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시절의 정운찬. (출처=위키피디아)


오늘 한겨례 Esc 섹션에 오랜만에 딴지총수께서 나오셔서 ‘각하’에 대한 걸출한 진단을 내놓으셨네요. 누구나 일독 하시기를.

각하는 대타 폴리틱을 사랑해

그런데 총수께서 칼럼 말미에 PS를 하나 남겨 놓으셨네요. 내용인 즉,

‘근데 말이지. 정 총리에 대해선 거꾸로 내가 궁금한 게 있어요. 대체 정 총리에 대해 뭘 알아서 대선 후보로 호감을 가지고 했을까. 그 분이 한 게 없잖아. 물론 공부 잘하셨고 대학 총장 하셨지. 근데 그게 뭐. 그러니 실망할 것도 없다 이거지. 이제야 최초의 정보들이 축적되기 시작한 것일 뿐. 이상.' 

서울대 졸업생 중에서도 학문으로나, 행정-학교경영 능력에서나, 모든 게 뛰어나 총장으로 뽑히시고, 또 그에 힘입어 과거에나 지금에나(지금은 상당 부분 본인 혼자 생각 같기는 하지만) 대선 후보로 꼽히시는 정운찬 총리의 실체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중입니다.

총수님 말대로 ‘이제야 정보가 축적되기 시작한 것일 뿐’이니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총리가 된 뒤의 성적표만 보면 “이건 아니잖아?”가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저는 작년 9월25일자 포스팅 ‘서울대→경제학과→미국 박사→교수님→총장님→총리후보 정운찬 신화에 대해’에서
이미 정 총리에 대한 언급을 한 번 했지만, 

최근 정 총리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십니다. 분명 한국 역사-교육 발전에 큰 획을 그으실 것 같으십니다. 그 최대 공로는 바로 ‘서울대 수재도 별 것 아닐 수 있군’이라는, 일반인들은 전혀 몰랐던 팩트를 국민 마음 속 깊숙이, 널리널리 심어 주시는 공로일 것이라고 저는 감히 예상해 봅니다.

여태까지 정 총리의 히트 발언이 많았지만 최고 ‘히트작’은 아마도 지난 1월17일 정 총리가 대전에서 했다는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발언이 될 것 같습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법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모든 정치인, 그리고 이런 여야 간의 합의를 방치한 모든 국민을 ‘나라 거덜낼 사람들’로 몰아붙이는 망발입니다. 

중간제목:
'나라 거덜낼 법' 만들어질 당시 서울대 총장이시며,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분이, 한마디 말씀을 안 하고 계시다가 이제 와서 왜?


그렇다면 그 역시 '나라 거덜낼 사람'?

한국형 수재의 산실, 서울대학교 정문. (출처=위키피디아)


더구나 이 법이 통과될 2005년 당시, 그는 국립서울대 총장이셨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분이셨다. 이렇게 막중한 자리에 계신 분이, ‘나라를 거덜낼’ 법이 통과되는 마당에 한 마디도 안 하셨다가, 이제 자기가 정부에 들어가 뭔가를 해야 할 시점에 오니 ‘거덜낼 법’이라는 흑색 선전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은 매우 똑똑하시고,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또 새로운 껍질이 나와 까는 사람을 놀라게 만드시는 대단히 심오하신 분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서울대 출신 중에 아주 대단하다는 사람도 실상 별 볼일 없을 수 있구나’라는 교훈을 오래오래 남기실 것 같습니다. 

앞의 딴지총수님 질문처럼 ‘대체 정 총리에 대해 우리는 뭘 알아서 대선 후보로 호감을 가지고 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이 이제 나오고 있는 것이죠. 그 답은 바로 “우린 아무것도 모르면서 오직 그 사람의 학벌과 직위만 보고 대통령감으로 오해하고, 각 당에서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고 쑈를 했구나” 하는 것입니다. 

학벌-직위 뒤의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시는
이명박 정권의 슈퍼하이리얼리즘


이렇게 남김없이 까발려 주시는 리얼리즘, 극도의 사실주의가 바로 우리가 이명박 정권에서 누리고 있는 진짜 혜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벌-직위에 주눅드는 사회, 그래서 스스로 좋은 학벌-직위를 갖기 위해 목숨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어른들, 자녀들에게 과외를 시키며 역시 좋은 학벌-직위를 갖게 하려 출혈 인생을 살고 있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이명박 정권의 슈퍼리얼리즘은 정말 큰 역사적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학벌-직위로만 사람을 판단하면, 그렇게 판단하는 내가 거덜난다는 역사적 교훈을 더욱더 주시길 이명박 각하께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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