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크게 잘못한 남자의 줄기찬 ‘긍정 오류’가
“이 남자는 아냐”라고 결심한 여자의 ‘부정 오류’를 뚫을 수 있을까
솔약국집 첫째 아들 진풍과 둘째 아들 대풍의 사랑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큰아들 진풍과 앞집 수진의 엇갈림은 지난 회에서 진풍이 가정교사 선생과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진이 텅 빈 약국 유리창을 쓰다듬으며 “아저씨~”를 혼잣말로 부르는 모습을 진풍이 보면서 극적 반전에 들어갔다.
조카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진풍 어머니의 방해 공작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던 그녀가 자칫 잘못하면 남자가 떠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되자 자기도 모르게 ‘감정적이 되면서’ 다시 두 사람이 이어지게 된다는 설정이다.
수진이 텅 빈 약국의 어둠을 들여다보며 두 사람이 즐거웠던 순간을 회상하게 하고, 그래서 현재의 슬픔과 과거의 즐거움을 교차시키는 교묘한 수법은 왜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라 하겠다.
그리고 이 두 배우(손현주, 박선영)의 무르익은 연기는 이 드라마를 현재의 수준까지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최근 몇 회에서 다른 연기자들은 주로 재미를 주지만 이 두 사람이 펼치는 ‘감정의 교류’ 장면들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큰 아들의 사랑은 일단 정리 수순으로 들어갔고, 이제 문제는 둘째 대풍이다.
완전히 문을 닫아버린 복실(유선)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대풍(이필모)은 스토커처럼 쫓아다니지만 복실의 한번 돌아선 마음은 돌아설 시늉도 안 한다.
여자가 웃기만 해도 "날 좋아해!"라고 착각하는 남자와
웬만한 구애로는 어림없는 여자의 단단한 방어벽
아무튼 남녀의 사랑에서 항상 보면 남자는 조그만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 낙관적이다. 대풍은 조금만 노력하면 복실이 예전의 ‘복실 강아지’로 돌아올 거로 생각하고 스토킹 짓까지 하지만, 복실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는다.
사랑에 있어서 이렇게 남자가 낙관적(두들기면 열릴 거라 생각하며)이고 여자는 냉담(웬만큼 두들겨서는 꿈쩍도 안 하리라는)한 양상은 하나의 정형인 것 같다.
조그만 틈새라도 보이면 파고들어가려는 남자의 심리가 ‘긍정 오류(false positive: 실제로는 긍정적이 아닌데 긍정이라 생각하는 경향)’라면,
남자의 구애 노력에 대해 “아직도 못 믿겠어”라고 뻗대는 여자의 태도는 ‘부정 오류(false negative: 실제로 긍정적인 데도 긍정적이 아니라고 믿는 오류)’의 대표 사례라 하겠다.
현재 대풍과 복실은 “날 믿어 줘. 옛날의 내가 아니야”라는 남자의 탄원과, 이에 대해 “어떻게 당신을 믿어?”라는 여자의 튕김이 팽팽한 대결을 이루는 양상이다.
여자는 진화적으로 튕기게 돼 있어
이렇게 여자가 뻐띵기는 행동은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여자에게 본능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한다.
여자는 함부로 허락을 하면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기에(짝짓기 기회를 잃고, 임신→출산→수유로 이어지기에) 본능적으로 남자의 구애에 대해 ‘부정 오류’를,
즉 “당신이 나를 진짜로 사랑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으니 더 보여 줘 봐봐”라고 요구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대풍이 과거 못되게 군 죄가 현재로선 두 사람 사이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이겠지만, 앞으로 대풍이 어느 정도나 ‘긍정의 공격’을 해 자신의 헌신성을 복실에게 확실히 보여 줘 그녀의 ‘부정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계기는 어떤 사건이 될지 자못 궁금하다.
앞으로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진풍과 수진이 우당탕쿵탕 소음을 내면서도 사랑을 맺어가는 과정, 그리고 대풍의 진실이 복실에게 어떤 계기로 전해지냐는 반전의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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