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정몽준 대표, 너무 심한 말 하는 것 아닌가?
이미 아산까지 전철 들어가고, 세종시는 위도상으로 갖은 지역인데, 

거기 정부 부처가 들어간다고 나라가 거덜 난다니.
제발 국민을 바보취급 말고 협박 좀 그만 해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중진들이 드디어 흑색선전, 공갈-협박 수단을 들고 나왔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운찬 총리는 17일 대전ㆍ충남 여성단체 간담회에서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며 “행정 부처를 옮겨와서 폼(무게) 잡고 기분 좋은 것하고, 기업과 연구소,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와서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것 중 어떤 게 좋은지 선택할 시점에 와 있다”며 수정안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또 같은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6일 예산 수덕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를) 경제 논리로 하지 않고 정치 논리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것은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고 또 국민을 비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야단을 쳐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코미디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 우선 웃음부터 난다. 서울에서 충남 아산시 신창역(순천향대학역)까지 이미 전철이 다닌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매일 서울 출퇴근도 가능할 거리가 충남이다. 세종시가 신창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나 지도상으로 검색을 해 보니, 위도상으로는 거의 같은 위도이며, 차로 1시간이면 된다고 검색 결과가 말해 준다.


충남 천안 또는 인근 아산시가 서울과 1일 생활권이라면 위도상으로 거의 같은, 단지 고속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세종시가 왜 1일 생활권이 될 수 없고, 행정부처가 그리로 가면 나라가 거덜나게 되는지, 그런 논리의 비약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차라리 "서울을 떠나기 싫어하는 공무원 사회가 거덜난다"고 하면, 이것도 과장이 심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쪼금 말이 되긴 되겠다.

서울과 부산으로 행정부처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2~3시간 거리, 아니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 ‘현재 전철 라인이 이미 놓여 있는 정도의 거리’ 정도로 나눠 놓는 것이라면,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너무 심한 얘기 아닌가. 대국민 협박이요, 사기 아닌가.

과천 정부 청사가 처음 들어섰을 때 당시 개념으로는 서울 광화문에서 먼 거리였지만, 그래서 불편하다는 불평도 많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나라가 거덜났나? KTX 시대에, 그리고 정보 통신 시대에 2~3시간 거리라는 게 그렇게 괴멸적인 영향을 국가에 미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지난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라는 개념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했다는 점은 익히 안다. 그래서 세종시 추진이 문제가 있다면 있으며, 또 그걸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러나 수정안을 추진하면서 충청도 여론이 잘 돌아서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가 거덜난다”거나 “저 사람들이 당신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고 과장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수사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말이란 게 무서운 거다. 입안 과정에서 찬찬히 문제를 짚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정부-여당이 하는 것처럼 ‘결론부터 빨리 내려 놓은 뒤, 말부터 내놓기 시작하면’ 이렇게 전에 한 ‘무리한’ 말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점점 더 심한 말을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거덜난다’라든지 ‘바보취급’이라는 겁주거나 감정에 휘발유를 껴얹는 말들을 하지 말고, 좀 이성적인 대화를 하는 정부-여당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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