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할지 안할지 결정하는 '세포 속 화학방정식' 확인
'한다' 효소와 '안 한다' 효소 싸우다 어느 한쪽으로 급히 기울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에서도 주인공 남자가 어떤 여자에 대해 '이성적으로' 철저히 생각해 본 끝에 "나는 이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결정을 내리고 여자를 떠나보내지만, 여자가 없어지고 나니 그때야 비로소 그 여자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란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다시 찾아헤매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사랑의 수수께끼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머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랑의 화학(chemistry of love)'이기도 하다. 이 화학방정식을 푸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랑할지 말지 결정은 마음-이성-두뇌가 아니라, 몸 속의 세포가 한다는 연구 결과다. 세계적 과학지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발표된 내용이다.
이성 나타나면 "좋다" 효소와 "아니다" 효소 경쟁하기 시작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스티븐 미치닉 교수 팀은 세포 속 분자활동에 대한 관찰을 통해 ‘짝짓기 할 만한 이성이 나타나면 세포에 불꽃이 켜지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관찰에 따르면 이성이 접근할 때 이성이 내뿜는 ‘사랑의 화학신호 물질’ 페로몬에 따라 인체 세포 내의 두 효소가 싸움을 시작한다.
한 효소는 “괜찮은데”라며 짝짓기를 부추기고, 나머지 한 효소는 “아냐, 내 짝이 아냐”라며 짝짓기를 회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두 효소는 Ste5라고 이름 붙여진 단백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과정이 축적돼 어느 한 순간 한 쪽 편 효소가 승리하면 바로 몸 전체가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세포의 이런 작용을 이스트 세포의 작용에 근거해 관찰했다고 밝혔다. 빵을 부풀리는 데 사용되는 이스트는 아주 간단한 세포지만 다음 행동을 결정할 때 두 효소가 서로 경쟁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수학적 정확성을 갖고 작동된다. 남자든 여자든, 눈 앞에 나타난 이성이 '짝짓기 할만한 바람직한 특징'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면 바로 세포에 불이 켜지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과정 연구에도 기여할 전망
세포 속 효소의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 암 연구 등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각기 다른 신체 조직으로 달라지는 방식 역시 이 같은 ‘세포 속 화학작용’에 따라 이뤄지며, 이런 화학작용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마구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간단하다. 이성을 선택할 때 잔머리를 굴리지 말라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본능적으로 나에게 딱 맞는 이성이 나타나면, 머리로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일까"를 머리로, 스펙으로 아무리 따져 봐야 소용 없고 몸이 먼저 알아서 반응한다니, 배우자 결정에서 스펙만을 따지는 요즘 한국인의 풍토는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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