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개는 사람 이용해 먹고 사는 ‘기생 동물'?"이란 글이 Daum View에 실려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개를 기르는 게 아니라 개가 사람을 이용해 놀고 먹는다는 글이었습니다. '기생동물'이라고 표현한 이유지요.
개는 동물 중 유일하게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아 사람이 알아서 먹이를 갖다 바치도록 만든다는 글이었습니다. 당시 이 글에 대해서는 "개를 괴롭히는 것은 사람인데 무슨 소리냐" “그런 부림은 얼마든지 받겠다”라는 댓글이 여럿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사람을 부려 먹는 데 천재라는 논문이 나왔네요.
영국 서섹스대학의 카렌 매컴(Karen McComb) 교수는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7월14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양이가 평소의 조용한 그르랑거리는 소리에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외침 소리를 교묘하게 섞어 놓음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먹이를 주인이 가져다 주도록 시킨다'고 했습니다.
'부모의 본능'을 이끌어내는 고양이의 소리
매컴 교수는 포유류의 소리 커뮤니케이션이 전공 과목이라는데 어느 날 자기 고양이가 내는 소리에 자신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먹이를 가져다 주는 걸 발견하고는 놀랐답니다. 그래서 자기 고양이가 내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봤더니 먹이를 갖다 달라고 시킬 때 내는 소리가 아주 독특하더랍니다.
고양이가 내는 소리는 크게 두 가지랍니다. 하나는 기분 좋을 때 내는 낮은 그르랑 소리, 다른 하나는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랍니다. 그런데 이 두 소리 중 하나만 내면 사람이 잘 안 움직인답니다. 특히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를 계속 내면 주인이 침대에서 쫓아내 버리죠. 시끄럽다고.
그런데 기분 좋은 듯 그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그 중간중간에 살짝살짝 외치는 소리를 섞어 넣으면, 주인은 고양이가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가 바로 긴장하게 되고 고양이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게 매컴 교수의 발견입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이런 소리는 아기가 엄마에게 뭔가를 해 달랄 때 내는 소리와 아주 흡사하답니다. 새끼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내면 뭔가를 해 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의 본능을 고양이가 이용한다는 것이지요.
주인과 단 둘이 사는 고양이가 주인 잘 부려먹어
매컴 교수는 다른 고양이 소유자들도 이런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다 그렇다고 말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교수 팀은 기술진을 데리고 녹음에 나섰는데 실패했답니다. 주인하고 둘만 있을 때는 ‘그르랑+외침’ 소리를 내던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이 나타나니까 모두 입을 닥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컴 교수는 할 수 없이 각 고양이 주인에게 소리를 녹음해 달라고 시켰답니다. 그리고 그 녹음 소리를 여러 실험 대상자에게 들려 주면서 “어떤 기분이 드냐”고 물어봤답니다. 그랬더니 대부분 사람들이 그 ‘그르랑+외침’ 소리가 “가장 기분 나쁘면서 긴박하게 들린다”고 대답했답니다.
연구진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그르랑+외침’ 소리에서 ‘외침’ 부분을 빼내 들려 줬더니 이런 반응, 즉 ‘기분 나쁘게 긴박하게 들린다’는 반응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매컴 교수는 “특히 주인과 둘이 사는 고양이들이 이 소리를 잘 낸다”며 “가족과 함께 사는 고양이는 그르랑+외침 소리의 효과가 가족 중 어떤 사람에게는 통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잘 쓰지 않고 그냥 야옹거리기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이가 야옹 소리로 사람을 홀려 일을 시킨다니 왠지 오싹한 기분이 드네요.
남자는 개, 여자는 고양이 좋아하는 이유
고양이와 개는 애완동물계의 투 톱이죠. 대개 남자들은 개를 좋아하고 여자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죠. 왜 그런지 아십니까?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란 국제적 베스트셀러를 쓴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데스몬드 모리스 교수는 개, 고양이, 말 등에 대한 여러 책들을 썼는데, 그 중 개와 고양이에 대한 책을 보면 분석이 잘 돼 있더군요.
남자가 개를 좋아하는 것은 개나 남자나 다 ‘조직의 세계’에 살기 때문이랍니다. 상명하복, 의리로 뭉친다, 집단행동 등이 인간의 수컷과 개에게 공통되는 점이죠.
반면 여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고양이의 독립성 때문이라는군요. 고양이는 가끔 사람에게 등을 비비는 등 친근한 행동을 하지만 철저하게 혼자서, 독립적으로 사는 동물입니다. 주인이 뭐라 하건 말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동물이라는 것이죠. 많은 사회적 제약 속에 사는 여자들은 고양이의 이러한 독립 정신에 끌린다는 겁니다.
서양에서는 남자들 중에서도 예술가처럼 독창적인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모리스는 밝혔습니다.
가끔 고양이들이 밤새 우는 소리를 들으면 “참, 애기가 우는 것처럼 잘도 운다” 싶어서 머리가 쭈삣 서기도 하는데, 바로 그런 소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고양이가 주인을 마음대로 조종한다니,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저는 괜히 “역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매컴 교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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