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유력지 ‘블레스크’가 ‘김건희 사기꾼’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올렸다가 나중에 해당 단어를 삭제해 문제가 됐습니다.
일부 유튜버들은 “원전 협상이 확정 안 되면서 체코 정부가 ‘김건희 사기꾼’ 기사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체코를 떠나기 직전에 일부러 내보내게 했으며, 나중에 이 단어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한국 정부를 엿먹였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체코 언론은 체코 정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다는 선입견을 깔고 할 논평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체코가 공산주의 국가였으니 아직도 그런 영향이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하니 이런 논평이 나왔겠지요.
그래서 체코의 언론자유지수를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웬걸? 올해 기준으로 무려 17등입니다. 한국은 몇 등? 무려 64등이니 체코는 우등생, 한국은 열등생입니다.
체코의 17등은 미국의 55등입니다. 지배자들이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는 나라인 한국과 미국의 언론자유지수가 형편없이 낮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라게 됩니다.
체코가 어떤 나라였나요? 체코는 1989년 ‘벨벳 혁명’으로 공산당이 물러나고 자유화된 나라입니다. 그 89년에 저는 프라하에 갔었어요.
저녁 때 프라하에 도착했고, 벨벳 혁명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꽃다발들이 시내 중심가 탑 아래에 놓여 있는 모습을 봤지요.
다음날 호텔방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프라하의 분주한 거리, 즉 서울로 치면 명동 거리쯤 되는 곳이었는데, 공산당원 같은 카키색 복장에 빨간 완장을 두른 중년 남자가 보도 한복판에 나타나 팔을 휘휘 젖자, 사람들이 마치 모세의 기적 때 바닷물 갈라지듯, 그 남자를 빙 둘러 피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공산당은 비록 정권에서 몰려나갔지만 프라하 사람들은 아직도 공산당원들을 무서워한다는 증거였죠.
그랬던 나라, 즉 공산당이 압제하던 나라의 언론 수준이 지금은 20등 위쪽이고, 입만 열면 “공산당이 싫어요”을 외치는 자유, 자유, 자유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은 60등도 안 되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나요?
‘국경 없는 기자회’가 언론자유 순위를 발표한 건 2002년부터라서, 체코와 한국의 등수를 쭈욱 봤어요. 단 한 번도 한국이 체코를 넘어선 적이 없네요. 놀랍지요?
가장 근접했던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19년에 한국 41등, 체코 40등이었어요. 거의 따라잡았었는데, 그 뒤 한국은 푹푹 순위가 대폭락 중이고, 체코는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듯 수직 상승 중이야요. 아아아, 창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