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제가 한국에서 처음 안 사실... "시보레가 좋은 브랜드래!"라는 글을 올려, 이해하기 힘든 한국인의 시보레 브랜드 사랑을 비꼰 적이 있는데, 결국 그 시보레가 GM대우란 이름을 버리고 한국에서 시판되는 차종도 '시보레' 브랜드와 로고를 달아 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오늘 나왔습니다. 

'검토 중'이란 보도는 대개 반응을 떠보기 위해 흘리는 뉴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시보레 로고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GM대우'라는 이름을 버리게 하고, 시보레라는 본토 발음을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차에 붙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3대 자동차 메이커 중 포드는 그럭저럭 연명하지만 GM(시보)은 파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미국 정부의 지원금 등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결국 '시보레'는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는 것이죠.  

일부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 회사 이름을 GM대우에서 시보레로 바꿈으로써 미국의 GM본사는 한국에서 이익금을 가져가는 것도 더 쉬워질 것 같다는 군요. 

이름이 달라진다고 왜 이익금을 더 잘 가져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에서 '겉멋'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특징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로고를 뭘 갖다 붙이던 제품이나 고장률 등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단지 GM대우 로고보다 시보레 로고가 더 멋있다는 이유 때문에 로고를 갈아붙이는 수고를 하더니 결국 일이 이렇게 진전되는군요. 

'겉을 바꾸면 속도 바뀐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겉이라도 바꿔야 덜 멸시 당한다' 생각하는 것인지, 참 한국인들이 하는 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 많습니다.

한국 사람들, 옷 잘 입습니다. 차도 좋은 것 몰고 다닙니다. 외제 차 몰고 다니는 사람 중 상당수가 빚쟁이란 소리도 들립니다. 사기꾼일수록 빚을 내서라도 외제차를 몰아야 하고, 사기꾼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몇 억을 '쳐 발라서라도' 사무실을 테헤란로 같은 데 비까번쩍 하게 내는 것이랍니다.

제가 투자자라면 저는 사무실의 비까번쩍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눈동자, 사무실 분위기를 슬쩍슬쩍 자주 들러 냄새 맡아 볼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왜 일부 몽매한 한국 투자자들은 사람은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옷-차-사무실부터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는 참, 수준낮은 자신감입니다.

제가 미국에 오래 살다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티셔츠에 붙여진 고급 제품의 로고, 즉 말 타고 폴로를 하는 로고가 정말 눈이 번쩍 뜨이도록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산지 미국에서 로고는 보일락 몰락, 그래도 자세히 보면 보이게, 은은하게 멋을 내는 게 보통인데, 한국에선 폴로 말이 손바닥 만한 것을 지나 아예 폴로 말이 배를 다 덮은 제품도 보았습니다. 

그게 진품인지, 짝퉁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폴로 입는 사람이야"를 얼마나 과시하고 싶었으면 폴로 한국 지사든, 아니면 짝퉁 메이커든, 그렇게 큰 로고를 붙여야 했는지 웃음부터 나오면서도 뜨악한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겉멋도 좋지만 좀 실질을 갖추면 안 될까요? 미국 부자들, 엄청나게 폼 잡는 사람도 많지만, 트럭 몰고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한국 식으로 차-옷-사무실로 어떤 사람의 지위나 부를 예단하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습니다.

겉으론 친근하고 허술하면서도 속은 꽉 찬 한국인이 될 순 없을까요? 물론 압니다. 나만 바뀐다고 되지 않는다는 것을. 호텔에서 보니까 경차가 발레파킹을 하려 들면 호텔 직원들이 "어디 경차가 발레를"이라는 듯이, 호텔 입구에 서지도 못하도록 손가락질을 하면서 직접 주차를 하라고 가리키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일, 있을 수 없습니다. 아니 벤츠건, 티코건, 벨리파킹 맨은 팁을 받아먹고 사는데, 왜 발레파킹 하겠다는 차에게 모멸감을 주면서 "너는 니가 주차해"라고 해야 하나요? www.wikipedia.org에서 가져온 위 사진도 "발레 파킹. 모두 환영"이라고 돼 있지 않습니까?

한국인이 다 바뀌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절대로 안 될 것이고, 나부터 한번 바뀌어 봅시다. 쪽 팔리다는 생각, 남이 어떻게 보리라는 생각 좀 접고, 뱃속이 든든한 사람들이 좀 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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