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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드웰은 ‘미국인다운 방식'에 대해 "너나 나나 다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파티장에서 50대 회장님과 다른 관련 업체의 20대 평사원이 참가합니다. 20대 평사원에게 50대 회장님은 어려운 상대지만, 미국인들은 파티에서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손윗사람이 “존이라고 부르게”라며 자기 이름을 부르도록 하고, 또 젊은이도 “오케이. 존, 그런데 말야” 이렇게 말하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계속 됩니다. 너나 나나 사람이니까 가능한 장면입니다.
한국적 문화에선 너나 나나 물질적으론 사람이지만 같은 레벨의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아랫것이 윗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대단한('모가지'가 날아갈 수 있는) 실례가 될 수 있고 또 설사 말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 힘들죠. 겉으로 하는 말과, 실제 속 내용이 다르니 머리 속에서는 계속 ‘번역기’를 돌려야 하고, 이내 지쳐 나가 떨어져, 머쓱하게 대화가 끝나기 십상이죠.
글래드웰이 예를 든 한국어 대화를 하나 볼까요?
과장님: 출출한데. (속뜻 번역: 한 잔 하러 갈까?)
부하: 한 잔 하시겠어요? (속뜻: 제가 사겠습니다)
과장님: 좀 참지 뭐. (속뜻: 네가 한번 더 산다고 하면 갈게)
부하: 배고프실 텐데. 가시죠. (속뜻: 제가 정말 삽니다)
과장님: 그럼 나갈까? (번역: 받아들이도록 하지)
만약 이 대화를 영어로 하고 ‘속뜻’을 모르는 미국인이 옆에서 듣는다면 완전히 암호문이 돼 버립니다. 대화의 겉은 ‘배고프다’ ‘참자’라는 뱃속 상태인데, 실제 거래내역은 ‘한잔 사겠다’ ‘그래, 사라'는 교섭이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에 왜 추락사고가 많으냐? 바로 부기장, 즉 아랫것이 이처럼 말을 돌려서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애플 아이폰 (위키피디아에서 인용)
이런 문화에선 '떼 지어 하는 일'은 잘 합니다. 군소리 없이 다그리 뭉쳐, 일사분란하게 일하면 되니까요. 서로 교감하면서 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나, 스티브 잡스처럼 혼자서 독창적으로 생각하고, 진짜 그야말로 똥고집을 피우고, 세계 최고의 또라이라는 소리를 듣고, 너는 반대해도 나는 밀고 나간다는, 독창적인, 창의적인 제품이나 컨셉은? 절대 못 만들죠.
그래서 고 기자 말대로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고,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들고, 디스플레이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인데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아이폰은 못 만들고, 아바타는 못 만드는’ 겁니다.
이런 상태로 가면 한국은 창의적인 미국이나 유럽-일본 오야붕이 앞서 나가며 이것저것 구상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물건 들고 뒤따라가면서 ‘시다바리 짓’ 잘하는 서열 2등, 3등에 영원히 머무를 수 있습니다.
왜,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그러잖아요? "한국은 벌써 10년, 20년째 선진국 문턱 앞에서 계속 제자리 뛰기만 하고 있다"고.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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