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게 있습니다. 아들은 엄마를 사랑하면서 아빠를 미워한다는 것이죠. 반대로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것도 있죠. 딸은 아버지를 사랑해 엄마를 제거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이 개념은 아직도 언론지상에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콤플렉스가 맞을까요? 정말로 누구나 아들은 엄마를, 딸은 아빠를 사랑할까요? 그게 본능일까요?
올해는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이고,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이 되는 해여서, 전세계적으로 축하행사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윈과 진화론의 탄생이 축하되는 것은 그만큼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간 진화론자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여러 방법으로 증명했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보면 새끼가 어미와 교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짐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부 동물이 어미와 교미한다고 ‘새끼의 어미에 대한 사랑’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물학을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르는 소리입니다.
나이 차면 침팬지-고릴라 암컷이 가족 떠나는 이유
사람과 가까운 침팬지나 고릴라를 보면 근친상간을 피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침팬지나 고릴라 암컷은 일정 연령이 되면 자기 그룹을 떠나 다른 그룹의 수컷에게로 ‘시집가는’ 경우가 많답니다. 또한 수컷이 나이가 차면 무리를 떠나는 경우도 있죠.
따라서 침팬지 수컷 새끼가 태어나 교미를 할 정도 나이가 되면 암컷 형제들은 다 다른 그룹으로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암컷에게서 태어난 암컷을 교미 상대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근친상간을 피하려는 이런 양상은 여러 동물에서 관찰됩니다. 최근 ‘BMC Evolutionary Biology(진화생물학)’라는 학술지 6월30일자에 실린 검정세발가락갈매기(black-legged Kittiwake)의 짝짓기에 대한 연구 논문도 이런 근친상간 기피 현상을 보여 줍니다.
이 새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새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함께 사는 일부일처 새이기 때문이랍니다. 한번 짝을 고르면 평생 사니 짝을 고를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동물학자들이 연구할 만하죠.
결과는 유전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짝을 암컷과 수컷이 의식적으로 찾고, 이렇게 유전적으로 먼 암수가 만나 낳은 새끼들은 튼튼하게 잘 자란답니다.
반면 이들 새 중 일부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와 짝을 맺는데, 그러면 대개 새끼들이 부실해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유전적으로 가까운 짝을 고르는 것은 후손이 남을 여지를 없애는 자살행위라는 것이죠.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람을 기가 막히게 피하는 게 사람인데...
사람도 유전적으로 먼 짝을 고른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첫 키스를 한 뒤 상대와 헤어졌다”는 비율이 남자 대학생은 59%, 여자 대학생은 66%나 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첫 키스에서 ‘쫑이 나는’ 이유는 바로 ‘냄새로 상대방의 유전자 특징을 파악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두 사람이 침을 섞으며 첫 키스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정보가 전달되는데 이때 상대방이 유전적으로 자신과 가깝다고 판단되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멀리 하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티셔츠에 밴 남녀의 체취로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고르라고 했더니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이성을 골랐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새부터 사람까지 ‘유전적으로 가까운 상대’를 최대한 피하려는 특징이 진화돼 있는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유전자의 절반이 나와 같은 부모를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진화론자 입장에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 것이지요.
성선택론자가 설명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
인간의 두뇌가 커진 현상 등이 모두 암컷과 수컷이 서로를 고르면서 그렇게 됐다는 이른바 ‘성선택론’을 주장해 요즘 최고로 잘 나가는 진화론 학자 중 하나인 제프리 밀러는 자신의 저서 ‘연애(The Mating Mind)’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이런 내용을 썼습니다.
어린이들은 ‘아빠, 나 좀 봐!’ 하면서 자기 능력에 버거운 뭔가를 해내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 주려 한다. 이는 자신의 적응도(생존할 수 있는 능력)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어미새는 어떤 새끼에게는 벌레를 주고 어떤 새끼는 굶겨 죽인다. 이는 새끼 기르기라는 힘든 일에서 ‘되지도 않을 싹수’에 헛된 투자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가 이렇게 ‘차별 부양’을 하기 때문에 새끼는 살아남으려면 부모에게 자신의 적응도를 증명해야 한다. 부모에게 자신의 적응도를 보여 줄 때 자식은 구애에 사용되는 전략들을 사용한다. 튼튼하고 잘난 점을 적극 내세우는 것이다. 여기에 숨겨진 성적 동기 따위는 없다.
따라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틀렸다. 프로이트는 아이들이 부모를 겨냥해 적응도를 자랑하는 행위, 즉 원기왕성한 놀이, 재미있는 이야기하기, 장난스런 대화 등을 발견하고는 이것을 부모와 성관계를 하려는 아이들의 은밀한 욕망이라고 추론했다. 말도 안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근친상간이 아니라 부모의 부양투자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을 완전히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 동물 연구 등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니 하는 말은 추방돼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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