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기사를 쓰면 안 된다.
그간 여러 번 '이른바 진보 신문'인 경향신문의 논조에 대해 불평을 말해 왔지만, 김용민 건에 대한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서 "이번엔 정말 끊는다"는 생각을 확실히 하게 됐다.
4월6일자 경향신문 6면을 보자. 김용민과 문대성에 대한 기사가 나란히 아래위로 나와 있다. 두 사람 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후보들이다.
이렇게 양쪽 다 공격하는 척 하면서, 슬쩍 신문사의 사적인 의견과 감정을 싣는 방식을 제일 잘하는 건? 수구꼴통 언론들이다.
그런데 진보 신문이라는 경향은 이처럼 '아류 조중동' 같은 편집방식을 쓴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가관이다. 기사를 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팩트를 전달하는 기사가 있고, 오피니언(의견)을 전달하는 기사가 있다. 한국 신문들이 못 된 것은, 그래서 수구꼴통 언론을 공격하는 첫 째 이유는, 팩트와 의견을 교묘하게 섞기 때문이다.
6일자 경향신문의 김용민 관련 기사는 이러한 '슬쩍 감정 집어넣기'의 결정판이다. 문대성 관련 기사는 거의 100% 팩트 전달이다. 문대성에 대해 여러 단체가 내놓은 성명서, 발언 등을 '밝혔다' '말했다'로 소개한다. 감정적인 단어라면 딱 하나, '(문대성은) 동네북 신세가 됐다' 정도다.
반면, 김용민 관련 기사는? 낯 뜨거울 정도로 감정적 언사가 난무한다. '사퇴 압박이 전방위로 높아지고 있다', '사퇴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무책임한 버티기와 고집에 가까워 보인다' '여성비하 발언과 음담패설로 일관했다' '김후보는 비난 여론에 철퇴를 맞았다' '막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새까맣게 속이 타들어갔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참다못한 민주당은'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김후보는 외치고 있다'
결론이 백미다. '귀를 닫아버린 그의 몽니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몽니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게 아니다.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는 것도 기자의 몰아붙이기일 뿐이지 사실은 아니다.
위에 든 모든 말들은 팩트를 전달한 게 아니다. 기자가 일부러 골라쓴, 감정을 듬뿍 담은 말들이다. 이런 기사를 '욕설 기사'라고 한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척 하면서 이렇게 '감정을 담은 욕설 기사'를 쓰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다.
김용민을 욕하려면 '의견'을 전달할 사설 또는 기자수첩을 쓰면 된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가장하면 안 된다. 이런 차원에서 경향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어줍잖게 수구꼴통 언론 흉내내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려 들지 말라.
동료의 흠을 침소봉대 하는 것으로 '나는 깨끗하다'는 쉴드를 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책 읽는 북손탐의 재밌는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