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기는 인간관계-사회통합의 기본원리”
원숭이, 따라하면 놀아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시
따라하기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가 나왔네요. 사람은 사람을 따라한다고 하죠.
두 사람이 만나서 행동하는 것을 비디오로 촬영해 보면 사람들 행동이 묘하게 일치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뒤로 몸을 제끼면 상대방도 제끼고, 목소리를 올리면 같이 올리고 내리면 같이 내리고.
그리고 이런 과정은 무의식적에 일어나 본인들은 누가 누구를 따라하는지 잘 모른답니다.
그런데 이 따라하기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연구가 학술지 ‘사이언스’ 8월14일자에 나왔네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아동건강-인간발전 연구소가 한 연구입니다.
내용은 원숭이가 자기를 따라하는 사람과는 함께 놀아 주지만 따라하지 않는 사람은 싫어한다는 내용입니다. 내용을 한번 봅시다.
끌리는 사람 따라하고 따라하는 사람에 끌리고
연구진은 흰목꼬리감기원숭이(capuchin monkey) 한 마리에 두 연구원을 붙여 원숭이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또는 따라하지 않게 했습니다. 조그만 공을 주면 이 원숭이는 공을 손으로 찌르거나, 입에 집어넣거나 또는 땅에 튀기는 행동을 한답니다.
따라하게 돼 있는 연구원은 원숭이가 공을 입에 넣으면 자기도 입에 넣는 식으로 따라했고, 안따라하는 연구원은 원숭이가 공을 입에 넣을 때 자기는 공을 땅에 튀기는 식으로 완전히 다른 짓을 한 것이지요.
이런 실험을 하고 연구진이 원숭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원숭이들을 자기를 쫓아한 연구원들 옆에는 잘 가서 앉지만 따라하지 않은 연구원은 피하더라는 것입니다.
이어 연구진은 간단한 과제를 원숭이에게 시켰답니다. 연구원 손에 있는 작은 물건을 원숭이가 집었다가 다시 연구원에게 돌려 주면 음식을 보상으로 주는 일이었답니다.
이번에도 역시 원숭이들은 자기를 따라한 적이 있는 연구원과는 일을 잘 했지만, 따라하지 않은 연구원이 똑 같은 먹이 보상을 주는데도 함께 일하기를 거부했답니다.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 목소리 톤에 맞추게 돼
재미있죠? 모방에 대한 연구는 이 밖에도 많지요. 침팬지 새끼들이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쫓아하는데, 어미처럼 자기와 가깝고 좋아하는 상대는 잘 따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잘 따라하지 않는다고 하죠.
미국 CNN방송의 유명한 토크쇼 사회자인 래리 킹에 대한 연구도 있죠.
생긴 건 별로인 이 할아버지는 인터뷰하는 사람이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들기로 유명한데, 이 사람이 방송에서 말하는 톤을 조사해 보니, 영국 여왕처럼 거물이 나오면 킹이 상대방의 말 톤을 쫓아가고, 반대로 만만한 인물이 나오면 출연한 사람이 킹의 말 톤에 맞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약자가 강자에게,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모범적인 사람을 따라하는 게 바로 모방이라는 것입니다.
나를 따라하는 사람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다
모방의 원리가 이렇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나를 쫓아하는 사람을 귀여워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겠죠. 놀리는 따라하기에는 신경질이 나지만 ‘존경해서’ 따라하는 행동은 좋게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따라하는 사람에게 조언과 도움을 더 많이 준답니다.
이러한 따라하기의 메커니즘은 여태껏 사람에게서만 관찰됐는데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원숭이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답니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가 선택된 것은 이들이 야생에서 먹이를 먹을 때나 이동할 때, 그리고 포식동물을 피할 때 서로 따라하기를 잘 하기 때문이랍니다.
따라하기는 이런 기능 때문에 원숭이든 사람이든 무리를 이루는 동물의 기본이랍니다. 따라하기를 서로 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고 갈등이 줄어들면서 함께 모여 살 수 있다는 것이죠.
뒤집어 말하면 따라하기를 못하면 무리생활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하기를 못하는 대표적 경우가 바로 자폐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하기를 못하니 유대감 형성이 안 되고 다른 사람과 연결이 안 돼 완전히 따로 놀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하기 원리를 처세술이 적용하기
이런 따라하기의 과학적 근거를 안다면 처세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중요한 상대나 직장 상사의 행동을 너무 티나지 않게 슬쩍슬쩍 따라해 주면 된다는 거죠. 이런 행동으로 상대방의 동물적 감각에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저에게 중요한 분입니다”라는 의식을 깊숙이 심어 넣어 주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따라하기가 이렇게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기본 원리 중 하나라면 한국 사회에서의 따라하기는 잘 되고 있나요?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옳은 일을 하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인 것 같습니다. 못되게 살아야 사회 상층부로 올라갈 수 있다니 사람들이 안 그래도 되는데 못된 짓을 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해도 거지꼴 면할 수 있는 나라가 되야 할 텐데...
가까운 미국-일본을 보면 ‘편안히 따라할 수 있는 롤 모델’들이 우리보다는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편안히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지꼴 걱정’을 않고 따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든 옳은 일을 하려면 저항과 고통을 이겨내야 하겠지만 한국처럼 “옳은 일을 따라하면 반드시 죽이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지배층을 구성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편안히 따라할 수 있는 사회가 어서 빨리 와야 할텐데…
<책 읽는 북손탐의 재밌는 동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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