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재벌-학벌 동경하는 한
'동경의 상자' TV의 주인공 직업은 정해져 있다


이 드라마가 웃기는 것은 솔약국네가 사는 집만 낡은 한옥이고, 등장인물들의 겉모양만 수수할 뿐 모두가 대단한 부자며, 잘 나가는 엘리트들이라는 것입니다.

 

장남 진풍(손현주)이 수진(박선영)에게 청혼을 하고 퇴짜를 맞는 것까지 보여 준 36-37회를 보니 등장인물들의 대단함이 속속 드러나더군요.

큰아들은 약사에, 둘째아들(대풍)은 서울대 의대 수석졸업, 그리고 이 둘째와 사랑싸움을 하고 있는 여자(복실이)세계 3대 의대중 하나라는 존스홉킨스를 나오셨군요.

복실의 아빠는 굴지의 종합병원 원장이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복실은 3년간 김간으로 속여가며 위장취업을 했다 하고
.

 

셋째 아들 선풍은 방송국 사회부 기자고, 그 부인은 탤런트랍니다. 마지막 넷째만 아직 보직이 없네요.

 

그리고 송씨네는 사는 집은 후줄근한 한옥이지만 할아버지는 작은 빌딩까지 갖고 있다니 부르주아 집안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안볼 '서민 직업 드라마'를 어떻게 만드나

이렇게 등장인물이 짱짱한 것에 대해
이 드라마는 서민 드라마가 아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 드라마에 항상 회장님, 회장님 아들, 공주님들이 나와 생업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24시간 오로지 사랑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불평하는 목소리도 있고, 저도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이지만, 드라마 등장인물이 항상 이렇게 짱짱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짱짱한 인물이 나오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안 보기 때문이죠. 넋을 놓고 TV화면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그 사각형이 동경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왜 동경의 세계냐구요? 채널을 돌리다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겠지만, 예컨대 선남선녀 얼굴이 도배된 드라마를 보다가 채널을 돌려 예컨대 ‘6시 내 고향으로 화면이 바뀌면서 민간인얼굴이 나오면 갑자기 방안 분위기가 다 어두워지는 경험들을 해 보지 않으셨나요?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것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일뿐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TV 화면이나 영화 스크린에서는 있는 그대로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죠.

 

방송국들이 아나운서까지도 최고 미녀-미남으로 뽑고, 예전에는 기상통보관이 하던 일기예보를 이제는 전부 절세 미인들이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TV 화면 속에서 동경의 인물을 찾는 마음은 인간의 심리 깊숙이 새겨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동경하는 인물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기 때문이죠.

원숭이 사회에서 모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친근한 어미 또는 어른 수컷이지 별볼일 없는 아랫것들은 변방으로 내몰리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망각의 늪에 빠져 있다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선남선녀나 부자가 나오면 넋을 잃고 보지만, 나보다 아래가 나오면 저절로 얼굴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결국 모든 게 국민들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한국 사람 전체가 돈, 돈 하고 있으니 TV에 부자가 나오지 않을 수 없죠. 돈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니까.


나라마다 국민들이 선호하는 주인공 직업도 달라
 

어느 나라 드라마든 미녀가 나오는 것은 공통사항인 것 같고(남자나 여자나 미인을 좋아하므로), 남자 주인공은 나라마다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미국 드라마에는 회장님보다는 똑똑한, 남자다운, 친근감 있는 남자 주인공이 많이 나오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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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에도 도련님이 많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주 소박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던가요? 재능-정의감은 있지만 평범한 선생님, 회사원으로 살면서 자그만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죠. 주제넘은 생각을 않는 일본 사람들에게는 이런 주인공들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돈에 환장하는 한 한국 드라마에 회장님 가족은 계속 나올 것입니다.

한국인이 웃기는 것은 돈이 있거나 없거나 돈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물려줄 재산도 하나 없으면서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 주기 위해 탈법을 한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어. 왜냐고? 내가 이건희라도 그렇게 했을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게 한국의 서민들이거든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건희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끄트머리를 절대로 놓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국민의 마음이 돈-학벌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국 드라마에는 서울대-존스홉킨스를 나오신 영명하신 주인공들과, 회장님-회장님아들이 끊임없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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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제 '캐릭터 유지' 좀 하자

 

결혼 못 하는 남자. 일본 드라마 중 최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리메이크에 대해 우려를 했고 1, 2회가 지나면서 우려와는 달리 한국 스타일을 잘 살린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 대한 성격 규정이 탄탄히 돼 있는 일본 드라마 덕에 초반에는 재미있게 봤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평범한 한국 드라마로 바뀌니 실망스럽군요.

 

한국 드라마 라는 건 온갖 작위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결국 결혼으로 골인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보여 준다는 의미입니다.

 

'결혼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 말고는 할 얘기 없나?

결못남이라는 드라마의 의미는 결혼 못하는 남자의 성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남자만이 하는 이상한 짓들'을 재미있게 보여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하나 마나라며 고민하는 것은 모든 남자의 기본 특징이기 때문에 이를 코믹하게 보여 줘 성공한 드라마죠.

 

그래서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 남자는 끝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점을 남겨 놓은 채 끝납니다. 남녀 주인공의 성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은 채 끝나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판 리메이크는 이런 상상의 여지를 끝까지 하나하나 밟아 없애 버렸습니다. 결혼 못할 남자의 성격을 실컷 보여 주더니 결론은 그 둘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가 된 것입니다.

이런 결론을 보여 주려고 결혼 못할 남자의 특징을 그리 자세히 보여 줬던가요?

 

뜬금없는 성격 변화는 이제 그만 좀 하자

한국 드라마의 이러한 캐릭터 변경은 진짜 지겹습니다. 씩씩하고 남자에 주먹을 날리는 성격으로 시작한 여주인공은 꼭 남자 주인공과의 사랑에 휘말리면서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조 여성으로 바뀌는 게 한국 드라마의 전형입니다.

 

극작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제발 캐릭터를 한번 설정했으면 끝까지 좀 밀고 나가 보세요. 대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은 캐릭터가 유지되지만 여자 주인공들은 극 초반에는 독특한 성격이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보고 또 본 바로 그 드라마 주인공이 돼 버립니다.

 

눈물 짜는 여자를 보여 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짜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리고 성격이 변할 거면 그럴만한 장치를 만들던지. 왜 아무런 계기도 없이 결못남이 결혼 못해 안달을 떠는 남자가 돼버립니까?

이제 한국도 개성 시대고 개성파라야 살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인의 캐릭터가 골고루 드라마에 나와야지 왜 보고 또 본 스테레오 타입(전형)만 자꾸 화면에 내보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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