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짝 맺어주기 사이트로 케미스트리닷컴(chemistry)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지난 8월13일에 보도자료를 낸 게 있네요. 요지는 ‘성생활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네요. 케미스트리닷컴의 회원 등 4만 명(남 44%, 여 56%)을 분석한 거라니 한번 어떤 내용인지 들어나 볼까요?
이 조사는 이 사이트의 수석 과학 고문인 헬렌 피셔 교수(미국 러트거대학 인류학과)가 했다는데, 성생활이 만족스러우면 많이 분출되는 세 가지 호르몬이 이런 역할을 한다네요.
첫 번째는 흥분을 전달하는 호르몬 도파민으로, 성교 시 이 호르몬이 펑펑 쏟아지기 때문에 사람이 창조적이 되고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군요.
두 번째는 ‘사랑의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옥시토신인데, 특히 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은 신뢰-애착을 느끼게 하고,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답니다.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면 이 호르몬이 많이 나와 남자에게 애착심을 갖게 된다는군요.
좋은 성생활로 풍부한 옥시토신을 가진 사람은 직장에서 더욱 협동적, 긍정적이 되므로 함께 일하기 좋다는 거죠.
마지막 호르몬은 유명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입니다. 남자와 여자에게 모두 있지만 함량이 남자에게 수십 배까지 많아 남성 호르몬으로 불리죠. 성행위 때 이 호르몬도 많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경쟁심과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이 호르몬이 많으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강한 경쟁심을 갖게 돼 박력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6년형 포르쉐 911 카레라 45 카브리올레 몰 때와
낡은 1990년형 도요타 캠리 왜건을 몰 때의 차이
최고급 자동차를 몰아 보면 “아, 이래서 비싼 돈을 주고 차를 사는구나”하고 가치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차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개인 경험으로는 90년대에 일본 혼다자동차 본사에 가서 제일 쪼끄만 차부터 가장 고급 승용차까지 다 몰아 봤는데, 역시 “차는 돈 값”이라는 걸 느끼게 되더군요.
물론 비싼 차가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한때 친구의 BMW 3 시리즈를 한달 정도 타고 다녔는데 미국에서도 꽤 비싼(3만8천 달러가 넘는) 그 차가 도대체 왜 좋은지 저는 모르겠더라구요. 차체는 작고 뭐 속력도 대단하지 않고 등등.
목이 홱 돌아가는 스포츠 카의 매력
4만5천 달러가 넘는 인피니티 M35는 요즘 한국에도 자주 보이는데 이 차 역시 친구 걸 뺏어 타고 다녀봤는데, 아 이 놈은 쿡 밟으면 몸이 뒤로 확 제켜질 정도로 순간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아, 정말 좋은 놈”이란 생각을 하게 됩디다.
그런데 이렇게 기가 막히게 성능이 좋은 고급 스포츠 카를 몰면 남성 호르몬에 펑펑 쏟아져 나온다는 연구가 캐나다에서 나와 화제입니다. 흔히 좋은 차는 그 차를 모는 남자의 폼을 살려 주고 그래서 “야 타”라는 말대로 여자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정말로 좋은 차는 남자의 몸에 생물학적인 영향도 미친다는 연구입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콘코디아 대학의 진화심리학자 갓 사드(Gad Saad)가 박사 과정 대학원생 존 봉가스(John Vongas)를 데리고 했다는 이 실험은 학술지 ‘조직적 행동과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7월19일자에 실렸습니다.
고급차 타면 남자의 '몸'이 달라진다
연구는 남학생 39명에게 최고급 2006년형 포르쉐 911 카레라 45 카브리올레 또는 다 낡은 1990년형 도요타 캠리 왜건을 몰게 하면서 호르몬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뤄졌답니다.
호르몬 측정은 30분마다 침을 채취해 침 속의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측정했습니다.
남학생들은 도심과 전원 길 등에서 각각 30분씩 포르쉐 또는 캠리를 몰았는데 예상대로 포르쉐를 몰았을 때 테스토스테론 치가 쑥쑥 올라갔다는군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고급 차를 타면 남자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하지만 가치만 아니라 실제로 육체적으로도 달라진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그리고 테스토스론 수치가 올라가는 이유를 연구진은 “아무나 몰 수 없는 차를 몬다는 능력을 특히 여자들에게 과시하면서 남성으로서의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즉 어떤 경쟁자 남자도 이길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여자들이 다 자기에게 넘어올 것 같으니 남성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의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있지만 남자에게 훨씬 높은 농도로 있다고 합니다. 여자가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굵어지는 것도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랍니다. 원래 사업가 체질로 테스토스테론이 많아 허리가 굵은 여자도 있죠.
여자에 대한 자신감이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
사드 교수는 이 호르몬의 역할을 ∆사춘기에 수염과 음모가 나도록 하고 ∆목소리를 굵어지게 하며 ∆활력과 성욕을 높이고 ∆여자를 둘러싼 경쟁심을 고조시키며 ∆다른 수컷을 이겨 더 높은 지위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암컷을 둘러싼 싸움에서 수컷이 물불 안 가리고 싸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라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란 이름은 남자의 고환을 의미하는 영어 테스티클(testicle)에서 나왔고, 또 이 testicle이란 단어는 ‘남자인지 아닌지를 테스트(test)할 수 있는 기관’이란 의미에서 이렇게 지어졌다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만져서 확인했던 모양이지요.
아무튼 이 ‘남자의 증명’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펑펑 쏟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고급 차를 몰면서 “나는 남자야”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드 교수는 결론에서 “고급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나는 돈을 펑펑 써도 끄떡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게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돈을 펑펑 쓴다’는 것은 경제 관념이 없다는 소리죠.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렇게 경제 관념 없는 남자에 여자들이 픽픽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이 왜 경제 관념 없이 돈을 물 쓰듯 하는 남자를 좋아하는지는 다음에 알아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