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수의'가 또 문제가 되는 모양이군요.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의 루이지 교수가 쉽게 이런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증명했다는 뉴스가 오늘 신문과 포털에 여러 가지로 나 있습니다.

YTN 뉴스의 제목은 '토리노의 수의, 비밀 벗을까?'이군요.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참 답답한 것은, 토리노의 수의는 이미 비밀이 밝혀진 지 한참됐는데, 왜 아직도 기사의 제목은 '비밀 벗을까?'이냐는 것입니다.

이런 제목이 붙으려면 아직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어야 하잖아요?

이미 BBC 방송의 2008년 특집 방송으로 '토리노의 수의는 말짱 거짓말'이란 사실이 다 밝혀졌고,

이번에 이탈리아 교수의 실험도 '어떻게 가짜를 만들었는지 내가 보여 줄께' 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

한국 언론에는 '비밀, 이번엔 밝혀질까?'입니다.

아, 정말 한국 언론의 저질성은 이가 갈릴 정도로 지긋지긋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토리노의 수의 만들어지는 순간 

멜 깁슨이 만든 공포-폭력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는 토리노의 수의가 만들어지는 장면이 나오죠.

채찍에 맞고 가시 면류관을 써 피떡칠이 된 예수가 한 여인이 건넨 천에 얼굴을 닦으면서 '토리노의 수의'의 얼굴 부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 영화는 보여 줍니다. 거짓말이 난픽션을 가장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기록된 것이지요.

'토리노의 수의'가 왜 짜가이고, 거짓말인지는 2008년에 영국 방송 BBC가 만든 다큐멘터리 '토리노의 수의(Shroud of Turin)'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 수의를 가진 토리노의 한 교회인지 성당인지가 하는 거짓말은 '이 수의가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살해 당한 뒤 온몸에 피칠갑을 한 상태에서 그의 몸을 감쌌기 때문에 그의 형상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예수 몸 감싼 천인지는 실제로 남자 몸 감싸 보면 알잖아?

그래서 BBC는 과학자들과 함께 온몸에 피처럼 빨간색 잉크를 묻힌 남자의 몸을 흰 천으로 감싸 봅니다. 어떤 형상이 나오는지 보려 한 것이죠.

결과는? 사람의 몸은 3차원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피묻은 사람의 몸을 천으로 감싸면 절대로 토리노의 수의 같은 멋있는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다. 옆으로 펼쳐진 이상한 그림이 나오죠.

얼굴은 한없이 옆으로 퍼지고 팔과 다리는 뚱뚱하고... 사람의 얼굴을 마치 지도를 만들듯 펼쳤을 때 어떤 모양이 나타나는지, 즉 피 묻은 예수의 얼굴을 천으로 감싼 뒤 천에 묻은 피를 펼쳤을 때 어떤 문양이 나타나는지는 아래의 컴퓨터 조작 그림이 잘 보여 줍니다.

얼굴이야 몰려 있다고 그래도 머리카락 부분을 잘 보시죠. 얼굴을 감싸서는 절대로 토리노 수의 같은 얼굴 모습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얼굴이 얼마나 넓어지는지 한번 보세요.

아래는 사진이니 이렇게 사실처럼 보이지, 실제로 잉크를 얼굴에 묻히고 그걸 천으로 감싸면 코가 엄청나게 큰 삼각형으로 나오는 등 도대체 알아보기 힘든 이상한 그림만 찍혀 나옵니다.



거룩해 보이는 가짜 예수의 얼굴을 그려놓은 게 토리노의 수의인데...


토리노의 수의에 찍힌 예수의 형상이라는 게 위 같은 모습입니까? 아니잖아요. 멋있게 보이는, 코 크기도 정상인, 거룩한 사람의 얼굴이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 정확히 나와 있잖습니까.

