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장이 부하 조리사를 공개적으로 좋아하면? 주방 깨져요


요즘 드라마 '파스타'에서는 사장과 주방장이 조무래기 여자 조리사를 놓고 사랑싸움을 벌어지만, 참 이래서 드라마는 좋다.

이게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여자 조리사 하나를 놓고 사장과 주방장이 공개 쟁탈전을 벌인다면? 그 식당은 끝이다. 왜냐면, 다른 조리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과 주방장이 한 여자 조리사를 좋아한다면, 다른 조리사는 '찬밥'이 되기 쉽고, 이렇게 되면 찬밥들이 한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설사 입을 닥치고 있더라도 주방의 인화나 협력 시스템은 완전 깨지고 말 것이다.

이런 가정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에서 직장 남녀를 조사했더니 대부분 동료 사이의 사내 연애에 대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직속 상사와 부하의 연애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대등한 관계에서 일하는 동료 사이의 연애는 업무에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상사-부하 사이의 연애는 근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라이어슨대학의 니나 콜 교수는 대학에서 퇴근 뒤 수업을 듣고 있는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사내 연애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한 부서에서 짝 만나는 경우가 사내 연애의 대부분

이들은 자신이 그간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내 연애를 밝혔는데, 역시 가까운 데서 짝을 찾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사내 연애 중 같은 부서 안에서 사귀는 경우가 65%, 일하는 동료 사이에 사귀는 경우가 76%나 됐기 때문이다.

사내 커플이 연애를 지속하는 기간은 평균 20개월이었다. 대다수 응답자들은 사내 연애가 업무 환경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특별히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다만, 응답자들은 사내 연애가 근무 환경이나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회사가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다고 대답했다.

동료끼리 하는 연애는 내게 방해만 안 끼치면 OK지만

사내 연애가 근무환경을 깨는 경우로 응답자들은 △사내 커플 때문에 동료 근로자들의 업무 성적이 떨어지고 △사내 커플이 헤어지면서 부정적 감정이 조장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또한 상사와 부하 사이의 사내 연애에 대해서는 대개 부정적이었다.

이는 직속 상사와 부하 사이에 사랑의 불꽃이 튀면 다른 부하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콜 교수는 “대부분 직장인들은 사내 연애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업무 환경을 깰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 대해서는 미리 규칙을 마련해 놓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가장 조심해야 할 때는 '직속 부하에게 끌릴 때' 

결국 사내 연애는 피할 수 없는 것이되, 직위 상으로 가까운 동료급 남녀끼리, 조용히 진행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예컨대 부장-과장이 직속 부하 여직원을 애인으로 두고 편애하는 행동은 '공공의 적'이 된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의 결론이라고 할 만하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경영심리학 저널(Journal of Business and Psych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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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잘 돼야 지역-개인이 잘 된다고요?
나라는 잘 돼도 지역-개인은 팍팍 죽어 나가 자빠지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수출에 좋은 바닷가(포항-울산), 판매-인력수급에 좋은 수도권(수원-파주)을
어찌 내륙 중의 내륙, 허허벌판 연기군(세종시)에 비교하십니까?




설 연휴 첫날, 이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셨다. 세종시 수정안은 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요, 국가-국민-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지역이 잘 될 수 없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나만 잘 될 수는 없다”고도 하셨다. "공동운명체라는 생각만 확고히 가진다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는 덕담도 하셨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포항-울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들어선 수원-파주 같은 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설 연휴처럼 평화로와야 할 시기에 대통령이 왜 이렇게 엄한 얘기를 하는지는 뻔하다. 연휴 사람들이 모이니, 이 기회에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도록 홍보활동을 좀 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말 하나하나가 다 한 가지 측면만을 말하니, 갈라지 한국, 제각기 자기 할말만 하고 소통은 사라진 한국의 모습을 바로 이 대통령의 말에서 보게 된다.

“나라가 잘 되지 않고 지역이 잘 될 수 없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나만 잘 될 수는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믿는 사람이 현재 한국인 중 과연 얼마나 될까?

이 말을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나라만 잘 되면 뭐하나? 지역은 다 망가졌는데. 나라가 잘 되면 뭐 하나? 나는 잘 될 수 없는데?”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 젊고 똑똑하고, 미국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온 홍정욱 의원이 지난 2월5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을 들어 보면 국민들의 의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정희 시대에는 존재했던) 국가의 성공과 국민의 성공을 잇는 다리가 어느새 끊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은 12위 국가가 되고 G20가 돼도 나는 내 집 마련하지 못하고 아이들 제대로 교육 못 시키고 죽도록 공부해도 직장을 못 잡는다.
국가는 엄청난 비전을 갖지만 국민은 엄청난 냉소를 가진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집권여당과 이명박 정부가 해소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가 이겁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절대다수의 절대적 고민은 바로 이것 아닙니까? 나라는 잘 나간다는데 실업율은 계속 기록갱신 중이고, 아덜 공부 시키는 시교육비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계곡 증가해 40조 원을 넘고, 또 더 심각한 문제는 SKY 대학 보내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SKY 대학을 나온다고 장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머리가 터지는 고민을 국민들이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이 질문에는 답해 주려 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지역이 양보하고, 나라를 위해 개인이 양보하라”는 말씀만 하십니다.

