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타이틀로 모든 걸 판단하는 한국 사회
내용도 모르면서 '정말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했다가
조사하면 다 나오니 차 버리려 하고

한심해서, 고통스러워서 한숨만 나오는
한심한 학벌 사회, 언제나 개혁되려나


청와대-한나라당의 걸작으로 야권을 휘청거리게 만든 것 같던 '정운찬 카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예상과 달리 크게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정운찬 카드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사회의 학벌주의입니다. 정운찬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그가 도대체 무얼 주장한 경제학자였는지, 서울대총장을 하면서 뭘 했는지도 모르면서도,

 

위에서 보여 준 것 같은 '타이틀'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쫍니다.

 

그런데 청문회 같은 걸 하면서 털면 다 나오죠. "그 사람도 그저 그런 사람이고, 크게 다를 바도 없구나" 하는 게.

 

저도 개인적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친구를 두 사람이나 알고 있고, 고려대 경제학과 나온 친구도 있고, 연세대 경영학과 나온 친구도 있지만,

 

이 사람들, 그저 사람입니다. 뭐 대단한 천재들 아니에요. , 이런 건 있죠. 꾸준히 노력하면 빛을 보게 되고, 결국 중요한 것은 학벌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라는 걸 저는 알죠.

 

학벌이 좋을수록, 주변 사람들이 공부 잘한다고 격려하고, 본인 스스로, 또 주위 사람들이 "너는 반드시 해낼 거야"라고 합창을 하니 더 열심히 노력은 하죠.

그래서 참 학벌 때문에, "그래도 내가 어딜 나왔는데" 이러면서 피 튀기게 노력하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이렇게 노력의 성과로 서로들 성공하면 좋으련만, 한국 사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선 그 사람의 타이틀로 거의 99%를 판단하고, 나머지 1%만을 개인적 면담이나, 후보 청문회 등에서 확인하려고 하죠.

 

한국에 대학도 많지만 정 후보가 다른 대학 출신이라면 이렇게들 큰 기대를(그 사람의 진짜 사람됨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이런 면에서 한심한 사횝니다.

 

스카이가 다 말아 먹으니 스카이만 나오면 다 해결되는 거 같죠? 천만에 말씀입니다. 물론 스카이 나오면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타이틀로 먹고 들어가니까.

 

한국이 한심한 사회라는 건 스카이 같은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예 출발선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학벌 내세우는 직원들 혼쭐낸 '국졸' 왕회장
 

스카이 얘기를 하다 보면 돌아가신 왕회장 생각이 납니다. 현대 정주영 왕회장은 잘 아시다시피 '국졸'이죠.

 

그래도 서울대는커녕, 하버드 박사도 왕회장은 부려 먹는다고 현대그룹 회장실 사람이 말해 줍디다. 그의 지배술은 이렇답니다. 연대나 고대 나온 친구가 까불면 호통을 친답니다.

 

"니가 뭘 안다고 까불어! 저기 서울대 나온 친구에게 가서 물어보고 배워!"

 

깨갱 소리 나오겠죠.

 

그럼 그 서울대 출신이 콧대가 높아지겠죠. 그럼 왕 회장은 다시

 

"너 국내 대학 나와서 세계 물정 알아? 까불지 말고 하버드 나온 누구에게 가서 물어보고 배워!"

 

또 깨갱 소리 나오죠.

 

하버드가 까불면

 

"너 한국에 대해 알아? 모르잖아. 저기 서울대 출신에게 가서 물어보고 배워!"

 

오마이갓 나옵니다.

 

 

이렇게 국졸 왕회장은 학벌사회를 시원하게 까부셨답니다.

이 얘기가 말해 주는 것은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아무리 학벌로 줄 세우기를 해 봐야, 그 줄서기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전원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놀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이 얘기를 이렇게 들을 수도 있죠. 재벌 회장인데, 그깟 명문대 출신 직원 맘대로 못하겠냐고. 물론 그런 측면도 있죠. 그러나 학벌을 이 정도로 까부술 수 있는 배짱이 있었기에 왕회장이 됐다고 볼 수도 있죠.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다 사람들인데, 왜 기회도 안 주려 하나

 

학벌 좋은 사람들, 겉으로 대단해 보이지만 별것 없어요, 진짜.

오히려 외형 타이틀 때문에 마음 고생 많고 진짜
"서울대 법대 나왔기 때문에 성공 못하는"(쓸데없는 자부심 때문에 할 일을 못하는) 케이스를 저는 최소한 두 명은 봤습니다.

 

학벌이 뭡니까? 그저 문제 잘 맞춘 거잖아요? 시험지 문제 맞추는 것 갖고 세상만사를 "니들 맘대로 다 해라"고 내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데 한국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죠.

 

예전에 프랑스가 한국 같았다죠. 대학들이 학벌을 이루면서 자리를 지들끼리 나눠먹고 등등.

 

그래서 19685월 혁명 때 파리 대학들을 모아 "지금부터 제비뽑기를 한다, 실시!" 해서,

 

그전에 있던 쟁쟁한 대학 이름을 없애고, 파리 1대학, 2대학 등으로 '숫자 이름'을 갖게 됐다죠.

여기서 1, 2, 3, 4는 좋은 대학 순서가 아닙니다. 그저 제비뽑기한 번호일 뿐입니다.

 

우리 사회도 그런 모습 한 번 봤으면 정말 시원하겠습니다. 학벌 없고, 과외 없어서,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면 인정받으면서 재미있게 살고,

 

젊은이들은 활달해서 젊은이답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하고,,,,  등등.

 


한국 공기 뒤덮은 젊은이의 한숨, 도대체 어쩔건데?
 

좋은 타이틀은 다 갖고 계신 정운찬 후보의 자초지종을 보면서

한번 우리 사회의 썩은 환부
, 학벌 문제를 생각해 봤습니다.

 

무서운 건, 사회가 평등해 기회가 골고루 주어질수록

 

학벌이라는 선발 시스템이 공평해질 텐데,

 

우리 사회는 '있는 자식만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학벌주의를 완전히 망치고 있고,

 

그래서 지금도 심각한 '명문 대학 못 간 젊은이의 한숨' + '명문대를 갔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한숨'의 총량이

 

점점 더 커져 가는 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한국 사회는 정말 한심하면서도 무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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