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빵꾸똥꾸”가 연일 화제입니다. 이 드라마, 참 못 말리고, 눈을 뗄 수도 없고.... 전 사실 한국에 이런 드라마가 있다는 게 처음부터 놀라움이었습니다. 


TV나 라디오만 켜면 나오면 공익광고, 대기업 광고가 '행복한 대한민국' '해낼 수 있는 한국인'처럼 재미없는 훈계만 하는 나라에서, 빈부 차이, 식모, "다 내 꺼야", 서울대와 서운대 같은 쩌릿쩌릿한 주제들이 TV 시트콤으로 다뤄지고,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웃는 게 아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한국인은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란 것이 답이겠죠.  


김병욱 PD가 말한 '함께 있을 때 좋은 화학작용'의 의미는?


이 드라마에는 워낙 많은 주제들이 깔려 있지만, 요즘 형성돼 가는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짚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요즘 주로 나오는 러브라인은 '어이없이' 키스까지 한 정음-지훈 사이에 대한 것입니다. 며칠 전 직장에서 야식을 시켜다 먹으면서 이 얘기를 꺼내니 대부분 "정음-지훈이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12월 초에 읽은 김병욱 PD의 인터뷰('시네 21' 게재) 구절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우리가(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사랑하기 전까지는 잘 그리는데 연애에 들어가면 약하다(웃음). 어떤 두 인물이 함께 있을 때 좋은 느낌이 나는지 화학작용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함께 있을 때 좋은 느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식모 세경과 의사 지훈 사이에도 이런 느낌이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죠? 물론 지금은 세경 쪽에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흐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특히 돈 많은 할머니가 월 200만 원을 주겠다며 입주하라는 데도, 그리고 사모하는 준혁이 "가지 말라"고 애원해도, 갈 마음을 굳히는 듯 했던 세경이, 의사 지훈에게 물건을 전달하려 갔다가 "믿는 구석"이라는 그의 말을 듣고는 마음을 돌리는 장면에서, 김 PD가 말한 '화학작용'이 일부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경은 지훈 쪽으로 확실히 흐르는 것 같은데, 정음은 어디로?

그런데 세경과 지훈이 연결되면 '어이없이' 키스까지 한 정음은 어찌 되냐는 궁금증이 안 들 수가 없네요. 어이없어 하면서도 맛난 것을 사 주고, 따뜻한 차를 태워 주는 지훈에게 정음은 끌려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저는 갈등 끝에 형-동생 사이로 안착한 정음과 준혁 학생과의 사이를 눈여겨 보게 됩니다. 지난 번에 이들이 화끈하게 영어 공부를 해 성적을 올린 업적(물론 준혁은 세경을 잡기 위해 공부한 것이지만)에서 보여 줬듯, 이 둘 사이에는 꽤 '케미스트리'가 잘 맞지 않느냐, 둘이 티격태격 하면서도 환상의 콤비를 이뤄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초반부에 껄렁패 학생들로부터 준혁이 정음을 보호해 준 것부터, '누나'라고 부르라는 정음의 탄원을 준혁이 끝내 뿌리친 것, 그리고 때로 둘이 죽이 맞아 열나게 공부를 하기도 하고…. 


김 PD의 말대로 '둘 사이의 화학 작용'이 가장 잘 맞는 것이 이 두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저는 과감히 세경-지훈, 정음-준혁 커플에 판돈을 걸어볼까 합니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판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지만,,,,, 김 PD가 말한 '사랑의 화학'으로 그림을 풀어간다면 이런 그림을 감히 그려보고 싶어집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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