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잘 돼야 지역-개인이 잘 된다고요?
나라는 잘 돼도 지역-개인은 팍팍 죽어 나가 자빠지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수출에 좋은 바닷가(포항-울산), 판매-인력수급에 좋은 수도권(수원-파주)을
어찌 내륙 중의 내륙, 허허벌판 연기군(세종시)에 비교하십니까?




설 연휴 첫날, 이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셨다. 세종시 수정안은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요, 국가-국민-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지역이 잘 될 수 없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나만 잘 될 수는 없다”고도 하셨다. "공동운명체라는 생각만 확고히 가진다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는 덕담도 하셨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포항-울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들어선 수원-파주 같은 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설 연휴처럼 평화로와야 할 시기에 대통령이 왜 이렇게 엄한 얘기를 하는지는 뻔하다. 연휴 사람들이 모이니, 이 기회에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도록 홍보활동을 좀 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말 하나하나가 다 한 가지 측면만을 말하니, 갈라지 한국, 제각기 자기 할말만 하고 소통은 사라진 한국의 모습을 바로 이 대통령의 말에서 보게 된다.

“나라가 잘 되지 않고 지역이 잘 될 수 없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나만 잘 될 수는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이 현재 한국인 중 과연 얼마나 될까?

이 말을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나라만 잘 되면 뭐하나? 지역은 다 망가졌는데. 나라가 잘 되면 뭐 하나? 나는 잘 될 수 없는데?”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 젊고 똑똑하고, 미국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온 홍정욱 의원이 지난 2월5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을 들어 보면 국민들의 의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정희 시대에는 존재했던) 국가의 성공과 국민의 성공을 잇는 다리가 어느새 끊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은 12위 국가가 되고 G20가 돼도 나는 내 집 마련하지 못하고 아이들 제대로 교육 못 시키고 죽도록 공부해도 직장을 못 잡는다.
국가는 엄청난 비전을 갖지만 국민은 엄청난 냉소를 가진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집권여당과 이명박 정부가 해소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가 이겁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절대다수의 절대적 고민은 바로 이것 아닙니까? 나라는 잘 나간다는데 실업율은 계속 기록갱신 중이고, 아덜 공부 시키는 시교육비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계곡 증가해 40조 원을 넘고, 또 더 심각한 문제는 SKY 대학 보내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SKY 대학을 나온다고 장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머리가 터지는 고민을 국민들이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 질문에는 답해 주려 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지역이 양보하고, 나라를 위해 개인이 양보하라”는 말씀만 하십니다.

아이고, 답답해라.


세종시 갖고 논쟁하는데, 포항-울산-수원-파주를 말하는 건 또 합당한가? 이 역시 답답 삼천리다. 포항-울산-수원-파주의 특징은 무엇인가? 딱 두 가지다. 바닷가 아니면 수도권이다. 수출을 하려면 바닷가에 공장이 있어야 하고, 물건을 팔아 먹거나, 똑똑한 인간들을 데려다 쓰려면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

남한의 명치쯤 되는 연기군은 이 모두가 없다. 바닷가도 아니고, 잘난 인간들이 들어가 살 만한 곳도 아니다. 그래서 세종시는 애시당초 딱 한 가지 목적, 행정수도,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해 기획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세종시를 놓고 포항-울산-수원-파주 같은 헤비급 도시들을 거론한다는 것은 참으로 실례되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이는 꼭 유전적으로 부실해 비실비실한 10살짜리 한테 미국 프로리그에서 뛰는(유전자와 양육환경이 워낙 좋아) 형들을 가리키며 “보라니까, 너도 죽어라고 뛰면 NBA, MLB에서 뛸 수 있다니까, 이 멍청한 자식아”라고 꿀밤을 먹이는 격이다.

조건이 좋으면 기업들은 가지 말라고 명박산성을 쌓아놓아도 반드시 저지선을 돌파하고 목표 지점을 향해 약진한다. 세종시 같은 곳은 정부 부처가 가지 않으면 아무도 안 간다. 땅의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아직도 연기‘군’ 아닌가.

상서로운 설 연휴에,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를 위해, 대통령 각하께서는 좀 발언을 참으시면 안 됐을까? 동전엔 마치 원래 한 쪽밖에 없다는 듯, 한쪽만 말씀하시고 다른 한쪽 측면은 완전히 무시하시니,

참 또 이 말을 놓고, 가뜩이나 쌈나기 좋은 설날 가족모임에서 또 입씨름이 불거질 확률이 높아질 것만 같으니, 참 불행한 나라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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