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사냥했기에 낯선 두려워하지 않게

여자는 채집했기에 낯선 피하도록 진화


사람이 벌레를 무서워한다는 것은 참 웃기는 현상이죠. 벌레 중에는 벌처럼 무서운 것도 있지만 대개 사람에게 아무 해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은 벌레를 기겁을 하고 무서워하죠. 특히 여자들은.

저는 예전에 아들 하고 낚시를 하러 갔다가 제 아들이 벌을 피하다 계곡 바위에서 미끄러져 머리가 깨질 뻔 하는 광경을 목격했죠. 낚시를 하다 뒤돌아보니 아들이 벌을 피하느라 몸을 틀다 미끄러지면서 광대뼈를 바위에 박는 것이었습니다. 매정한 아빠는 호통을 쳤죠.

"벌에 쏘여 봐야 아픈 정도인데 넌 그것 때문에 죽을 뻔 하지 않았나"고. 매정한 아빠죠. 아들 걱정부터 했어야 하는데.

어쨌든 벌레에 대한 이런 감정들은 사람 약 오르게 하는 게 많죠. 그런데 왜 사람이, 특히 여자가 벌레를 무서워하는지를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끄네요.

거미에 대한 두려움, 여아가 남아의 4배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의 데이비드 래키슨 교수가 연구는 11개월 된 아기들, 즉 아직 말도 잘 못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했답니다.

연구진은 우선 남녀 아기 10명에게 '거미 + 무서운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보여 줬답니다. 거미를 본 적이 없는 아기들에게 "거미는 무서운 것"이란 인식을 심어 준 것이죠.

이어 실험진은 '거미 + 행복한 얼굴' 그림을 보여 줘 "거미가 꼭 무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마지막으로 '거미 + 꽃' 그림을 보여 줬답니다. 거미에 대해 무섭게도 하고 안 무섭게도 한 뒤에 아기들이 꽃이라는 중성적 그림과 함께 있는 거미를 얼마나 많이 쳐다보는지를 본 것이지요.

결과는 남자 아기들은 거미와 꽃을 비슷하게 봤답니다. 거미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게 아니고, 거미를 무섭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꼬마 아가씨들은 달랐습니다. 거미를 남자 아기들보다 4배나 더 오래 쳐다봤다는 것이죠. 어린이들이 오래 쳐다 본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고 여기서는 무서워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습니다.

여자 아기들이 이처럼 거미를 무서워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진화론적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원시시대 남녀의 다른 생활방식이 차이 만들어

아직 농사를 짓기 전, 여자는 과일-나무뿌리 등을 모으고 남자들은 사냥을 해서 서 먹을 것을 마련하던 단계에서 벌레를 여자들은 더 무서워하고 남자들은 덜 무서워하게 됐다는 것이죠.

여자들의 채집 활동은 먹을 것의 80%를 조달할 정도로 더욱 중요한 음식 마련 활동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채집 활동이라는 게, 현대의 원시적 생활을 하는 부족을 봐도 알지만, 낯선 땅을 헤매고 다니는 게 아닙니다. 알고 있는 숲의 알고 있는 자리에 가서 알고 있는 품목을 따오는 것이죠.

그래서 채집의 성과는 노력에 비례합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더 오래 일하는 사람이 더 많은 먹이를 캐거나 주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사냥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복불복이죠.

어쨌든 남자는 낯선 곳을 돌아다니며 복걸복으로 사냥해야 했기 때문에 겁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더 과감해지도록 진화했고, 벌레를 덜 무서워하게 됐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여자는 아는 숲의 아는 자리에 가서 채집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벌레 같은 대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알아볼 필요가 없도록, 그래서 무서워하게 진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수렵-채집 사회의 남녀 특징을 이유로 남자는 길을 잘 찾고(사냥하러 마구 돌아다니고 집으로 찾아와야 했으므로) 여자는 지형지물이 없으면 길을 못 찾는다(정해진 채집 장소로 가는 데는 지형지물만 익히면 됐으므로)고도 하죠.

"공포를 더 많이 느낄 뿐 공포를 타고나는 것은 아냐"

이번 연구에서는 또한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타고나는 것'은 아니란 점도 증명됐습니다. 흔히 사람은 뱀이나 거미 같은 것에 대한 공포를 타고나는 것으로, 즉 태어나자마자 뱀을 본 아기는 기겁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실험 결과는 침팬지 실험에서도 드러났죠. 갓난 침팬지는 뱀에 대한 공포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크면서 어른들이 뱀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건 무서운 동물이구나"라는 걸 알게 된답니다.

이번 실험을 한 래키슨 교수는 "태어나면서 공포를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기가 뱀에 대한 공포를 가져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거미나 뱀에 대한 인간의 공포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함부로 말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거미에 대한 공포심에는 진화적 배경이 있어 남녀 차이가 나지만 최근에 등장한 위험에 대해서는 남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도 연구진은 밝혔네요.

비행기를 타는 걸 무서워하는 비행 공포증,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는 주사 공포증에서는 남녀 아기들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특히 여자들은 왜 그렇게 벌레를 필요 이상으로 무서워할까 하는 궁금증도 진화론이 풀어 주니 진화론이 참 별걸 다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읽는 북손탐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재밌는 동영상>






Posted by
,

마음-몸 아플 때 나오는 게 눈물이지만

상대방 있을 땐 졌으니까 봐 줘의 의미

 

눈물은 흔히 마음과 몸이 아플 때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눈물이 흐를 때는 난 너에게 완전히 졌다라는 무장해제를 선언하면서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청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오렌 하손 교수는 진화론적인 눈물의 용도를 연구한 논문을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눈물이 무장해제를 알리는 수단인 이유는 눈물이 흐르는 순간 시야가 일부 가려지면서 제대로 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 눈을 쏘아보는 대결의 자세에서, 눈물이 흐르면서 시야가 흐려져 싸울 수 없는 상태로 바뀌었음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표시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눈물 흐르면 시야 흐려져 '완전 항복' 하게돼

이처럼 무장해제의 의미를 전하는 것은 적대적인 상대방에 대해서다. 적대적 상대가 아니고 가족일 경우는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손 교수는 주장했다.

