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싫어하는 뇌 현상을 뇌촬영으로 증명

칼텍 연구진이 촬영한 뇌 사진.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 돌아가자 뇌의 보상 부위에 선명하게 불이 밝혀지며 기뻐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인간은 철저하게 이기적’이라는 경제학의 대전제를 깨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뇌는 경제적 불평등을 혐오한다’는 뇌 촬영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 2월25일자에 실렸다.


인간은 정말 철저히 이기적인가? 경제학 대전제 속속 깨져

미국의 칼텍,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의 경제학자-신경과학자로 구성된 연구 팀은 실험참여자 40명에게 돈과 관계되는 여러 실험을 하면서 이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이 장치는 뇌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다.

뇌 촬영을 하기에 앞서 연구진은 실험참여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절반에게는 실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50달러씩을 줘 ‘부자 마인드’를 갖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는 아무 돈도 주지 않아 ‘가난뱅이 마인드’를 갖게 한 것이었다.

"똑 같은 일 하는데 넌 50달러, 쟨 5달러"

그리고 이들의 뇌에 촬영 장비를 장착한 뒤 연구진은 돈과 관계되는 여러 시나리오를 들려 주었다. 시나리오는 예컨대 ‘당신은 50달러를 받지만 당신의 짝은 20달러만 받을 것이다’라든지, 또는 ‘똑 같은 일을 하지만 당신은 50달러를 받을 것이고 당신 짝은 단돈 5달러만을 받을 것이다’ 등이었다.

이렇게 경제적 보상이 불평등하게 이뤄지는 상황을 들려 주자 실험참여자들의 뇌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가난뱅이 마인드’로 시작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연구진이 예상했던 변화가 일어났다. 즉 가난뱅이 자신이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면 이들 뇌의 보상 관련 부위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반대로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돈이 더 많이 돌아가는 상황에는 비교적 무관심했다.

뇌의 보상 관련 부위는 음식을 먹거나, 칭찬을 듣거나, 음악을 듣거나 할 때처럼 좋은 일이 있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 부위다.

'부자 뇌'가 양극화 해소 더 기뻐해

놀라운 반응은 ‘부자 마인드’의 참여자 뇌에서 나타났다. 출발부터 자신은 큰 돈을 받고 상대방은 1원 한 장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이들은 가난뱅이에게 더 많은 돈이 주어진다고 했을 때 뇌의 보상 부위에 환하게 불이 들어오면서 기뻐하는 반응을 보였다.

가난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 불평등이 조금이라도 해소된다는 사실을 기쁘게 여기는 뇌 반응을 보여 준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가난한 자는 자신에게 돈이 들어올 때는 즐거워하고 부자에게 돈이 들어갈 때는 무관심하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 들어갈 때 더 기뻐한다"며 "이는 ’내가 더 누리고 있다‘는 부자의 불편한 마음이 일부 해소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부자건, 가난뱅이건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면 뇌의 보상 부위가 활성화되는 본능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연구진은 뇌의 이러한 특징을 ‘불평등을 혐오하는 뇌의 신경학적 증거’라고 이름붙였다.

뇌는 자그마한 불평등에도 정말 민감한데…

연구에 참여한 칼텍 행동경제학과의 콜린 캐머러 교수는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고 가르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그런 대전제가 틀릴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며 “만약 그런 전제가 맞다면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뇌가 기뻐할 리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칼텍 심리학과의 존 도어티 교수도 “뇌의 이러한 반응은 인간의 본능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교육이나 사회적 관습에 따른 학습 효과 때문에 뇌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뇌가 이렇게 반응하면 일 제대로 하겠는가" 추가 연구

뇌는 본능적으로 아주 미세한 불평등에도 민감하고, 자신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뇌의 이러한 반응이 실제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즉 같은 일을 하면서 보수를 적게 받는 사람은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일을 덜 열심히 하고 그래서 일의 결과에 무관심해지는지 등의 행동 반응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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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분위기 회사에선 '하던 일'만 하는 게 편해

행복하다고 느껴야 익숙한 일 지루해지고 새 일 찾게 돼

요즘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사업가가 없나’ ‘한국은 왜 소프트웨어 약소국인가’ 하는 질문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같은 정치-사회-기업 분위기로는 창의적인 인물이나 상품은 나오기 힘들고, 여태까지 잘 하던 일이나 계속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표트르 윈킬먼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과거의 즐거웠거나 슬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실내 음악도 이런 무드에 맞췄다.

즐거운 일을 회상하도록 시킨 그룹에는 경쾌하고 밝은 음악을 틀어 주고, 과거의 슬픈 일을 회상하는 그룹에게는 어두운 음악을 틀어 주는 식이었다.

우울한 사람은 먹던 음식 먹어야 마음 편하듯

이렇게 분위기를 조성한 뒤 연구진은 이들에게 별자리 모양처럼 보이는 다양한 무늬들을 보여 주면서 마음에 드는 무늬를 고르라고 했다. 그러자 슬픈 무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평소 자주 보는 익숙한 디자인을 주로 골랐다.

