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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일생을 다룬 영화 '창조(Creation)'의 개봉을 앞두고 영국 일간지 텔리그래프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주장 각기 5개씩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지적 한 가지. 한국에서는 창조론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좀 말이 안 되죠. 영어로 하자면 진화론은 Theory of Revolution이고, 진화론은 Creationism입니다.

진화론은 학술적 이론으로서 탄탄한 증거가 갖춰져 있으니까 Theory가 되지만 창조'론'은 론으로서 서질 못하기 때문에 theory라는 단어를 붙여 줄 수가 없고, 그냥 주의-주장을 뜻하는 ism을 붙여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창조론이란 말을 쓰면 안 되고 창조주의나 창조주장 등으로 써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설하고, 이 신문이 소개한 쟁점 5가지를 한번 볼까요?

창조론의 주장 1: 진화의 증거가 없다

진화론은 '생선이 양서류가 되고, 양서류가 파충류가 되고, 파충류가 새와 포유류가 됐다고 하는데 화석 증거가 없지 않느냐? 생선이 양서류로 바뀔 때의 화석 증거를 대라.

진화론의 답변: 증거가 수도 없이 있는데 뭔 소리

진화론은 식물과 동물이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다. 현재까지 나온 이론 중에서 진화론만큼 생명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한 학설은 없었다.

(이 답변에서도 보이듯, 진화론자들은 '학설'임을 분명히 하죠. 창조론은 학설이 못 됩니다. 일부 이상한 학자들 빼고는 학계에서는 창조론은 '논외'거든요.)

창조론의 주장 2 : 지구의 역사가 그렇게 길다면 이래야 할텐데

진화론이 주장하듯 지구의 역사가 45억 년쯤 된다면 더욱 많은 화석이 나와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석기시대의 유골만도 수십억 개가 나와야 하고, 동굴 속 벽화도 더 나와야 하고, 바다 속에는 훨씬 더 많은 소금이 있어야 하며, 바다 속 침전층도 엄청 두꺼워야 할 것 아니냐?

진화론의 답변: 박물관 가서 자료 보고 말해라

진화론은 머리 속에서 상상한 자연의 추상화가 아니다. 수 많은 물적 자료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모든 자료가 나와 있다.

(창조론의 질문 중 치졸한 게 바로 저런 겁니다. 지구의 역사가 45억 년이라는 게 지질 조사 등으로 다 나와 있는데도 일부 창조론자들은 지구의 역사를 아무리 길게 봐야 1만 년을 못 넘는다고 주장하거든요. 왜냐고요?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 쓰여져 있는 기록을 이리저리 뜯어가며 햇수를 맞춰 보면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프랑스의 천재 어학자 샹폴리옹(1790년생)은 상형문자를 통해 이집트의 역사가 기원전 4천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는 것을 알아냈으면서도 당시 기독교의 세계 인식은 지구가 생긴 지 4천 년이 됐을 리 없다는 것이어서 자신의 발견을 한 동안 숨겼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생긴 것을 겨우 1만 년 정도로 보는(성경에 따라) 인간들이니 45억 년, 생명의 역사 30억 년이란 소리에 입이 쩍 벌어질 만도 하죠.)

창조론의 주장 3: 파리 눈만큼 정교한 것을 어떻게 저절로 생기냐?

수많은 홑눈이 모여 만드는 파리의 눈 같은 겹눈(compound eye)은 너무 정교하고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어 자연이 이런 걸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다. 속세의 위키피디아를 본 떠 만들었다는 창조론 위키(CreationWiki)는 그래서 이를 "뛰어난 지능을 가진 존재가 만물을 창조했으리라는 여러 특징들을 겹눈은 완벽하게 모두 갖고 있어서 자연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진화론의 답변: 논문 좀 읽어라, 제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수많은 논문과 실험이 보증하며, 세계의 과학계가 거의 모두 진화론을 정설로 인정한다. 심지어 세계 모든 종교 단체의 절반 이상이 진화론을 인정한다.

(사람 눈 같은 렌즈식 눈에 대한 진화 과정은 사실 거의 완벽하게 밝혀져 있죠. 기독교 쪽 사람들은 처음에는 사람 눈을 갖고 똑 같은 소리를 해댔습니다. 이렇게 정교한 걸 어찌 자연이 만드냐고. 사람 눈에 대한 증명이 끝나자 이제 벌레 눈을 증명하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 포스팅: 내 눈은 소중해, 만드는데 3억년 걸렸으니까

또 눈 같은 부드러운 부위는 화석이 거의 남지 않아 진화를 연구하기 힘든 점도 이용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러나 화석이 남지 않은 사람 눈에 대해서도 유전자, 분자생물학 수준에서 많은 연구 성과가 나왔듯 이제 그간 덜 연구됐던 벌레 눈에 대해서도 진화론적 연구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창조론의 주장 4: 성경은 비유다

성경은 지구의 창조에 대해 비유법으로 말한다. 창조에 대해서도 직접 말하기 보다는 등장 인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게 한다. 따라서 6일 만에 창조했다는 창조론의 6'일'을 엿새로 보는 게 아니라 6개의 시대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진화론의 답변: 창작 그만 하고 증거를 좀 보여 주시지

6일이든, 6시대든 그건 당신들이 증명할 문제고, 창조 좀 그만 하고 좀 증거를 대라. 노아의 방주 때문에 지구 생물체가 살아났다는데 제발 그 증거 좀 대 봐라. 지구의 모든 생물을 담을 정도의 배라면 엄청나게 컸을 테고,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가졌을 텐데, 뭔가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창조론이란 게 도대체가 이런 식입니다. 언제는 성경 구절은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진리라며 6일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렇게 읽으면 안 되고 6시대로 읽으라는 것이죠. 어차피 과학이 아니고 창조, 창작의 세계니 뭔 말인들 못하겠습니까만, 참 무책임한 사람들입니다.)

창조론의 주장 5: 도대체 진화론의 목적이 뭐냐?

진화론이 주장하는 세계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이냐? 기독교적 세계관은 정확한 목적이 있지 않느냐, 하나님의 구원, 그리고 세상의 종말이라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목적이 있어야 할 텐데 왜 진화론에는 그런 목적이 없느냐?

진화론의 답변: 목적론적 세계관은 이제 그만

목적론적 세계관은 계몽주의 시대에나 있는 거지, 세상이 목적이 어디 있나. 진화에 목적은 없다. 생물체는 그저 생겨나고 그저 살 뿐이며, 눈먼 시계공이 시계를 만들 듯 세상은 진화할 뿐이다.

(목적론적 세계관을 갖고 시비를 거는 건 정확히 기독교적인 것이죠. 기독교적 세계관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만물을 그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거죠. 정말 그렇습니까? 우리가 사는 목적이 있고 지구가 달려 가는 목적 지점이 정해 있나요?

창조론이 가정하는 '인격적, 전지전능적 창조자'라는 개념도 웃기는 거죠. 창조주가 있다면 그 창조주는 누가 만들었으며, 그 아버지 창조주는 또 누가 만들었으며… 끝이 나지 않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종말이 있다면 종말의 그 다음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미 시효가 다 끝난 세계관을 붙잡고 쇼를 하고 있는 꼴입니다.) 

이런 시비에 대해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틀리며, 어느 정도 틀리는 게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회복 불가능하게 틀리다"고 코멘트 했답니다. 


<책 읽는 북손탐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재밌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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