루이지 교수는 "천을 오븐에 구운 뒤 사람 몸에 걸치게 한 뒤 붉은 흙으로 천을 긁으면 이런 모양이 쉽게 만들어진다"고 했고, 10일 자신의 직접 언론 앞에서 실연을 해 보이겠다고 했답니다. 

결국 토리노 수의의 얼굴은 사람이 그린 것이라는 결론이죠.


예수의 몸에서는 방사선이 나와 보통 사람과 다르다?

BBC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뒤 기독교 쪽의 반응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예수의 몸은 특별나기 때문에 천으로 감싸도 일반 사람과 똑 같은 모양이 찍히지 않고 그의 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같은 신비한 현상으로 토리노의 수의 같은 모습이 찍힐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예수의 몸에서는 방사선이 전방 90도 방향으로만 뿜어져 나온 모양이죠?

창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는 그들이기에, 과학적 증거를 들이대도, 예수의 몸에서는 방사능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비과학으로 떼를 쓰는데야 할 말이 없죠.


탄소동위원소 측정 결과에 대해서도 "예수니까 다를 수 있다" 거짓말 

토리노의 수의에 대한 탄소동위원소 측정이 이뤄진 것은 1988년입니다. 당시 결과는 이 수의의 연대가 "13~14세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의 몸을 감싼 천이라면 서기 30년 정도라야 하는데 1300년 이상이나 뒤에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나온 것이지요.

물론 이 결과에 대해서도 기독교 쪽 인사들은 "예수의 몸에서 나오는 특수한 광선 또는 성질이 탄소 반감기를 흐트려 놓을 수도 있다"는 참으로 기독교다운 반론을 하기도 했죠. 


예수의 얼굴은 왜 항상 멋진 서양 남자의 얼굴일까?

토리노의 수의에 새겨진 얼굴에 대해 한 마디 하는 걸로 이 글을 끝맺겠습니다.

이 얼굴은 멋진 유럽 사람입니다. 그런데 예수는 유럽 사람이었습니까? 아니잖아요. 서기 1세기 때의 팔레스타인 사람이었잖습니까?

그래서 우리의 영명한 BBC 방송진이 또 서기 1세기 당시의 유대인 유골을 수집해 표준치를 재고, 당시 사람들의 머리 스타일, 피부색 등을 맞춰 예수의 얼굴을 재현해 놓은 결과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



이렇게 만들어진 예수의 얼굴은 동그스름하고 머리카락은 꼬불꼬불한, 즉 우리가 익히 봐온 중동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중동 지역 사람인데 어떻게 파란 눈과 금발이었겠습니까? 


아람어까지 쓰면서 쇼를 해도 예수 얼굴은 파란눈에 금발? 푸하하

'성경 그대로' 만들었다는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심지어 말도 예수가 썼다는 아람어를 쓰죠. 미국 사람도 이 영화를 영어 자막으로 봤어요.

그런데 예수 역으로 나오는 주연 배우의 얼굴은 멋진 서구인의 얼굴입니다.

멜 깁슨은 자신의 영화가 '다큐멘터리'라도 된다는 듯 개봉을 앞두고 유태인들에게 특별 시사회를 했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유태인이 지적을 했답니다. "왜 예수 눈이 저렇게 파래요?"라고. 

눈만 파란 게 아니죠. 영화에 나오는 예수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유럽 사람들, 백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예수니까 그렇죠. 그래서 멜 깁슨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파란 눈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고동색 눈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눈동자 색깔만 바꾼다고 거짓이 참말이 되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명저 '예수는 신화다' 좀 읽읍시다

예수가 실존인물인지도 의심거리입니다. 더 긴말 하기 싫으니 명저 '예수는 신화다' 한번 읽어 보시죠. 번역판도 나와 있으니.

그리고,
한국에 BBC 같은 방송이 있길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 해도, 
BBC의 좋은 다큐멘터리 좀 TV에 보여 줘라.
버라이어티 쇼 좀 그만 하고... 

문화 후진국에 살자니 아, 정말 머리 아파. 

<책 읽는 북손탐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재밌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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