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한국 헌법의 사정...
‘마은혁 임명 않으면 위헌’이라고 헌재가 판결했는데도
한덕수, 최상목 두 대통령 권한대행은 몇 달을 깔고앉아 뭉개도 안전 또 안전.
국힘 의원은 “마은혁 임명하지 말라"고, 즉 위헌을 하라고 외쳐도 안전.
전한길은 윤 파면 뒤에도 "헌재를 가루로 만들자"고 외쳐도 안전.
이렇게 너덜너덜한 헌법이 다 있나?
독일 극우가 가장 무서워한다는 헌법수호청
부러운 건 독일이다. 연방정부엔 헌법수호청(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 BfV)이,
그리고 16개 연방 주에도 헌법수호청(Landesämter für Verfassungsschutz)이 각각 있단다.
소속 공무원만 연방헌법수호청에 4000~4500명, 주별 헌법수호청에 1600~3200명이라니
독일 전국에 최소 6000명 이상의 헌법 수호 공무원(경찰관)이 암약 중이란다.
임무는 딱 하나. 헌법을 어기는 놈들을 잡아들이는 일이다.
최근 지지율을 높여가고 있는 독일의 극우 정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헌법수호청 비밀경찰이란다.
독일에 헌법수호청이 생긴 건(1950년 창설) 물론 히틀러와 나치를 겪어서다.
히틀러와 나치 탓에 독일인 전체가 죽을 뻔했으니 공무원 6000명 이상을 상시 고용해 ‘헌법 어길 놈들’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것이다.
히틀러가 민족주의자라굽쇼? 한국인들의 오해
한국인의 상식은 “히틀러는 독일 민족주의자였다”다.
다음 문장을 읽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나치가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이전에는 공공연하게 내보일 수 없었던) 독일 민족에 대한 일반적 증오(주: 1923년 히틀러의 말 참조. “독일 민족의 3분의 1은 영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분의 1은 겁쟁이,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반역자로 구성되어 있다”
한나 아렌트의 책 ‘전체주의의 기원 2’ 101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히틀러는 아리안 인종주의(독일 민족주의가 아니라 아리안 인종주의다)를 주장했고,
독일 민족 중에서도 3분의 2는 겁쟁이 또는 반역자이므로
이 3분의 2를 직접 죽이려 했다는 게,
독일인이자 유대인이었던 아렌트의 분석이다.
히틀러 생각엔 독일 민족 중 3분의 1만 살려두면 된단다.
그렇다면 그 3분의 1에 들어가 있는 사람, 예컨대 비밀경찰(게쉬타포)은 당연히 안전하겠지요?
상식적으론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아렌트의 증언이다.
아래 내용도 그녀의 책 '전체주의의 기원 2'에 나온다.
나치당 산하 엘리트 조직으로 돌격대(SA, 1922년 창설), 나치 친위대(SS, 1926년 창설), 해골부대 등이 차례로 창설된다. 그리고 이들 중 가장 ‘끗발 좋은’ 조직은 수시로 바뀌었다.
돌격대가 최고였는데 어느날 친위대가 새로 창설되면서 위로 올라가고,
그러면 돌격대원 중 일부는 어느 날 ‘제거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한나 아렌트는 “통제하는 자를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통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썼다.
한 줄을 더 해야 이 시가 완전해진다고?
널리 알려진 마르틴 니묄러의 시가 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유대인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마침내,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렌트라면 아마 한 줄을 더했을 것 같다.
그들이 다른 비밀경찰을 죽일 때 나는 침묵했다 / 나는 우수 비밀경찰이었으므로
이처럼 과녁을 바꿔가면서 나치는 사람들을 죽였다.
아리안 족의 순혈을 지키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누구라도,
즉 어제까지는 히틀러의 심복이었더라도, 오늘 아니라고 판단되면
죽여서 수거하는 게 히틀러의 전체주의 수법이었다.
아렌트 책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전쟁 말기에 나치는 패배할 경우 독일 민족이 파멸할 것이라는 예언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아직 온전한 조직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독일을 완전하게 파괴하려 했다” (위 책 82쪽)
“전쟁에서 지면 다 죽는다”고 총통께서 예언하셨으므로,
전쟁에서 질 것 같으면 독일 민족이 다 죽어야 맞다.
"저 사람은 4월 4일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최고로 신통방통한 예언가라면 딱 그 날짜에 맞춰 그 사람을 죽이면 된다.
그러면 존경과 돈이 억수로 들어온다.
히틀러 탓에 민족 멸종의 위기를 겪은 독일인들은 전쟁 뒤에
“헌법 지키는 것만이 살길”임을 뼛속 깊이 절감했고,
1950년 헌법수호청 창설 뒤 계속 6천 비밀 수사 요원들을 암약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백만 명이 죽은 뒤에야 헌법은 지켜지나
독일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헌법의 팔자는 참으로 비루하다.
군부독재 군홧발에 짓밟히더니,
이제는 행정-사법부 고관들에게 맘대로 찢기고 있다.
"헌재를 가루로 만들자"고 마음껏 외쳐도 저~~~~ㄴ혀 잡혀가지 않는 걸 보면
헌법을 안 지키는 높으신 분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저렇게 위헌하고도 안전한 걸 보니 참 쎄긴 쎄다"는 존경심을 품게 된다.
수백만 명이 죽고 나서야 독일인들은 정신을 차렸고
‘헌법 애국주의’ 또는 ‘입헌 민주주의’에 매진하게 됐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인가?
아직 수백만 명이 죽지 않아서 헌법이 이런 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