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시각에서 침략군(미군) 보는 내용"이란 시각은 완전 오해
원주민을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모두 백인이라야 한다는
'철저한 백인우월주의' 표현한 영화라는 사실 알아야
영화 ‘아바타’가 부시 직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고, 반전 논리가 좀더 센 민주당을 지지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 쪽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이 영화를 보면 지구의 군인들이 판도라 별의 원주민 나비 족을 공격하면서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언급하니, 이런 분석도 아주 틀리지는 않다. 원주민을 압도적 화력 차이로, 신무기로 괴멸시켜 버리는 ‘지구 정복군’의 모습은 바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군의 모습이다.
민주당 식 논리지만 '미국이 최고'엔 변함없어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서는 ‘지구인과 행성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과의 대결 구도인데, 나비 족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된다’(한겨레신문 1월7일자 ‘아바타 색깔 논쟁’ 기사에서)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반론을 펴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가 ‘나비족 시선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완전한 오판이다. 반대로 이 영화는, 비록 민주당, 즉 미국식 진보주의자의 입장에 섰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비족(원주민)의 입장이 아닌 정복군(미국)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평화롭지만 미개롭게 사는 원주민이 있고, 이들이 사는 땅 밑에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다. 정복군은 평화 작전으로 이들을 설득해 주거지를 옮기라고 설득하려 하지만 미신적 신앙에 집착하는 원주민들은 말을 듣지 않고 정복군은 몰살 작전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정복군에 속했던 일부 ‘양심 세력’이 정복군을 배반하고 원주민 편에 서면서 용감하게 싸워, 정복군의 야욕을 물리친다는 것이 영화 ‘아바타’의 내용이다. 이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원주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둔하다’. 혼자 힘으로는 정복군의 막강한 화력을 막아낼 수 없으면서도,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에도 기도나 드리는 멍청한 짓을 한다.
그러다 마치 ‘신이 하늘에서 강림하듯’ ‘마음을 바꿔 잡수신 백인 영웅’이 나타나, 지리멸렬한 원주민 부족들을 결합해, 정복군을 물리쳐낸다. 원주민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환상이며, ‘정복도, 구제도 모두 백인만이 할 수 있다’는 백인우월주의의 시각이다.
한겨레신문의 평가처럼 이 영화가 ‘나비족 시선에서 진행된다’면 스토리가 이렇게 전개될 수는 없다. 나비족을 구하는 영웅도 나비족 안에서 나와야지, 왜 ‘개과천선한 정복군 변심자’가 필요하단 말인가.
'개과천선한 일본군 변절자' 나타나지 않았다면 조선 사람은 구제불능?
이런 논리를 따르자면, 그러면 이라크 사람들의 도탄을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이라크의 영웅은 될 수 없고, ‘개과천선한 용감한 미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좀 더 한국인 심리에 근접하게 말하자면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는 무지몽매한 조선 사람을 구할 영웅은 조선 사람 안에서는 나올 수 없고, 개과천선한 일본인 영웅이 나타나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부분에서 저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란 그 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과천선한 일본군 변절자'가 없었으면 정말 한국 민족은 구제불능이었을까요?)
그간 미국 역사를 보면 전쟁을 좋아하고 내놓고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보수주의 공화당이었지만, 그렇다고 진보주의 민주당이 무력 사용을 자제했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제2의 6.25가 일어날 뻔한 시점이 최근세사에서 두번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모두 민주당 출신의 카터 대통령과 이른바 1차 북한 핵 위기 때의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한다면 좀더 평화주의적인 면모를 띠지만(클린턴이 북한 침공 일보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동시에 북한과 대화를 했듯), 필요하면 무력으로 상대를 굴복시킨다는 미국적 생각에서는 사실상 공화당과 큰 차이가 없다.
'아바타' 같은 영화 보면서 헷갈리면 바보 된다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것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지만 ‘백인 영웅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이들의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만든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용돼 나타나는 기본 주제다.
‘아바타’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원주민 시각에서 풀어나가는 영화’로 생각하는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마디 적어 보았다. 이렇게 보는 시각이 바로 ‘아둔한 원주민’의 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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