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제 '캐릭터 유지' 좀 하자
‘결혼 못 하는 남자’. 일본 드라마 중 최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리메이크에 대해 우려를 했고 1, 2회가 지나면서 “우려와는 달리 한국 스타일을 잘 살린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결혼 못하는 남자에 대한 성격 규정이 탄탄히 돼 있는 일본 드라마 덕에 초반에는 재미있게 봤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평범한 한국 드라마로 바뀌니 실망스럽군요.
‘한국 드라마’ 라는 건 온갖 작위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결국 ‘결혼으로 골인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보여 준다는 의미입니다.
'결혼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 말고는 할 얘기 없나?
‘결못남’이라는 드라마의 의미는 결혼 못하는 남자의 성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남자만이 하는 이상한 짓들'을 재미있게 보여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하나 마나”라며 고민하는 것은 모든 남자의 기본 특징이기 때문에 이를 코믹하게 보여 줘 성공한 드라마죠.
그래서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 남자는 끝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점을 남겨 놓은 채 끝납니다. 남녀 주인공의 성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은 채 끝나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판 리메이크는 이런 상상의 여지를 끝까지 하나하나 밟아 없애 버렸습니다. 결혼 못할 남자의 성격을 실컷 보여 주더니 결론은 ‘그 둘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가 된 것입니다.
이런 결론을 보여 주려고 결혼 못할 남자의 특징을 그리 자세히 보여 줬던가요?
뜬금없는 성격 변화는 이제 그만 좀 하자
한국 드라마의 이러한 ‘캐릭터 변경’은 진짜 지겹습니다. 씩씩하고 남자에 주먹을 날리는 성격으로 시작한 여주인공은 꼭 남자 주인공과의 사랑에 휘말리면서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조 여성으로 바뀌는 게 한국 드라마의 전형입니다.
극작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제발 캐릭터를 한번 설정했으면 끝까지 좀 밀고 나가 보세요. 대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은 캐릭터가 유지되지만 여자 주인공들은 극 초반에는 독특한 성격이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보고 또 본 바로 그 드라마 주인공’이 돼 버립니다.
눈물 짜는 여자를 보여 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짜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리고 성격이 변할 거면 그럴만한 장치를 만들던지. 왜 아무런 계기도 없이 결못남이 결혼 못해 안달을 떠는 남자가 돼버립니까?
이제 한국도 개성 시대고 개성파라야 살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인의 캐릭터가 골고루 드라마에 나와야지 왜 보고 또 본 스테레오 타입(전형)만 자꾸 화면에 내보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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