아이고, 답답해라.


세종시 갖고 논쟁하는데, 포항-울산-수원-파주를 말하는 건 또 합당한가? 이 역시 답답 삼천리다. 포항-울산-수원-파주의 특징은 무엇인가? 딱 두 가지다. 바닷가 아니면 수도권이다. 수출을 하려면 바닷가에 공장이 있어야 하고, 물건을 팔아 먹거나, 똑똑한 인간들을 데려다 쓰려면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

남한의 명치쯤 되는 연기군은 이 모두가 없다. 바닷가도 아니고, 잘난 인간들이 들어가 살 만한 곳도 아니다. 그래서 세종시는 애시당초 딱 한 가지 목적, 행정수도,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해 기획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세종시를 놓고 포항-울산-수원-파주 같은 헤비급 도시들을 거론한다는 것은 참으로 실례되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이는 꼭 유전적으로 부실해 비실비실한 10살짜리 한테 미국 프로리그에서 뛰는(유전자와 양육환경이 워낙 좋아) 형들을 가리키며 “보라니까, 너도 죽어라고 뛰면 NBA, MLB에서 뛸 수 있다니까, 이 멍청한 자식아”라고 꿀밤을 먹이는 격이다.

조건이 좋으면 기업들은 가지 말라고 명박산성을 쌓아놓아도 반드시 저지선을 돌파하고 목표 지점을 향해 약진한다. 세종시 같은 곳은 정부 부처가 가지 않으면 아무도 안 간다. 땅의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아직도 연기‘군’ 아닌가.

상서로운 설 연휴에,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를 위해, 대통령 각하께서는 좀 발언을 참으시면 안 됐을까? 동전엔 마치 원래 한 쪽밖에 없다는 듯, 한쪽만 말씀하시고 다른 한쪽 측면은 완전히 무시하시니,

참 또 이 말을 놓고, 가뜩이나 쌈나기 좋은 설날 가족모임에서 또 입씨름이 불거질 확률이 높아질 것만 같으니, 참 불행한 나라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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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사상 최대 폭설인데 저쪽엔 '이웃 훈정'이, 우리에겐 원망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기상 관측 사상 최고의 눈이 내려 연방정부가 휴무에 들어갔단다. 관측 사상 최고의 눈을 한국의 수도 서울은 지난 1월4일에 맞았으니 한달 간격을 두고 두 나라의 수도가 각각 사상 최고의 눈을 경험한 셈이다.

그러나 태평양 건너 저쪽에선 사상 최대의 폭설을 맞아 전선이 끊어지고 정전 사태를 겪으면서도 사람들이 ‘즐거운 체험’을 하고 있다니,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스노샬리즘’이란다. 스노우(눈)+소샬리즘(사회주의)를 합친 말이다.

미국 수도에서 사회주의라니!, 국내 극우파가 들으면 식겁할 일이지만, 여기서 사회주의란 눈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몰려가 도와 주면서 ‘사회주의적’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조선일보의 워싱턴 특파원도 차가 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고생하니 이웃들이 도와 줘 곤경을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옆집-앞집 남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즐거운 폭설 경험’을 지면으로 전했다.

우리는 25.4cm, 저쪽은 97.3cm인데…

사상 최고의 폭설을 맞아 태평양 건너 저편에서는 ‘훈훈한 이웃 정’을 경험했다는데, 우리는 어땠나? 1월4일 우리가 맞은 사상 최대 폭설의 높이는 25.4㎝였다. 워싱턴의 사상 최대는 97.3㎝였다. 단순히 산수 계산만 해도 저쪽이 우리의 4배 폭설이다.

1월4일 그 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악다구니’를 경험했다. 안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회사에 도착하는 데만 4~5시간이 걸렸다고 했고, 폭설로 길이 꽉 막히자 차를 길 한복판에 버리고 직장으로 걸어간 사람도 있었다.

다섯 시간 걸려 출근하고, 세 시간 걸려 퇴근하는 지옥 같은 경험을 했고, 꽉 막힌 도로에 그래도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엉키면서 서로 빵빵 거리고, 욕지거리를 했다.

한 시간씩 기다려야 올까말까 하는 버스에 마치 짐짝처럼 빼곡이 채워져 출근하는 사람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저, 지금 가는 중인데요, 버스가 전혀 나가질 않아요.”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가긴 갈께요.”