슬픈 기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낯선 무늬를 고르면서 새로운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는 식이었다. 우울한 사람은 입에 익숙한 음식을 먹어야 기분이 풀리며, 새로운 맛에는 전혀 도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앞선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반면 즐거운 기분에 있는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익숙한 무늬를 보여 주면 이들은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무늬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윈킬먼 교수는 “불행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낯익은 것에 매달리려는 자세를 보인다”며 “반대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전혀 새롭고 낯선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도태 협박으로 일하게 하는 한국 기업의 특징

한국의 기업 분위기를 말할 때 외국 전문가들은 흔히 ‘공포에 기반한 통치’를 한다고 지적한다. 유능한 사원이라도 언제나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입시키고 성과 경쟁을 시키면서 끊임없이 도태의 두려움을 상기시키면서 일을 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회사 고위층의 자살 등 사태도 이렇게 공포 분위기에 기반한 회사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공포 분위기는 똑같은 물건을 쉴틈없이 찍어내는 생산 경쟁에서는 유리하지만, 아이폰 같은 독창적인 제품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글이 근무시간 20%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이유

미국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이 일과 시간의 20%를 직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거나, 복장을 완전 자유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바로 ‘행복해야 비로소 창의성이 나오는’ 인간의 특징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연휴를 반납시키면서 일을 시키는’, 즉 ‘오래 일하면 뭐가 돼도 된다’는 공장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독창적인 CEO는 말할 것도 없고, 독창적인 제품-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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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기 직전에 최고 물건 만든다'는 역설 있는데

‘가장 아름다울 때 순식간에 지더라’는 말이 있다. 망하기 직전의 기업이나 나라가 반짝 광휘를 발휘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사진 평론가 마이크 존스턴은 카메라 렌즈로 이런 현상을 말했다. 4×5인치나 되는 대형 필름으로 사진을 뽑아내는 대형 카메라에서 최고의 렌즈가 나온 시기를 그는 2000년대 중반으로 꼽았다.

인류의 사진 역사상 카메라 렌즈로는 최고의 영상을 뽑아낼 수 있는 명작이 이때 탄생했지만 이미 세상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넘어간 뒤였다. 이래서 ‘사상 최고의 렌즈’는 그 최고 품질에도 불구하고 눈길 한번 못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한탄이다. 


몰락 직전에 광휘 뿜어냈던 유럽, 미국…, 그 다음은?

'몰락 직전의 반짝 광휘'라는 역설은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유럽은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초강대국들이었고,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만 해도 미국은 부시 전 대통령이 일방주의를 밀어붙이며 영원한 1등을 할 것만 같았다.

미국 애플이 만든 ‘아이폰’ 전화기 한 대가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을 하루가 다르게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몰락 전 반짝’ 역설이 계속 머리에서 감돈다.

미국이 만드는 ‘물건’이 보잘것없고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일본에 판판이 깨진다고는 한다. 그러나 영화 ‘아바타’, 그리고 아이폰을 통해 보여준 그들만의 장점은 아직도 남아 있다.

한국 같은 폐쇄 사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만의 기발한 창조성,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정말 딱딱한 한국 사회-기업, 소프트 세계에서 설 자리 있나?

유일 초강대국이던 미국의 헤게모니 배경에는 물론 무시무시한 군사력이 있다. 그러나 세계인이 꼭 미국의 ‘큰 주먹’에 놀라 무릎을 꿇은 건 아니다. 미국 문화에, 할리우드 영화에 매혹돼 자발적으로 무릎에 힘이 풀린 경우도 많다.

이건 마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만드는 물건도 뛰어나지만, 그가 새 제품을 프레젠테이션하면 세계 언론이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대대적 '광고'를 해주느라 안달을 떠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 힘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의 바탕에는 미국 문화의 독특한 ‘너도 나도 모두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철학적 바탕도 있다. 미국의 파티 같은 데 가면 수입과 지위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남녀노소가 서로 이름(퍼스트 네임)을 부르며 스스럼없이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 앞에서는 너도 나도 그저 사람일 뿐이기 때문에, 비록 직장에서는 하늘 같은 상사라도 사석에서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도 있다는 장면이다. 논문으로 바쁜 대학원생을 대신해 교수가 심부름을 해주는, 지상 최고의 권위주의 국가 한국에서는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는 이유다.

하버드 졸업생을 ‘미스터 하버드’라고 부르며 우대하지만, 그렇다고 비(非)하버드 출신을 모두 바보·멍청이로 여기지는 않는 사회, 실패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찬스를 주는 부드러운 사회이기 때문에 ‘소프트 파워’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이 소프트웨어 지배하는 이유

‘물건’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일본도 아직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그저 미국을 따라갈 뿐이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그걸 돌리는 기계를 만들어 팔아먹는 수준이다. 물건만 잘 만들다가 궁지에 몰린 사례를 우리는 최근 일본 자동차의 위기에서 확인한다.

아이폰에서 볼 수 있듯 세상은 이미 ‘소프트’ 쪽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갔는데, 한국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핸드폰·LCD·반도체·선박을 만든다”며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요즘 한국 경제를 비추는 햇살은 너무 아름답지만, 바로 이 햇살이 망하기 전의 그 반짝 햇살은 아닐까라고 의심되는 것은 지나치게 걱정 많은 사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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