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매일 일어나는 나라" 맞고
"무시무시한 지하철"도 사실이고
얼굴색으로 사람 진짜 차별하는 게 우리 한국인 아닙니까?
‘미수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베라 홀라이터가 자신의 책 ‘잠못드는 서울’에서 한국, 한국인을 비하했다는 기사가 여러 언론에서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름이 Hohliter인데 신문들이 다 ‘호흘라이터’라고 쓰더군요. 좀 확인하고 씁시다)
보도들은 그녀가 책에서
∇한국 여자들은 유행을 광적으로 쫓기 때문에 꼭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 올라갈 때는 가린다
∇매너 있고 배운 유럽인으로서 잘해 보려고 했지만 이해 불가능한 상황이 날마다 일어난다
∇한국인들은 지하철에서 외국인 외모를 조목조목 씹는 게 취미
∇채식주의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지하철을 보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이 넣어져 서로 물어 뜯고 싸우는 쥐들 같다
∇방송에서 하는 말의 반은 작가가 써준 말이고 그걸 외워서 방송 해야 한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꼭 사랑할 필요는 없다
등으로 한국을 폄하했다고 전하는군요.
그녀가 정말로 이런 말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곧 드러나겠죠. 그러나 설사 그녀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해도 저는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상속세 탈세해도 법원이 봐주는 선진국 봤나?
“매일매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말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독일이나 유럽에서 자기 가게를 지키겠다고 버티는 사람을 경찰이 죽이고도 “폭도여서 그랬다”는 한 마디로 끝낼까요?
독일 최고의 부자가 상속세를 탈세하려고 불법 수단을 썼고 이런 내용을 그 회사의 법무팀장이 폭로했고 대학 법학과 교수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시국 성명을 냈는데도 법원이 “일부 불법은 있었지만 별 문제 아니다”고 판결해 모든 기업인들에게 ‘상속을 위한 탈세의 길’을 열어 줄까요?
이렇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매일 일어나는 게 우리가 사는 나라입니다. 외국인들이, 특히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나라에 쉽게 푹 빠져들 수 있을까요?
지하철에서 욕하는 아가씨, 토하는 남녀들
지하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한국의 지하철이 어디 정상입니까? 그녀가 ‘쥐 우리’라고 표현한 것은 섭섭한 면도 있습니다.
좁은 우리에서 쥐들은 서로를 물어뜯지만 참을성 대단한 한국 사람들은 서로 물어뜯지는 않거든요. 물론 가끔 주먹질-발길질을 하는 고약한 사람들이 종종 있고, 취객들이 비칠거리거나 오물을 토해내긴 하지만….
저에게 지하철에서 가장 곤란한 사태는 휴대전화 통화들입니다. 어쩜 그렇게 큰 소리로 통화들을 하는지. 한번은 20대 초반의 말끔한 아가씨가 통화를 하면서 쌍시옷 욕을 말 끝마다 붙이는데 정말 몸 둘 데가 없더라구요.
사람들이 다 듣는데 어쩌면 그렇게 욕을 할 수 있는지. 그러고 보면 우리 청소년, 어린이들은 욕을 정말 많이 하더군요.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그렇게들 욕을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지하철에서 또 곤란한 것은 한국 사람들의 ‘백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 및 환대’입니다. 살빛이 어두운 외국인에게는 살이 닿을까 몸을 움추리면서 백인만 타면 화사한 미소를 띄워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지나친 관심이 잘못 이어지면 ‘외국인 여자에 대한 큰소리 몸매 논평’이 되는 것이겠죠.
제발 제발, 백인 환대 좀 그만 좀 합시다
한국인의 백인에 대한 환대는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미국에서라면 단 한번도 ‘귀한 사람’ 대접을 못 받았을 것 같은 미국인들이 “내가 상전이네” 하고 뻐기는 꼴을 한국에서 보자면 정말 “왜 우리는 이렇게 살까”라는 처량한 생각이 듭니다.
홍세화 한겨례신문 기획위원이 자신의 책에서 “나는 프랑스 사람이 한국에 오면 일만 보고 빨리 가라고 그런다. 오래 있으면 평생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한국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면서 사람 버리기 때문이다”라고 썼죠. 맞는 말입니다.
얼굴색으로 학생 차별하는 한국의 이른바 명문대
한국의 명문대 꼴도 말이 아닙니다. 지난 주 미수다에선 한국의 명문대(SKY 중 하나)에 들어간 미국 학생이 “한국 명문대 들어가기 너무 쉽다”고 말합디다.
얼굴만 희면 쉽게 명문대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흰 얼굴’들이 드문드문 끼어 있어야 ‘세계가 인정한 명문대’로 보이기 때문이라죠.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렇게 얼굴색으로 사람을 차별할 수 있습니까? 이건 인종차별이고 또 자국인에 대한 멸시입니다. SKY 대학을 들어갈라고 청소년들이 몸까지 망치면서 공부하는데 어떻게 단지 얼굴이 희다는 이유로 입학시키고 한국 학생들은 내칠 수 있는지, 그 머리 속이 궁금합니다.
'글로벌 톡 쇼'가 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방송하나?
미수다 출연진이 대본대로 방송한다는 지적도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비뚤어진 교육열 등을 비판한 뒤 미수다 출연이 끊긴 뉴질랜드 여자 캐서린 베일리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그럼 대본도 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미뤄 짐작이 가능한 대답이죠.
그녀는 또한 “난 막창을 옛날에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데도 제작진이 자꾸 얘기 하길 원한다” “녹화를 몇 시간씩 하지만 다 편집되기 때문에 제작진 의도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해 봐야 소용없다”고 했죠.
미수다 프로그램의 영문 명칭은 ‘Global Talk Show’입니다. 글로벌 톡 쇼가 왜 글로벌 하지 못하고 한국적 얘기만,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말만 나와야 하는지도 참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사람 입장이라면 책을 쓸 때 “할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 않을까요?
독일인이니 망정이지 만약 일본인, 중국인이 이런 비판했다면...
캐서린 베일리가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말 중 하나는 이번 ‘베라 홀라이터 사태’를 보는 중요한 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녀는 말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서양인이니까 악플이 덜 한 편이죠. 일본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아마 난리가 날 거예요”라고.
베라가 만약 일본 또는 중국인으로서 이런 말을 했을 때 우리의 반응이 어떨지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가 얼굴색 또는 국적으로 사람을 얼마나 차별하는지를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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