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했기에 살아 남은 진화인데 어떻게 최악이냐?" 반론
"만약 신이 이렇게 디자인했다면 술 덜깬 상태로 창조한 것"
어제는 미국 잡지가 선정한 ‘최악의 진화 디자인 10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이 기사는 부실한 내용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 오늘을 그 비판들을 소개하죠. 전문가까지 나선 이들 비판은 진화론에 대한 공부를 하게 해 주는 좋은 내용들입니다.
관련 내용: '최악의 진화 디자인 10가지' - Part 1
비판자들의 요지는 한 마디로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은 진화의 성공담인데 최악의 진화 디자인 따위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죠.
“경쟁력 있는 놈이 끝까지 남는 게 아니고 끝까지 남는 놈이 경쟁력 있는 거야”라는 명대사가 있지만 이 말이 딱 진화에 잘 맞습니다. 엉성하게 진화한 종들은 이미 다 멸종했고, 현재 살아 있는 동물들은 모두 진화의 승리자들이라는 지적이죠.
‘와이어드’가 제시한 최악 진화에 대한 반론들을 한번 들어 보죠.
1. 고래의 숨구멍: 기가 막힌 진화인데 무슨 소리
기사는 ‘물에 사는 동물이 어째 아가미도 없고, 콧구멍을 등 뒤로 보내 우습다’고 했지만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육상에서 살던 동물이 바다로 들어가 고래나 돌고래가 됐는데 이들에게는 원래 아가미가 없었다.
진화는 현재 갖고 있는 자원을 이용해 적응하는 것이지 하늘에서 떨어지듯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물 속에는 산소가 워낙 희박하기 때문에 아가미가 있어도 고래만한 크기의 동물이 아가미로 충분한 산소를 흡입할 수가 없다.
만약 고래가 아가미를 만들어냈다면 고래는 지금보다 훨씬 작고 느리고 찬피동물이었을 것이다. 고래 덩치 정도의 동물이라면 설사 아가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 밖 호흡을 해야 한다. 그래서 등 뒤로 보내진 콧구멍은 진화의 최고봉 중 하나다.
2. 하이에나의 클리토리스(음핵):
이 지적에 대해선 별 반론이 없네요. 하이에나의 음핵이 아주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이에나의 음핵에 대해선 내일 별도 기사로 소개할까 합니다.
3. 캥거루의 젖꼭지: 주머니에 직접 새끼 낳으면 감염 위험
젤리 같은 캥거루 새끼가 태어나자 마자 어미 배를 ‘등산’해야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했지만 그렇지도 않다. 만약 캥거루 어미가 주머니 안에 바로 새끼를 낳는다면 감염 가능성이 극히 높았을 것이다.
질을 통해 태어난 새끼가 등산을 해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훨씬 위생적이다. 주머니까지 등산하지 못하는 약한 새끼를 걸러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4. 기린의 출산: 1.5m서 떨어뜨려 탯줄 끊고 새끼는 호흡 시작하는데...
1.5미터 높이에서 어미가 새끼를 땅에 떨어뜨리기 때문에 새끼가 터져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뭘 좀 알고 얘기하라. 그 높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탯줄이 끊어지면서 새끼가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5. 뱃속 상어 새끼의 이빨: 생존경쟁 죽이는 측면 없나?
기사는 가장 ‘먼저 자라난 상어 새끼가 뱃속에서 벌써 이빨이 나면서 동생들을 잡아먹는 진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빨리 자라는 우수한 새끼가 자궁에서 동생들을 잡아먹음으로써 형제끼리의 생존경쟁을 줄이고 충분히 영양을 섭취한 강한 새끼가 태어나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
6. 사람의 위장: 셀룰로스 먹었다면 뇌 없었을 것
기사는 ‘사람 위장에는 왜 나무의 셀룰로스를 포도당으로 바꾸는 박테리아가 흰개미처럼 없냐’고 타박했다. 그러나 셀룰로스는 좋은 먹이가 아니다. 설사 사람이 흰개미처럼 셀룰로스 분해 박테리아를 뱃속에 갖고 있다고 해도 사람 몸집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위가 하나가 아니라 뱃속 가득 여러 개 있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소가 그렇듯 하루 종일 풀이나 나무를 씹어 먹어도 전신에 에너지가 공급되기는커녕 소화관을 움직이는 에너지 정도나 겨우 공급할 것이다. 만약 사람이 흰개미처럼 셀룰로스를 먹고 살았다면 섭취 에너지가 너무 적어 사람의 뇌 발생은 불가능했을 거다.
7. 네발동물: 등 긁는 방법 1백만1 가지 있는데...
‘네발동물이 등을 긁을 수 없어 최악’이라고 했지만 웃기는 소리다. 개가 뒹구는 것도 못 봤나? 등을 긁기 위해 꼬리를 발달시킨 네발동물도 있고 진흙 목욕으로 털 속의 기생충을 제거하기도 한다. 네발동물이 등을 긁는 방법은 1백만 1가지는 된다.
‘이빨이 턱을 뚫고 나와 계속 자라는 것이 일각고래의 뿔이라 아주 아플 것’이라고 기사는 묘사했지만 한참 모르는 소리다. 일각고래의 뿔은 물의 염도, 온도, 수압 등을 체크하므로 일각고래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부위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부위를 최악의 진화라니 말도 안 된다.
"취약지대에 디자인된 남자 고환은 왜 뺐나?" 비아냥
“빠진 것이 있다”며 추가 리스트를 제안한 비판자들도 있네요.
한 비판자는 “11번째로는 남자의 불알이 좋을 것”이라고 천거했네요. 그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라면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그렇게 취약한 자리에 배치해 까딱하면 깔고 앉게 만들었겠냐?”며 “신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니 신도 불알을 갖고 있겠지만 그는 귀중한 물건 보호를 위해 특별 패드를 차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습니다.
"창조론 맞다면 그 신은 술 덜깬 채 창조했을 것"
“이런 멍청한 기사 때문에 진화론이 우스운 것으로 비칠까 걱정된다”는 사람도 있었고 “신이 이렇게 최악으로 디자인했다면 그 신은 6일간 천지창조를 한 뒤 금요일 저녁에 술을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인간과 동물을 창조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따박따박 읽어내는 북손탐의 재밌는 동영상들>
고흐가 미쳤다고? 이렇게 맨정신인데?
고흐는 열정만의 화가라고? 책을 이렇게나 많이 읽은 지식인인데?
우리가 잘못 배운 빈센트의 진면모!
메시와 호날두 중에 누가 좋냐고?
난 단연코 호날두!!
왜냐고? 인간적이잖아!!
동양인 비하하느라고 눈찢는 메시가 좋으니?
호날두는 저런 천박한 짓 말라고 메시 같은 것들한테 아래위로 찢어주잖아.
"아래위로 눈 찢어진 야만인들아!"라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법이 있다고라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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