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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4 대기업 광고, 언제부터 '국민 훈계 방송' 됐나 4

국민 행복도는 바깥 사람이 더 잘 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언제부터 대기업이 국민 훈도하는 선도부 됐나?


요즘
TV만 켜면 나오는 현대자동차의 공익성 광고는 정말 왕짜증입니다.


이문세 목소리로 나오는 멘트, ‘세계가 아는 대한민국은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잘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 IMF 경제 위기를 2년 만에 극복하고 … 대한민국은 훨씬 잘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아, 역겨워. 그리고 이런 역겨움은 이 멘트가 거짓말이기 때문에, 리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우리나라가 잘 나가는지 잘 안 나가는지는 '안에 있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거 아닙니까?

고통이나 행복을 안에 있는 사람보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더 잘 느낄 수 있습니까? 물리적으로 외부자가 느낄 수가 있기나 한 건가요? 


나라 전체의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외국인이 칭송을 해도, 그 안에 사는 국민이 '돌아가실 지경'이라고 한다면 죽을 지경인 거지, 어떻게 미국이나 유럽인이 "너희 나라 참 대단하다"고 하는 순간 국민들은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어야 한다는 겁니까?


국민 수준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런 '선도부 광고'를?

이런
사대-매판 자본가 같은 소리도 듣기 싫지만 이 광고가 더욱 괴씸한 것은 국민의 수준을 도대체 뭘로 알고 이 따위 소리를 하냐는 것이죠.

국민들을 반편이, 반쪽이, 제대로 생각 못하는 바보, 천치로 알지 않는다면

"행복한 줄이나 알어, 이것들아~"

같은 말은 쉽게 하기 힘들죠.


반편이 국민이기에 황금시간대에 수십 번씩 "이 머리 나쁜 것들아"라면서 반복 주입식 교육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해외에서 오래 살다 왔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국민의 얼굴에 대고 욕하는 광고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광고가 바로 한겨레신문 에세이스트 김현진 씨가 말하는 "속을 후벼 파기 위해 만든 광고"이겠죠.   


공적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바꿔 버리는 광고

그리고 이런 광고가 괘씸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광고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뭡니까?

바로 "객관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데 너희들 생각이 이상해서, 눈이 삐어서 그렇다"는 것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 공적 문제를 없는 것으로 쓱쓱 지우면서 모든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바꾸는 것이죠. 즉 "니들 시각만 고치면 아무 문제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요술방망이처럼 우리가 정신만 차리면 한국은 지상낙원이 된다는 소리지요.

이렇게 문제를 짓뭉개봐야 문제는 계속 썩어들어가게 됩니다.


국민 가슴 후벼파기 위해 만드는 광고는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국내 1-2-3등인 초대형 기업이 하는 이미지 광고는 그냥 편하게 하면 됩니다. 어차피 이미지 광고인데 왜 엄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국민을 훈도-선도 하려 듭니까? 언제부터 현대자동차가 국민 선도부를 맡았습니까?

대기업 이미지 광고의 대표 선수라면 코카콜라 광고가 있을 것입니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그저 "우리 코카콜라, 없어지지 않고 여기 있어요~"라는 메시지만 주는 게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입니다. 

그래서 코카콜라 광고는 재미있고, 즐거운 이미지 광고를 합니다.

미국 대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는 그저 피식 웃고 지나가게 만드는 광고지, 광고에 '국민 혼내는 메시지'를 넣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대기업 공익 광고가 더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국민들의 참여를 촉구하지 못한다면,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냥 조용히, 티나지 않게, 기분 상하지 않게,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광고나 보여 주세요.


국민들 욕보이고, 국민 속을 뒤짚어 놓는 이상한 헷소리 좀 그만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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