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포스팅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절대 못나와 ①: 대한항공 추락의 비밀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절대 못나와 ②: 번역 필요한 한국 말


경직된 상하 권위주의 때문에 미국인 비행담당자를 영입했던 대한항공.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대한항공 이야기를 하는 글래드웰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정말 절실하게 느낀 것은 “영어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한국어의 존대 체제를 다 번역할 도리가 없으므로 회장님에게도 더 쉽게 말할 수 있고(미국 사람처럼 “존”이라고 이름을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내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머리굴림-번역의 과정 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좀더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래위 질서를 세계 구성원리의 첫째로 치는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스티브 잡스나 애플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삼성은 절대로 애플의 ‘철학’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영어공용화론을 주장한 복거일 씨는 ‘경제적으로 잘 살려면 영어를 공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지만, 저는 꼭 잘 사는 것보다는 ‘좀 가슴 펴고 살자’ ‘할 말은 하고 살자’는 차원에서 최소한 직장에서라도 영어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사장한테 한 마디라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제 아랫것들도 저에게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 하면서 골 때리는 건, 말이 옆으로만 돈다는 것이죠. 사장 주변을 도는 말과, 간부들 사이를 도는 말과, 사원끼리 하는 말은 거의, 절대로 섞이지 않습니다. 아랫것들의 불평 불만은 곪어 썩어 문드러져서야, 문제가 터지거나, 어떤 직원이 그만 두거나 할 때 같은 사건이 터져야 드러납니다.

“아니, 부장님, 이런 문제가 우리 회사에 있다는 것 모르셨어요? 우리끼리는 얼마나 많이 얘기했는데.”

어먹을. 니들 술자리에서 나를 끼워 주든지, 아니면 어젯밤에 우리끼리 이런 얘기했다고 말해 줘야 알지, 내가 무슨 수로 지들끼리 안주거리로 씹은 얘기를 안단 말인가?

그래서 한국 직장에서는 직급별로 층층이 다른 대화를 나누기에 회사는 항상 그 모양에 그 꼴이고,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기 쉽습니다. 공기가 안 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장 안에서 사소한 말도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스티브 잡스 같은 얘기를 합니까? 꿈도 꾸지 마세요. 

글래드웰은 썼습니다. 대한항공이 경직된 상하문제를 고치기 위해 영입한 미국 델타항공으로부터 영입한 데이빗 그린버그는 한국을 떠나면서 영원한 2등-3등인 부기장, 기관사를 미국으로 데려가 조종사로 일하게 했다고. 그리고 그들 한국인은 미국적 조직에서 훌륭한 조종사로 다 성공했다고.

그가 대한항공에 와서 처음 한 일도 기장-부기장이 영어를 배우도록 한 일이라고 합니다. 눈치 보지 말고 영어로 말하라!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복거일 식의 영어 공용화는 쫌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직장에서는 영어를 허하라"고. 

"사장과 직원끼리는 영어로 대화하게 하라”고.

정부 청사나, 청와대에서도 서로 영어로 대화한다면, 지금처럼 될까요? 서로 말귀를 못 알아먹고, 각하의 말씀을 ‘알아새겨' 들어서, 발표했는데, 내용이 잘못 됐다고 모가지 친다는 사태가?

아, 영어로 말하고 시퍼라.



Posted by
,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위키피디아에서 인용)

관련 포스팅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절대 못나와 ②: 번역 필요한 한국 말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절대 못나와 ③: 직장에선 영어를 쓰자


오늘 네이버를 보니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우리에겐 왜 스티브 잡스가 없을까?’라는 칼럼이 실렸더군요. 제 경험으로 그냥 답을 드려 볼까요? 답은 “현재와 같은 한국 시스템으론 절대 안 나온다”입니다. 

왜 한국이 안 되는지, 세계적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저)의 한 챕터를 예로 들죠. ‘아웃라이어’의 7장은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대한항공 이야기입니다. 

항공기 추락사고는 윗 사람 앞에서 아랫사람이 꼼짝 못하는 권위주의가 얼마나 심하냐에 따라 정확히 일치하게 일어난답니다. 아래위가 엄격할수록 여객기 추락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한국은 권위주의 지수가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 2등이랍니다. IBM이 전문가에게 의뢰해 전세계 직장을 돌아다니며 조사한 결과라니 믿어야 할 것입니다.

여객기 운전은 기장과 부기장 두 사람이 ‘협력해’ 하게 돼 있는데, 아래위 권위주의가 가장 적은 미국인 경우엔 기장과 부기장끼리의 예의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는 기장이고, 나는 부기장이지만, 너도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다”라는 원칙에 철저하다.

그렇기 때문에 피곤에 지친 기장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부기장은 분명하고도 확실한 '반말'로 기장에게 주의를 줄 수가 있고, 그래서 미국 조종사는 여객기 추락 사고가 가장 적은 축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선 여객기에 오를 때부터 부기장은 기장에게 90도 허리 인사를 하고 들어가죠. 조종간에서 기장이 실수해도 ‘아랫것’이 직설적으로 "당신 지금 잘못하고 있다"고 하면 재수 좋으면 혼나는 것이요, 재수 없으면 모가지입니다. 

1997년 대한항공 801편(괌행 보잉 747기)이 괌의 야산을 들이받고 폭발해 탑승한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한 사건도, 기장이 분명 잘못하고 있는데도, 부기장과 기관사가 예의상, 말을 빙빙 돌려 하다가 추락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블랙박스의 녹음 판독 결론이랍니다. 무섭죠. 

글래드웰이 대한항공에 대해 놀라는 건, 한 블랙박스 녹음을 들어보니 부기장이 뭔가를 잘못 말하니까 기장이 부기장의 등짝을 철썩 때리더라는 것입니다. 미국인들끼리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죠. 
 

아래위를 따지는 상하 권위주의…. 한국 사람에겐, 아니 한반도에 사는 한국 사람에겐, 정말 구제불능입니다. 

요즘 날고 긴다는 삼성전자 사람들의 모임에 한번 참석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장부터 부사장들, 전무들이 모두 참석하는......... 똑똑한 사람 많고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데, 또 무슨 공식행사도 아니고, 사석이랄 수 있는 자리였는데, 왜 그리 재미없고 숨이 막히던지....... 제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온통 ‘굽신굽신’이더라구요. 심지어 외국인도 굽신굽신을 쫓아하더라구요.

이런 조직문화로 애플을 이긴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CEO가 나온다?
택도 없죠. 
글이 너무 길어지면 숨차니 다음 회로 넘기겠습니다.


Posted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