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조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많죠. ‘배트맨 카’가 그렇고 트랜스포머가 그렇습니다. 차는 사람이 이용하는 많은 기계 중 하나일 뿐인데, 차 말고는 ‘기계’가 조연쯤으로 영화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냉장고나 세탁기가 사람처럼 나오는 영화가 있었던가요?

차가 사람에게 특이한 존재라는 증거를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 리보우는 이렇게 표현했답니다.

차를 기계로만 생각할 수 없는 인간들

“우리는 차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차가 우리를 A에서 B지점으로 옮겨주는 데 우리는 의존한다. 더구나 차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한다. 관계가 싹 트고 뜨거워지고…. 라디오를 들으며 웃고 눈물을 흘리고…. 한 마디로 차는 그냥 물건, 기계가 아니다. 차는 우리 삶에서 의미 있는 한 자리를 차지하며,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차를 마치 개체처럼, 즉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처럼 대한다”고.

너무 감상적인 말인가요? 하지만 제 개인 경험을 돌아봐도 상당히 말이 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처음 아들이 태어났을 때 차 뒷좌석에 싣고 다니면서 여기저기를 다니다 아들이 뒷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사고가 날 뻔 하기도 했고, 뒷좌석에서 오줌 싸고 토하던 모습하며…. 아득했던 그 옛날의 애들이 더럽혀 놓았던 그 지저분했던 뒷좌석이 지금도 삼삼하게 생각이 납니다.

“이 놈의 차, TV, 라디오”를 때리는 이유는?

차 속에서 생긴 수많은 추억들 때문에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차를 마치 사람 대하듯 한다는 것입니다. 차가 말을 안 들으면 차를 때리기도 하는데 사실 사람이 기계를 때린다는 것은 이처럼 기계를 마치 사람처럼, 최소한 사람 말귀를 알아들을 줄 아는 존재로 여긴다는 증거겠죠. 사람에게 잘 얻어맞는 차나 TV, 라디오 따위는 모두 그만큼 사람과 가깝기 때문에 잘 얻어맞을 겁니다.

차를 꾸미고 이른바 튜닝하기 좋아하는 것도 자기 차를 개체로 여기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이 이렇게 사물을 ‘인간화’하는 것은 사람에게만 있는 독특한 감정적 친화력 때문에 그렇답니다. 노자(老子)가 “자연은 무심하고 무자비하다”고 했듯 동물들은 무심합니다.

어느 동물학자가 동물 세계를 ‘아침 출근길의 직장인들처럼 서로에 대해서 완전히 무심하다’고 표현했는데 맞는 말 같습니다. 동물들은 심지어 같은 종이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 무심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짐승 같은 놈’이라고 할 때는 바로 이런 무심한 동물의 특징을 말하는 것이죠.

무심한 동물과 무심하지 못한 인간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꽃이 핍니다. 낯선 자에 대한 이런 관심은 사람과 가까운 침팬지에서도 나타난다죠.

침팬지 암컷은 자기 무리의 수컷들보다는 외부에서 온 수컷을 더 좋아하고 그 ‘외간 수컷’을 쫓아 무리를 떠나 ‘시집’을 간다고 합니다. 침팬지 연구의 대가 제인 구달 박사의 얘기입니다.

아프리카 고릴라를 현지에서 연구한 호주의 여성 동물학자 다이앤 포시도 고릴라 암컷이 이처럼 외간 수컷을 따라 시집가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려줍니다.

사람이나 침팬지, 고릴라 같은 고등동물은 이처럼 낯선 존재에 잘 마음을 쏟는데, 그 중 제일은 역시 사람이겠죠.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붙이는 단계를 지나 기계에까지 마음을 붙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소립니다.

