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 당까마귀 실력 증명
호리병에 돌 골라 넣어 물높이 올린 뒤 벌레 먹어

이솝 우화 중에 까마귀와 호리병 이야기가 있습니다. 목마른 까마귀가 호리병 바닥의 물을 발견했는데 주동이가 닿지 않자 돌을 물어 넣어 물 높이를 끌어올려 먹었다는 이야기지요. 

260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우화는 ‘머리를 써야 산다’는 교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실제로 까마귀가 이처럼 돌을 쓰는 사례는 발견된 적이 없었죠.

단지 오랑우탄이 호리병 속에 든 땅콩을 먹기 위해 물을 입으로 물어와 부어 땅콩이 떠오르게 한 뒤 먹었다는 관찰 기록은 2007년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가 내놓은 적이 있다네요.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크리스토퍼 버드(Christopher Bird) 교수가 까마귀의 일종인 당까마귀가 돌을 담아 물높이를 올려 벌레를 꺼내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화제입니다. (관련 논문은 ‘현대 생물학 Current Biology’ 8월6일자에 게재) 

연구진이 공개한 비디오에서 당까마귀(rook)는 이솝 우화 그대로 가는 튜브에 담긴 벌레를 꺼내먹기 위해 돌을 입으로 물어 물 높이를 밀어올린 뒤 벌레를 꺼내 먹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아래는 연구진이 공개한 실험 비디오입니다.



물높이를 관찰하느라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돌을 던져 넣는 모습이 참 영락없이 사람이 하는 짓 같습니다. "새대가리"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군다나 연구진은 “이 새들이 아무 돌이나 마구 집어넣는 게 아니라 큰 돌을 골라 넣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니 동물의 머리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작은 새대가리로 어떻게 머리 쓰는지 신기"

버드 교수(이 사람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새 연구를 한 사람 이름이 ‘새’라니)는 “까마귀류는 아주 똑똑해 물리에 대한 지식이나 문제를 푸는 능력이 영장류와 비슷할 정도”라면서 “당까마귀의 뇌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의 뇌와는 형태가 아주 다른데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게 놀라운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혹시나 해서 두 번째 실험에서는 튜브에 물 대신 톱밥을 채워 실험해 봤지만 당까마귀가 속을 리 없죠.

당까마귀는 이렇게 머리가 좋지만 야생에서는 전혀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구를 쓰지 않고도 먹이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험실 환경에서 튜브 속에 그냥은 먹을 수 없는 벌레가 들어 있을 때처럼 어쩔 수 없을 때만 돌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네요.


동물은 도구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것일 수 있다

앞에서 오랑우탄 얘기를 했지만 오랑우탄도 실제 밀림에서는 전혀 도구를 안 써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아 먹는 침팬지보다 머리가 나쁘다"고 학자들이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잡혀 동물원에 사는 오랑우탄은 도구를 아주 능숙하게 다룬다는군요. 동물들이 도구를 못 쓰거나 또 안 쓴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는 소립니다.

이솝의 말 중 유명한 것으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게 있는데, 당까마귀나 오랑우탄에 딱 해당되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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