 물질인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이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높으면 당뇨병 또는 심장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한국 문제는 허튼 꿈인가? 아니면 작은 꿈도 용납 안하는 사회가 문제?

안 되는 목표에 매달리는 피해를 알았기에 우리 선조들은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을 남겨 주었다.

 

문제는 옛날과 비교할 때 현대 사회는 헛된 꿈을 꾸기 너무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TV 드라마 시청자의 99.9%는 소시민이지만 드라마 내용은 항상 회장님, 회장님 아들, 신데렐라 같은 공주님들의 얘기다.

 

이런 드라마, 세계적 스타의 사는 모습, 10억을 모은 회사원 얘기 등이 끊임없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현대인은 헛된 꿈을 꾸기 딱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헛된 꿈을 꿀 때마다 심리적 고통이 예비된다는 것이 로쉬 교수의 가설이다.

 

그는 내 논문의 내용은 아직 가설 단계이고 증명할 내용이 많지만, 무조건 큰 꿈을 품는 태도는 우울증이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둘 만 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우울증 환자 비율을 보이는 것은 이처럼 허황된 꿈을 꾸기 좋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리안 드림' 사라진 한국에서 젊은이들 우울 의미는?
 

이런 소식을 읽으면서 생각되는 것은 과연 한국 젊은이들도 꿈을 쫓다가 우울증에 걸리냐는 질문이다. 미국 젊은이들이야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걸 쫓다가 좌절해 우울증에 걸릴 수 있겠지만, 과연 한국의 젊은이들도 큰 꿈을 쫓다가 우울증에 걸리냐는 질문이다.

 

큰 꿈은커녕 아주 작은 꿈도 못 꾸게 하기에, 즉 보통 사람으로 살겠다는 꿈도 못 꾸게 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동료들과 경쟁만 하게 만들고, 그렇게 우정까지 버려가면서 경쟁해 봐야 결국 88만원 세대로 몰아 넣는 나라이기에 이렇게 우울증이 젊은층의 기본 정서가 되지 않았냐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작으면서도 실현가능한 꿈을 꾸고 또 이뤄나가며, 사회는 이러한 차근차근 전진을 장려하고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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