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오랜만에 보기 좋은 기사가 대문짝 만하게 나왔네요. 소방방재청에서 ‘구급차 양보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기사(3월11일자 A10면)입니다.
원문 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11/2010031100004.html
이 기사에도 언급됐지만 애타게 비켜 달라고 애원하는 구급차와 이에 버팅기는 앞선 차들의 모습은 바로 한국의 ‘더러운 모습’입니다.
비킬 곳 없어서, 못 믿어서 못 비킨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
기사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왜 길을 안 비켜 주는지 여론조사한 결과도 나오는데, 75%는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그리고 36%는 ‘진짜로 위급한지 못 믿어서’라고 대답했답니다.
이 두 대답이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차가 양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는 사람은 압니다. 시골에 가면 왜 논두렁 사이로 차 한 대만 지나가도록 돼 있는 시멘트 포장 길 있잖아요? 저는 그 길에서 마주 오는 택시와 딱 부닥쳤는데, 아, 글쎄, 이 택시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겁니다.
도저히 비켜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이라 욕이 혀뿌리까지 올라왔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정말 mm 간격으로 서로 비켜가면서 지나칠 수가 있더라고요. 차를 바짝 붙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구급차 한 대 지나갈 공간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즉 ‘비킬 공간이 없어서’는 안 해본 사람의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위급한지 못 믿는다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그럼, 아랍에서 데모하듯 환자를 구급차 위에 내걸고 달려야 한다는 소립니까? 이 세상 그 어느 운전자가 구급차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하고 비켜 줄 수 있나요? 구급차 소리가 나면 무조건 비켜 주는 겁니다. 속더라도 비켜 주는 겁니다.
조선일보 기사에 보면 황산 테러를 당한 28세 여자 얘기가 나옵니다. 황산으로 얼굴이 타들어 가는데 앞차들이 비켜주질 않아 정말로 운전자-환자-가족이 환장할 뻔하고, 가족들은 당장이라도 차 밖으로 달려나가려고 했다는 이야깁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느껴지는 게 없나요?
고액 벌금 만들고 날잡아 대대적 단속 해야
사실 한국 운전자가 안 비켜 주는 건 뻘쭘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거든요. 이제 소방청이 매뉴얼을 만들었으니 그 다음은 실천입니다. 교육을 일정 기간 한 뒤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그 다음엔 대대적 단속을 하는 일입니다.
미국 오리건 주에서는 구급차 앞에서 깝작거리는 운전자에는 82만원(720달러)까지 벌금을 물린단다. 또 캐나다에서도 최고 53만원(490캐나다달러)까지 벌금을 매긴답니다.
독일에선 아무리 꽉 막힌 러시아워 시간이라도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구급차 앞길이 모세의 바다처럼 갈라지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네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센 벌금 한번 매겨 봅시다. 그리고 날을 잡아 대대적 단속 한번 합시다. 충격 요법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교육을 했는데도, ‘살 길’을 가로막는 사람은 아픈 벌금-처벌을 받아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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