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도구 만들기, 유럽서 2만5천년전 시작” 기존 학설 뒤집는
새로운 돌칼 유적, 아프리카 동남단에서 발견돼
“정교한 ‘첨단무기 돌칼’ 지닌 인류가 불 들고 전세계로 진출”
불의 사용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그저 들불이 났을 때 잠깐 이용하는 초보 단계부터 불씨 유지하기, 불씨 만들어내기 등이 있고 마지막으로 불을 이용한 도구 만들기가 있다. 불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려면 불의 성질, 불에 녹는 물질의 성질을 잘 알고 불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불-물질 성질 알고 불 조절할 줄 알아야 불로 도구 만들 수 있어"
불을 이용한 도구 만들기는 여태까지는 유럽에서 2만5천 년 전쯤에야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불로 도구를 만든 시기를 16만4천 년 전~7만2천 년 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국제적 과학지 ‘사이언스’ 8월14일자에 실려 화제다.
이 발견이 맞다면 인간의 기술 발전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는 결론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얇고 반짝이는 붉은 돌조각’들을 많이 발견한다. 문제는 주변에 똑 같은 돌 성분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체 불명의 돌들이 유적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연구진은 재가 묻어 있는 10센티미터 크기의 대형 붉은 돌 조각을 발견한다. 재가 묻었다는 사실은 ‘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바로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유적과 똑 같은 화덕을 만들어 이 지방에 흔한 실크릿이란 돌을 구워봤다.
그러자 돌이 녹아 가공하기 좋은 상태가 되면서 색깔이 붉게 변했다. 얇고 붉은 돌조각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재가 묻은 대형 돌조각은 우연히 화덕에 묻힌 것으로 추정됐다.
아래 사진은 연구진이 공개한 돌칼 사진이다. 왼쪽이 실크릿 돌의 원래 모습이고 가운데와 오른쪽은 이 돌을 녹여 가공한 모습이다. 돌의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날카로운 가공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석기 시대의 돌칼이 많이 발견되지만 이런 쪼개서 만든 돌칼과 ‘불로 녹인 돌칼’은 다르다. 불로 녹인 돌칼은 날이 무뎌지면 다시 녹여 날카롭게 가공하는 재활용이 가능한 ‘첨단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기술 있었다면 언어도 벌써 발달했을 것"
연구진은 16만4천 년 전~7만2천 년에 이미 이렇게 화덕을 만들어 돌을 녹일 줄 알았다면 언어가 있었을 것이며, 말로 기술을 후대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태까지는 언어의 발생을 10만 년 전~5만 년쯤으로 잡았지만(wikipedia.org의 ‘origin of language’ 참고) 이번 발견에 따라 언어 발생에 대한 학설도 수정돼야 할 판이다.
연구진은 남아공의 이 유적지에서 지난 2007년 초기 인류가 색소를 사용했으며 물고기를 잡아 먹었다는 유적도 발견해 발표했다.
아프리카 동남단이 인류 발생의 근거지?
이런 내용들을 근거로 연구진은 아프리카 동남단의 이곳에서 지금으로부터 20만 년 전 ~10만 년 전 사이에 초기 인류가 일어나 전세계로 뻗어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린 교수는 “정교한 불 사용 기술과 날카로운 돌칼을 가진 초기 인류는 6만~5만 년 전쯤에 적도의 아프리카를 떠나 빙하가 아직 남아 있는 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했으며 유럽에서는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친다”며 “3만5천 년 전쯤이면 인류는 스페인부터 중국, 호주까지 이어지는 전세계로 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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