기계에까지도 ‘사랑의 호르몬’을 흩뿌리는 인간

사람과 동물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호르몬으로 ‘옥시토신’이 있습니다. 흔히 ‘사랑의 호르몬’ 또는 ‘유대의 호르몬’이라 부르죠. 여자가 성행위를 할 때 오르가슴을 느끼면 이 옥시토신 호르몬이 뇌에서 나와 그 남자에 유대감을 느끼게 된답니다. 남녀 사이에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 옥시토신 호르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서먹서먹하게 느껴지면서 사이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동물은 아무 때나, 아무 대상에게나 옥시토신이 나오지 않지만 사람은 여러 대상에 대해 이 옥시토신을 발산하는 특징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연구를 처음 시작한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의 폴 잭 교수는 사람의 이런 특징에 대해 “유대감을 느끼는 대상을 고르는 데 도대체 가리는 게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잭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신뢰감을 표시하기만 하면 바로 이 옥시토신 호르몬 수치가 올라간답니다. 금세 믿는 것이죠.

이렇게 잘 믿는 마음은 상대방에 꼭 옆에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글월만 주고받으면서도 어느덧 친근감을 지나 사랑까지도 느끼는 게 사람입니다.

사람 닮은 로봇 나오면 반드시 사랑에 빠진다

이런 특징을 잭 교수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호르몬의 난혼(hormonal promiscuity)’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외모나 행동이 사람과 비슷한 로봇이 나온다면 사람은 반드시 그 로봇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될 거라고 그는 예언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계 중 인간이 그 안에 들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계. 그래서 ‘옥시토신의 난혼’을 즐기는 인간이 사랑하게 된 기계가 바로 차입니다. 많고 많은 사물 중에 하필이면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이 차 속에 둥지를 틀게 된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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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인 수소를 에너지로 이용한다면 에너지난’ ‘석유 파동같은 단어는 잊혀질 것입니다. 무한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수소라는 원소가 부피가 무지하게 커서 차에 싣고 다니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압축을 해도 가솔린보다 공간을 40배나 차지한다는 군요. 액체 상태로 만들면 부피가 작아지긴 하지만 이때는 또 아주 낮은 온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답니다.

 

현재 수소 연료를 담을 수 있는 탱크 기술로는 탄소 나노튜브 방식과 금속 수소화물(metal hydride) 방식이 개발돼 있답니다. 하지만 탄소 나노튜브 방식을 차에 장착하려면 한 대에 550만 달러(한화 70억 원 상당)이나 들고, 금속 수소화물 방식으로는 3만 달러(3800만 원 상당)나 든다니 배보다 배꼽이 커도 매운 큰 상황이죠.


 

기존 수소연료 저장방식은 70억원, 닭털 방식은 25만원

 

이런 가운데 23일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열린 제13회 녹색 화학 및 엔지니어링 연차 학술대회에서 델라웨어주립대학 연구진이 닭털을 이용한 수소 저장 기술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고 외신들이 23일 보도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닭털을 가열해 수소 저장장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닭털에는 케라틴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강하고 속이 텅빈 튜브 형태를 만든답니다. 이 닭털을 가열하면 탄소화된 닭털이 만들어지는데, 표면적이 넓어지면서 수많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수소 연료를 저장하는 데는 딱이라는 연구 결과입니다.

 

위에서 수소 연료 탱크를 탄소 나노튜브나 금속 수소화물 방식으로 달려면 현재 기술로 3800만 원에서 70억 원까지 든다고 했지만, 닭털 방식을 이용하면 단돈 200달러(256800)면 된답니다. 어차피 버려지는 닭털을 쓰는 것이니 저렴한 게 당연하죠.


 

닭털의 전성시대 열리려나

 

물론 이제 연구 초기 단계라 이 탄소화된 닭털에 수소 연료를 저장하면 300마일(482km)을 달리는 데 수소 탱크 크기가 75갤런(283리터)는 돼야 한다는 군요. 현대 아반테 승용차의 연료 탱크 용량이 33~35리터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현재의 닭털 기술로는 8배나 큰 연료 탱크를 달아야 한다니 문제는 문제입니다.

 

물론 델라웨어 대학 연구진은 앞으로 기술 개발에 따라 더욱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꼭 수소 연료 저장 용도로뿐 아니라 앞으로 닭털 탄소화 기술을 이용해 닭털로 허리케인에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지붕 마감재료, 가벼운 차량 부품, 닭털로 만든 컴퓨터 마더보드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바야흐로 닭털의 전성시대가 열릴 조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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