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 "한국 남자들, 뻥 좀 그만 치시지"

한국처럼 공익광고 또는 공익성 광고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공산주의 국가 또는 독재 국가를 제외하고는,

한국에는 TV만 틀면 공익광고가 홍수입니다. 정부도 만들고 기업도 만들고. 전부 국민들을 사랑한다고 하죠. 요즘 많이 나오는 “사랑은 자신을 내주는 것이다” 공익광고 같은 겁니다. 김 추기경의 목소리로 듣는 “사랑은 자신을 내 주는 것이다”, 감동적인 이야기죠.

 

이 광고는 김 추기경을 주연으로 하되, 음식 장사를 하며 모은 40억 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아주머니, 국화빵을 팔아 10년간 장학금을 낸 아주머니 등이 조연으로 나옵니다. 감동적입니다. 그런데 왜 불쾌하죠?

 

다 좋은 얘기들입니다. 그러나 초점이 잘못 맞았기 때문에 불쾌하죠. 우리 나라가 밥장수들이 돈을 안 내놓고, 국화빵 장수들이 돈을 꿍쳐 놔서 이 꼴이 됐나요? ‘도네이션 대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액수로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자선기금을 내놓습니다. 개미들의 한 푼, 두 푼이 큰 자선기금을 만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숫자가 그렇다는 얘기고 실제로 미국에서 도네이션이라면 역시 부자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죠. 빌 게이츠와 그 친구들의 거액 기부라든지, 대학교에 속속 도착하는 익명 장학금 같은 것들입니다. 미국 살면 “그래도 부자들이 양심은 있군”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믿는다굽쇼? 그런 분이 어떻게…

 

한국 부자들은 어떤가요? 한국에선 대기업의 공익성 광고가 쏟아져 나옵니다. 항상 사랑한답니다. 사랑은 말로만 하나요? 어느 여관에서 남녀가 너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니까 옆방 남자가 "너희는 X를 입으로 하냐"고 소리를 질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제 입 좀 그만 쓰고 다른 걸 좀 씁시다.

 

삼성그룹의 ‘당신의 대한민국을 믿습니다’ 시리즈 광고도 유명하죠. 아버지는 독백합니다. “아들아, 너의 코리아는 나의 코리아보다 빛날 것”이라구요. 마지막 멘트가 따라오죠. “대한민국의 내일을 확신합니다. 이 캠페인은 삼성이 함께합니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믿는다는 기업의 총수가 그래, 상속세를 안 내기 위해 불법 행동을 서슴지 않나요? 빌 게이츠와 그 친구들은 왜 부시 전 대통령이 상속세를 없애자고 할 때 "그러면 부의 재분배가 안 돼서 안 된다"고 반대했을까요? 같은 부자라도 이렇게 다릅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부자는 상속세를 안 내려고 별 짓을 다하고, 한 나라의 사법부는 또 그걸 감싸느라 별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면죄부를 만들어 줍니다. 기업가들에게 '프리 상속'을 가능케 해 줄 것 같은 이 판결에 대해선 그러나, 국내 CEO 60%가 “삼성 무죄 판결은 기업 윤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한겨레신문 6월10일자)이라고 우려하고 있답니다. 참, 나라 꼴 하고는.

이렇게 나라 꼴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도 대한민국의 내일을 믿는다굽쇼? 당신들이 믿는다는 ‘대한민국의 내일’ 그림 좀 공익성 광고로 보여 주시죠. 국민들 정신 좀 번쩍 들게.

 

미국을 그렇게 욕들을 하지만 미국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많이 아실 겁니다. 제가 예전에 텍사스에 살 때 신문에 1단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텍사스 주 청사에서 차를 몰고 폼나게 과속하며 나오는 부시 주시자를 경찰이 잡아 딱지를 뗐다는 기사였습니다. "나, 주지사야"라고 해도 소용없죠. "당신은 주지사고, 나는 경찰이야" 한 마디면 끝입니다. 이런 장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너나 없이 ‘값싼 말’로 뻥치는 한국

 

경제학에 신호전달 이론이라는 게 있답니다. 신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돈이 거의 안 드는 가짜 신호로, 경제학자들이 ‘싼 말(cheap talk)'이라고 부른답니다. 다른 하나는 말 없이 행동으로 보여 주는 진짜 신호랍니다.

 

예를 들어 어느 자동차 회사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고 말만 하면 다 콧방귀도 뀌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아무 말 없이 10억 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업계는 난리가 난다는군요. 그래서 공장 건설은 단순한 자본 투자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신호, 협박이라고 하더군요. 신호전달 이론은 값싼 말을 무시하고, 진짜 신호를 읽으라고 가르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국 TV와 라디오에는 ‘값싼 싼티 멘트’가 가득하죠. 국민을 두둘겨 패는 정부는 입만 열면 소통하고 싶다고 하고, 소비자를 돈 내는 기계 정도로밖에 생각 안하는 기업들은 '당신의 미래가 소중하다'고 뻥을 칩니다.

경제학적으로는 수지 맞죠. 싸게 막으니까. 삼성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믿습니다’라고 하면 미욱한 한국인들은 “아, 역시 우리의 삼성”이라고 화답하니 참 효과 만만배 입니다.

 

 

말로만 "전재산 환원"에 왜 감동 먹나?

 

값싼 말은 돈이 안 들어 좋겠지만 곧 뽀롱나고 천박스럽습니다. 미국 살면서 미국 여자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한국인이라 한국인에 대해 잘 아는 그 여자는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너희 한국인들은 왜 그리 허풍이 심하냐?”고.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인들 말만 들으면 도대체 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나는 뭘 할테니 너는 뭘 해라"고 말들을 잘 하더라는 것이죠. 그러나 막상 일이 시작되면 전부 용두사미,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 여자의 경험담이랍니다.

 

뻥이 나쁜 이유는 뻥을 친 본인도 감동 받는다는 것입니다. 뭐 하나 한 일도 없으면서, 할 생각도 없으면서 자기 광고를 보고는 "아, 대한민국을 정말 사랑하는 나"라면서 눈물이 흐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감동을 먹어 버리면 할 일이 없어집니다. 다 한 거나 진배없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생기거든요. 뻥이 무책임한 이유입니다.

우리 뻥 좀 그만 칩시다. 그리고 좀 행동 좀 합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뻥에 좀 그만 좀 속읍시다. 아니 왜 말로만 "내 전 재산 다 사회에 내 줄께"라고 하면 감동을 먹습니까? 단돈 얼마라도 내놓으면서 "나머지도 내놓을께. 언제까지 얼마를." 이 정도는 약속해 줘야 감동 받을만 하지 않습니까? 뻥이 통하지 않는 진실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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