4배의 폭설이 내렸는데, 서울은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워싱턴은 왜 서로 돕는 훈훈한 이웃정이 펼쳐지는, 천국과 지옥처럼 다른 그림이 떠올랐을까?

재난 대비 시스템 만들고, '사람이 먼저' 새기면 돼

이유는 하나다. 사회 시스템이다. 우선 학교 문제. 워싱턴 인근 학교들은 폭설주의보 등 자연재해 일기예보가 나오면 아침 6시쯤 교육청 홈페이지와 TV, 라디오 등을 통해 그날의 학사 일정을 밝히게 돼 있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침에 일어나 학교로 전화하는 소동을 벌일 필요가 없다. TV를 켜거나 인터넷을 켜면 바로 오늘 학교가 쉬는지, 낮 12시까지 가면 되는지 등이 확인된다. 그래서 소동은 없다.

두 번째 직장. ‘사상 최대’ 정도의 자연재해가 있으면 직장에 안 나가는 게, 못 나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전화 한 통화로 아침 상황이 간단히 정리된다.

워싱턴의 경우도 시내에는 주거지가 많지 않은 행정도시이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공무원들이나, 워싱턴 시내의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라도 주거지는 대개 포토맥 강 건너 버지니아 주나, 또는 북서쪽 외곽인 메릴랜드 주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통체증도 출퇴근 시간에는 상당하다.

4~5시간씩 걸려 출근을 해 ‘충성의 눈도장’을 찍지 않아도 되는 직장 시스템이 이뤄져 있으니, 전화 한 통화로 출근 문제를 끝내고 집앞으로 나가 쌓인 눈을 치우면서 오랜만에 이웃집 남자와 인사말도 주고받고, 또 지나가던 차가 눈 속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너나없이 달려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즐거움을 맞보면서 ‘기분좋은 호르몬’이 펑펑 솟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죽어도 출근' 이제 그만 할 때 안 됐나?

반면, 한국의 직장 시스템-분위기는 ‘틈만 나면 자른다’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사장들은 “너 말고도 일할 사람은 쌔고 쌨다”는 말을 툭 하면 내뱉는다. 당장 자를 것도 아니면서, 이런 ‘사기 저하에 직방인’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사정이 이러니 아무리 천재지변이 닥쳐도, “사장님, 저는 5시간이 걸려서 출근했습니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출근했습니다”라는 충성의 서약을 몸으로 보여 줘야 하는 게 한국의 시스템이다. 학교 일정에 대한 통보 시스템도 없으니 학생들은 발목이 눈에 얼건 말건 등교해야 한다.

안다. ‘하고야 마는’ 한국인의 이러한 특징이 서구에서 수백년이 걸린 근대화, 자본주의화 과정을 단 수십년이라는 초고속 속성반으로 통과하게 만든 원동력이며, 현재의 세계 경제위기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빠져나오게 만든 원동력이라는 것을.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도 이제 ‘고기 먹고 살만큼’이 됐는데, 왜 5시간 걸려 출근하고, 세 시간 걸려 퇴근하는 멍청한 짓을 해야 하는지를. 꼭 그렇게 해야만 회사가 잘 되는지를.

'눈도장 충성' 탓에 생기는 모든 손실을 좀 생각하자

1월4일처럼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에 폭설이 내리면 출근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몇 시간 늦게 출발하거나, 아니면 하루를 온전하게 쉬는 게 본인은 물론, 회사에게도, 서울시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 더 이익이다.

‘눈도장 충성’을 위해 출근하면서 길에서 낭비하는 자동차 기름, 눈길에 운전하다 사고가 나 치러야 하는 수리비, 멈춰선 전철-버스에 퍼부어야 하는 저주, 이에 따라 머리에 또 한번 박히는 ‘이 나라는 안 돼’라는 새삼스런 깨달음, 이 모두가 우리에게 마이너스다.

이런 낭비를 없애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준을 정하면 된다. 기준을 정하기 가장 쉬운 대상은 학교다. 영하 몇 도 이하 온도에, 눈이 몇 센티 이상 오면 학교를 쉰다고 원칙을 정하고, 이 기준에 맞춰 가령 '낮 시간이 기온이 오를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 오전 10시, 12시에 수업 시작 등으로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민간기업 등은 이 원칙에 준거해 직원들의 출근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아무리 폭설이 쏟아져도,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직장에 출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물론 있다. 폭설을 치워야 할 담당 공무원마저 '눈이 왔으니까 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럼 사람들은 최악의 조건 아래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도록 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그러나 지난 1월4일처럼 최악의 조건에서 모든 국민이 목숨을 걸고 출근할 필요는 없다. ‘열심히 뛰자’도 좋지만, 이제 우리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감'으로 일해서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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