 

가까운 사람끼리는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날 좀 도와 줘란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울음은 결속력 강화시켜

어미에게 울면서 칭얼대는 아기, 친구나 연인에게 흘리는 눈물이 바로 이렇게 도와 달라는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때도 실제로는 무장해제의 의미가 있다. 자신의 무능을 상대에게 전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이라는 점은 똑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손 교수는 가까운 사람끼리 흘리는 눈물, 여럿이 함께 우는 행동은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눈물이 나오는 표정과 그렇지 않은 표정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 주는 연구는 지난 4월에도 같은 학술지에 실린 바 있다.

눈물 흘리는 사진에서 눈물을 지워 버리면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진은 눈물이 흐르는 사진에서 눈물을 디지털 작업으로 지운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 사람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 것 같으냐?”고 물어 보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당황한 얼굴’ ‘걱정에 싸여 있다등으로 평가했을 뿐슬퍼하고 있다고 평가한 경우는 드물었다.

 

눈물이 흐르는 얼굴은 슬퍼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지만 아무리 슬퍼해도 눈물이 없는 얼굴은 걱정하거나 당황한 얼굴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눈물이 없었다면 슬프다는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슬프고 처절하다는 느낌을 눈물로 전할 수 있었던 선조가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책 읽는 북손탐의 재밌는 동영상>




Posted by
,

숨어서 자면서 맹수 피하고 에너지 최대한 저장

잘 잔 선조가 살아 남았기에 우리는 이렇게 잘 자게 됐다

 

수면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 처음으로 등장

 

사람이 왜 잠을 자는지에 대해선 그간 수많은 이론이 나왔지만 어느 정도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네요.

많이 알려진 이론으로잠을 자야 잘 기억한다”, 즉 잠이란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있죠.

 

그러나 뇌가 없는 식물도 잠과 비슷한 휴지기를 갖기 때문에뇌 때문에 잔다는 이론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진화론에 기초한 새 이론이 나왔습니다. “잘 자는 선조들이 살아 남았기 때문에 후손인 우리도 잠을 자게 됐다는 이론입니다. 잠은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죠.

 

미국 UCLA 대학 제롬 시겔 교수 팀은 사람을 포함해 해마,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같은 다양한 동물들의 수면 특징을 조사한 결과잠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포식동물에 잡혀 먹는 위험을 줄이는 효과 때문에 진화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잠 든 동안 맹수 밥되기 쉽다?

 

그 동안 잠은 동물에게 해로운 것으로 여겨져 왔죠. 잠자는 동안 의식이 마비되고 꼼짝 못하기 때문에 맹수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잠이 해로운데 왜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자는 데 써버리는지도 의문이었죠.

 

그러나 시겔 교수는 잠을 잔다고 완전히 의식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며 필요할 때 얼마든지 순식간에 잠을 깰 수 있다는 데 잠의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잠을 자다가도 아기의 가느다란 울음 소리가 들리면서 퍼뜩 잠이 깨지만 천둥이 치더라도 잘 잔다는 현상에서 잠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편안히 쉬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필요하면 쉽게 깬다는 게 졸도처럼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과 다른 잠의 특징이라는 것이죠.

각 동물마다 잠자는 시간 다른 것은 필요성 다르기 때문

 

그는 또한 먹이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와 숨어서 잘 때 중 언제가 더 위험하겠느냐고 묻습니다. 당연히 잘 때가 더 안전하기 때문에 적당히 잘 자는 개체가 생존경쟁에 더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잠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은 각 종마다 잠 자는 시간이 다른 이유도 쉽게 설명합니다. 먹이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 에너지를 절약해야 할 필요성이 각 종마다, 또 삶의 각 기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잠 자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겨울에 먹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동굴 속 안전한 곳에 숨어 포식자를 피하면서 한철 내내 잠을 자는 것이며,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겨울잠을 안 자고 매일 조금씩 잔다는 것이지요.

아기가 더 잠 많이 자는 것은 활발한 신진대사 때문

 

또 사람이 왜 어릴 때는 많이 자고 늙어서는 잠이 줄어드는지도 설명할 수 있답니다. 어렸을 때는 신진대사가 왕성하고 또 지켜 주는 어른이 있기 때문에 오래 자지만, 늙어서는 신진대사가 떨어질 뿐 아니라 지켜 주는 역할을 맡아야 하므로 잠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진화론적 설명은 특징이 있죠. 여태까지 사람은 왜 잠을 잘까?”라는 질문에 사람의 잠만을 생각하니 기억을 잘 하기 위해” “낮 시간 동안 발생한 피로물질을 청소하기 위해같은 인간중심적인 이론밖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인간중심 연구와 '동물과 비교연구'의 차이점

 

그러나 진화생물학은 어떻게보다는 를 질문하며, 그에 대한 대답을 현재 살아 있는 다른 동물을 통해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동물들과 비교해 얻어내려 합니다. 사람은 뚝 떨어져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러 동물과 진화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죠.

 

이번 진화론적 잠 이론에서도 볼 수 있듯 여러 동물의 잠과 사람의 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답안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진화론 또는 진화론적 사고방식이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방식이며, 매력있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Posted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