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너무 잘 잡는 늑대는 결국 굶어 죽게 돼


한때 자동차 업계의 신화였던 토요타의 명성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2005~2009년 사장을 맡았던 와타나베 가쓰아키가 꼽히고 있다. 나사못 하나까지 비교하며 부품비를 절감한 ‘와타나베의 저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소리다.

잠깐, 나사못 하나에서 원가를 절감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바로 GM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이 구사하던 전략 아닌가? 일본 자동차의 공세를 막지 못하던 빅3는 원가절감, 즉 값싼 부품을 쓰는 전략으로 맞섰다고 일부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품 값을 아껴 단기 수익을 높이고, 이렇게 되면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주주중심 자본주의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값싼 부품으로 원가 낮추면 회사 잘 될 것 같지만…

그러나 값싼 부품은 결국 ‘제 값’을 하게 마련이다. 어떤 한 부품에서 잔고장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곧 차 전체를 못 쓰게 되는 사태로 이어지기 쉽다.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자동차의 특징이다.

미국처럼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차가 잔고장이라도 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국 업체가 생산하는 차를 외면하고 일본 차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아는 스토리다.

그런데, 토요타가 GM을 제치고 1등에 올라서면서 이번에는 와타나베 사장을 필두로 하는 토요타가 2012년까지 부품 원가를 30% 줄인다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형님이 쓰다가 망한 전략을 아우가 "나는 다르다"며 쓰다가 제 꾀에 넘어간 격이다.

납품업체 쥐어짜기-후려치기도 많이 들은본 얘기다. 토요타가 미국 빅3의 뒤를 이어 ‘부품 값 쥐어짜기’를 하다가 대몰락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늑대와 토끼의 비유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를 아시는가?

토끼 잡는 게 늑대라고, 아주아주 효율적으로 토끼를 잡는 늑대는 아주 잘 살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그렇지도 않다. 너무 효율적으로 토끼를 잡아먹으면 곧 늑대도 죽게 된다. 먹고 살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화의 역사를 보면 포식 동물이 먹이동물을 너무 잘 잡아먹어 스스로 멸종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양극화가 "쩍" 소리나게 진행되는, 그래서 '잡아먹는' 시스템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는 한국에서, 토요타 얘기가 남 얘기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지혜로운 늑대는 적당히 잡아 먹는다. 자본주의 선진국에 존재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지배층의 사회적 책임감)가 그래서 있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으면 모든 토끼를 잡아먹고자 하는 자본의, 또는 지배층의 무한질주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전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진단이다. 한국의 지배층은 탐욕스런 늑대이기는 하되, 다른 늑대의 탐욕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장기적인 식량원의 보존을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은 약하다는 것이다.

지배층은 있되 지배층의 윤리는 없는 사회

미국에 가 봐라. 박사학위 실력자가 고교-중학교 선생을 하고, 최고 명문대 졸업생들이 한국 SKY 졸업생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천한 사람이나' 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통계가 있다.

이런 이들이 있기 때문에,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행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미국 사회가 그 엄청난 탐욕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런 실례를 눈으로 봤다. 30대 동경대 졸업생이 자기 고향(정말 시골)에 돌아가 고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지방 공무원 모두가 그 수재를 둘러싸고 일을 하는 광경을.

그러나 우리에겐 이런 정신적 바탕이 없다. "많이 먹는 게 잘난 놈"이라는 먹자주의 또는 한탕주의가 맹위를 떨칠 뿐.


한국 경제는 늑대들의 독무대다. 올해 취업 사정을 봐도 덩치가 큰 100대 기업은 채용 규모를 늘린다지만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작년보다 채용 규모가 줄어든단다. 100등 아래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작년만큼도 유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지금처럼 늑대가 ‘너무 많이 드시는’ 시스템을 유지하면 결국 다 죽게 될지도 모른다. 토요타의 부품업체 쥐어짜기에서, 많이 자시고 계시는 늑대들이 얻어야 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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