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포르투갈처럼 종교심 두터울수록 사회혼란 심해

종교 떨처버린 세속화 국가들, 사회 건강도 최고

 

종교인들은 흔히 말하죠.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사람은 신을 믿도록 돼 있다는 이 말에 많이들 동의하실 겁니다.

곤궁에 처해 제발 살려 주세요라며 누군가에게 빌어본 경험은 누구나 있기 때문입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신을 믿는 마음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편안한 상태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본성이 더 잘 나타날까요, 아니면 본성이 방해 받아 잘 발현되지 못할까요? “잘 발현된다가 맞겠죠?

 

편안한 나라들이라면 유럽의 복지 국가를 우선 들 수 있죠. ‘자본주의 정글이라는 한국처럼 시뻘건 눈으로 돈을 쳐다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나라들이죠.

애를 나면 정부가 양육비를 대 주고, 남녀 평등이 완전히 실현돼 여자들은 직장 탁아소에 애를 맡기고 일할 수 있고, 높은 국민소득에 완벽한 복지 혜택으로 국민들이 걱정 없이 사는 나라들입니다.

 

종교심이 본성이라면 편할수록 더 발현돼야 할텐데

 

종교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이런 나라들에서 기독교가 더 성해야 하죠.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유럽 기독교의 쇠퇴가 하도 심해 바티칸 교황청이 유럽 사람들이 이렇게 탈기독교화 돼서는 안 된다고 한탄했을 정도니까요.

 

서구 산업국 중 마지막 남은 기독교의 보루, 미국에서도 기독교가 쇠퇴하는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가 작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0년과 비교할 때 2008년에 신을 안 믿는 미국인은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 10일 미국 사회학 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은 종교가 평화보다 갈등을 불러온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1998 3분의 1에서 작년 3분의 2로 늘어났답니다. 미국인들도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거죠.

 

관련 기사: 미국인, 종교 덜 믿고 교회 덜 나가기 시작

 

사람이 제 정신을 차리면 이렇게 종교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것을 유럽의 기독교 역사는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국민의 종교심과 국민의 행복도를 비교한 연구가 또 하나 나왔네요. 이번에는 직함도 대단한 프리랜서 고고학자그레고리 폴(Gregory Paul)이 학술지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729일자에 실은 논문입니다.

 

이 사람은 프리랜서 고고학자이면서 삽화도 그리는데 이 사람의 생각이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에 영향을 미쳐 유명한 주라기 공원이 탄생했다고 하네요. ‘프리랜서 고고학자라 불리는 사람이 이렇게 논문도 발표하고 학계에서도 인정을 해 주는 나라, 좋은 나라죠.

 

여유 생기고 국민 머리 깨면 종교 빠이빠이

 

그의 논문은 여러 나라를 종교심과 사회혼란이란 기준으로 비교한 것입니다. 종교심과 사회혼란은 정확히 비례한답니다. 미국이나 포르투갈처럼 종교심이 높은 나라일수록 살인, 폭력범죄, 성병, 실업자, 빈곤층, 10대 임신, 낙태 같은 사회 혼란상이 심하다는 거죠.

 

반대로 국민들이 종교에서 멀어진 나라, 즉 세속화가 심하게 이뤄진 나라일수록 사회적으로 추접스런 일들이 없어 아주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21세기의 종교 대국, 한국이 포함됐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한국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네요.

 

저자 폴은 국민들이 스스로 밝힌 신앙 정도, 기도를 하는 습관, 교회 예배 참석률 등을 기준으로 각 나라 국민의 종교심을 파악했습니다. 또한 사회의 건강도는 25개 기준으로 파악했다는군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는 형편이 충분히 좋은 나라에서 인구 대다수가 종교심을 쉽게 떨쳐내는 현상을 보면 신을 믿는 마음이 인간의 본성이란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종교는 혼란스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편

 

또 그는 사회혼란이 심한 나라일수록 신도가 많은 이유에 대해 혼란스러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종교를 믿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많이 들어본 얘기죠. 옛날 칼 마르크스가 했다는 바로 그 종교는 마약론입니다.

 

종교는 마약론은 한국에는 적용이 될까요, 안 될까요. 국민을 때려잡는 정부, 신문만 펼치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지도층의 비리와 이상한 행동들, 사회안전망이 거의 제로여서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사회 시스템. 한국인이 종교에 심취하는 이유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네요.

 

두터운 종교심과 혼란스러운 사회. 많이 들어본 소리죠. 이런 양상은 미국에서 잘 나타납니다. 미국은 과거 남북전쟁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동-서 해안 지대의 개명화된 주들, 그리고 중앙의 시골 주들,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뉜 나라죠.

 

미국의 빨강색 주와 파란색 주도 마찬가지

 

선거 결과를 보면 해안 도시들은 거의 항상 민주당을 지지해 파랑 색이고, 가운데 주들은 공화당을 지지해 빨강색으로 표시되죠. 오른쪽 그림은 2008년 대통령 선거 결과입니다.

그리고 종교를 아주 열심히 믿은 이 빨강색 주들의 범죄율이 훨씬 높습니다.

 

종교심이 두터우면 사회가 조용해질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의 미국의 가운데 주들에서 나타나고 있고, 미국 전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이 한반도에선 언제나 북구 나라들처럼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면서 정신을 차리고 너무 그러지 말고 우리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 봅시다라고 세속화된 대화를 할 날이 올런지.

 

  

Posted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